
사람을 비롯한 영장류의 손은 다른 동물의 앞발이나 지느러미에 비해 훨씬 감각이 뛰어나다. 특히 손은 사포와 유리처럼 거칠기가 전혀 다른 소재뿐 아니라, 벨벳과 실크처럼 질감이 비슷한 소재의 미세한 차이도 구별할 수 있다.
최근 미국 시카고대 과학자들은 손이 촉각을 느낄 때 활성화하는 뉴런 무리가 다양한 패턴을 나타내는 덕분에 수많은 질감을 미세하게 구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 2월 4일자에 발표했다.
촉각정보는 피부와 신경계를 거쳐 대뇌에서 인지된다. 시카고대 유기체생물학및해부학과 슬리맨 벤스마이아 교수팀은 서로 다른 질감을 느낄 때 뇌에서 각각 어떤 뉴런들이 활성화하는지 관찰했다.
연구팀은 사람과 촉각 능력이 가장 비슷한 동물인 히말라야원숭이에게 다양한 질감을 내는 회전통을 만지게 하고 감각 피질에 이식된 전극을 통해 뇌 반응을 실시간으로 관찰했다. 이 회전통은 영역마다 사포처럼 까끌까끌하거나 직물처럼 부드러우면서도 거칠거나, 플라스틱처럼 매끄럽다.
그 결과 원숭이가 거친 표면을 만질 때와 매끄러운 표면을 만질 때 각각 활성화하는 뉴런들이 달랐다. 또한 질감에 따라 활성화하는 뉴런들에 일정한 패턴이 있었다. 연구팀은 히말라야원숭이가 약 55가지의 질감을 미세하게 구별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벤스마이아 교수는 “우리는 질감을 표현할 때 ‘거칠다’, ‘부드럽다’, ‘단단하다’ 외에도 복잡한 형용사를 사용한다”면서 “뇌가 그만큼 다양한 질감을 느낀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그는 “옷감처럼 질감이 달라지는 부분이 반복하는 패턴이나, 표면에 난 작은 돌기의 크기나 높이 등을 미세하게 감지해 다양한 질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벤스마이아 교수는 뇌파로 움직이는 로봇팔을 개발한 니콜라스 하소포러스 유기체생물학및해부학과 교수와 함께 실제 손과 발처럼 움직이고 감각을 느낄 수 있는 의수와 의족을 개발하고 있다. 생각만으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손에 달린 센서로 얻은 촉각정보를 뇌에 전송하는 원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