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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 없이 ‘콕콕’ 만성통증, 10년 연구 끝에 원인 찾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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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2월 15일 08:26 프린트하기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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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에 매료됐던 치의학도는 붓다가 강조한 네 가지 진리인 ‘사성제(고집멸도)’ 중 가장 앞에 나오는 고(고통)의 정체가 궁금했다. 진료보다 연구가 좋았던 그는 신경생리학으로 고통의 정체를 밝히기로 마음먹고 연구자의 길로 들어섰다. 치통에서 시작한 연구 주제는 우리 몸을 괴롭히는 통증 자체로 확대됐다. 그리고 최근 원인을 알 수 없는 만성통증의 유력한 원인을 밝히고 해결책까지 제시하는 데 성공했다.

 

국내 몇 안 되는 통증 연구자 중 한 명인 오석배 서울대 치의학대학원 교수를 12일 만났다. 당뇨 합병증이나 물리적 압박, 항암제 사용 등으로 생긴 만성통증이 말초신경의 손상에서 오며, 면역세포를 이용해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는 사실을 동물실험으로 밝혀 국제학술지 ‘셀’ 1월 31일자에 발표했다. 그는 “동료인 앨릭스 데이비스 영국 옥스퍼드대 의대 연구원(당시 오 교수 연구실 박사후연구원)과 2008년부터 시작한 연구이니 10년이 넘었다”며 “결과가 좋아 다행이지만, 통증은 의학의 ‘주류’가 아니라 중간에 연구비가 끊기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다”며 웃었다.

 

아픔을 치유하는 의·치의학계에서 통증이 주류가 아니라니 의아했다. 그는 “암이나 치매 등 뚜렷하고 시급한 질환에 밀려 관심을 거의 받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심지어 통증 자체는 질병으로 분류되지도 않는다. 당장 후속 임상연구를 함께할 면역학자나 임상의를 구하는 것도 걱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통증은 무시할 수 없는 주제다. 만성통증은 성인의 10%가 고통받을 정도로 흔하고,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린다. 진통제는 전 세계적으로 항암제 다음으로 시장이 큰 제약 분야다. 오 교수는 “이웃 대만만 해도 기초연구와 임상 직전의 중개연구가 활발하다”며 “국내도 관심을 좀 더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손상된 말초신경 찌꺼기 때문… 면역세포로 치료할 수 있어"

 

오석배 서울대 치의학대학원 교수. 통증의 정체가 궁금해 연구를 시작했지만, 아직 실체를 알지 못한다. 윤신영 기자
오석배 서울대 치의학대학원 교수. 통증의 정체가 궁금해 연구를 시작했지만, 아직 실체를 알지 못한다. 윤신영 기자

이번 연구는 독특하다. 만성통증이 신경 손상 자체가 아니라 그 ‘후처리’인 회복 과정에서 온다는 발상 때문이다. 원래 말초신경은 손상되면 복구될 수 있다. 그러려면 먼저 손상된 말초신경이 제거돼야 하는데, 제대로 제거되지 않고 애매하게 남을 수 있다. 그게 만성통증을 일으킨다. 특히 이렇게 남은 신경은 손상 직후가 아니라 한참 뒤에 통증을 일으킨다. 이유를 잘 모르는 만성통증이 많은 이유다.

 

오 교수 팀은 손상된 말초신경 조각을 면역세포로 제거해 신경을 재생시키는 데에도 성공했다. 손상된 말초신경 표면에서는 “내가 고장 났으니 없애 달라”는 일종의 신호가 나온다. 면역세포인 자연살해세포(NK세포)가 이 신호를 알아보고 바로 세포를 녹이거나 뚫어 파괴한다. 오 교수는 인위적으로 이 신호 단백질만 늘려도 면역세포가 신경 조각을 깨끗이 제거하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동물에서 확인했다. 만성통증을 근본적으로 제거할 방법을 찾은 것이다.


난치성 만성통증의 유력한 원인과 치료법을 제시했고 의·생명과학자의 평생 꿈 중 하나인 최고 학술지에 논문을 발표했지만 오 교수는 들뜬 표정이 아니었다. 오래 연구해 왔지만, 그를 이 길로 이끈 ‘고’의 실체를 아직 몰라서다. “찔리면 아프죠. 그건 통각입니다. 통증은 통각과 다릅니다. 불쾌한 감각과 주관적 경험이 더해진 것입니다. 뇌 속 통증회로가 만든 뇌질환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일부의 의견입니다. 여전히 오리무중입니다.” 책에서 읽은 말이라며 덧붙였다. “시각 연구를 오래한 과학자도 아름다움의 실체는 모른다는 게 위안이랄까요.” 그래도 그 덕분에 하나는 확실히 알게 됐다. 통증은 줄일 방법이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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