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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의 사회심리학]왜 무시당했다고 사람을 죽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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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2월 17일 06:00 프린트하기

‘어떤 사람들은 왜 단지 무시당했다고 사람을 죽일까’라는 질문을 들은 적이 있다. 최근 20대 한 남성이 자신을 무시했다는 이유로 생일을 맞은 여자친구를 무참히 살해한 일이 있었다. 지난 2016년 5월 서울 강남역에서 일어난 여성혐오 살인 사건 또한 가해자는 평소 여성에게 ‘무시당해서’가 여성을 골라 살해한 이유라고 진술한 바 있다. 이 외에도 ‘무시’라는 키워드로 검색하면 무시당했다는 이유로 끔찍한 폭력을 행사하거나 심지어 살인을 저지른 사건들이 무수히 나온다. 안타깝게도 이런 경우 가해자의 대부분은 남성이며 피해자는 대체로 여성이다. 왜 무시당했다는 것이 폭력과 심지어 살인의 이유가 되는 걸까?(편집자주. 대검찰청이 발표한 2017년 주요 범죄유형별 특성에 따르면  살인범죄  피해자 중 남성은 59.0%, 여성은 41%로 나타났다. 검거된  살인범죄자 중 남성은 85%, 여성은 15%로 집계됐다. 최근 남성혐오(남혐), 여성혐오(여혐)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어 대검찰청 자료를 첨부한다. 여성과 남성, 남성과 여성의 편을 가르거나 특정 성을 공격하기 위해 겨냥한 기고가 아니임을 밝힌다.)  


작은 일에도 폭발하고 쉽게 타인을 공격하는 현상에 대한 초기 연구들은 낮은 자존감에 그 원인이 있을 것이라고 보았다. 하지만 의외의 발견은 특히 무시당했다는 이유로 욱해서 폭력성을 발휘하는 사람들은 단순히 자존감이 낮기보다 지나친 자의식과 특권의식, 강한 명예욕을 보이는 등, 자아가 작기보다 비대한 편이라는 것이었다(Bushman & Baumeister, 1998).

이 중에서 자신이 특별 대우를 받을 ‘자격’이 있다는 자격의식(sense of entitlement)과 여기에 특정 사람들을 동원하고 착취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여기는 착취적 태도(exploitativeness)가 자신의 욕구가 좌절되었을 때 나타나는 공격성과 큰 관련을 보인다.

예컨대 성폭력 범죄자들은 많은 경우 유독 ‘여성’을 향해 피해의식을 보인다. 또 남성에게는 폭력을 행사하지 않고 여성에 한해 폭력을 행사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는 자신은 적어도 ‘여성보다’ 우월한 존재이며 여성에게만큼은 통제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인식과 관련을 보인다. 결국 이성을 향해 갖는 모종의 우월감과 권리의식이 그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때 발생하는 피해의식과 폭력성을 설명한다는 것이 연구자들의 견해다(Bushman, Bonacci, Van Dijk, & Baumeister, 2003).

미국 플로리다주립대의 심리학자 로이 바우마이스터 연구팀은 자격의식이 지나친 남성의 경우 이성인 여성이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켜줘야 할 의무가 있으며 자신은 그걸 받아낼 권리가 있다고 여기는 성향을 띤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은 일이 있다.  이런 성향이 마치 여성이 자신에게 성관계를 빚진 것처럼 생각하고 행동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과한 자격의식은 여성을 성적 도구로 사용하는 것이 자신의 권리라고 여기므로(Ryan, 2004), 여성이 자신의 호의나 접근을 거절하기라도 하면 당연히 가져야 할 무엇을 빼앗긴 것처럼 화를 내게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미국 조지아대 데니스 라이디  교수 연구팀은 최근 지나친 자격의식과 착취성이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을 피곤하게 만든 경쟁 상대에게 보복적이고 가학적인 행동을 취하게 한다는 사실을 밝혔다(Reidy et al., 2008). 자신이 당연히 가져야 할 무엇을 방해하는 이들을 철저히 응징하겠다는 행동 패턴이 읽히는 부분이다. 연구자들은 ‘비대한 자아’가 쓸데없이 과한 공격성을 북돋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렇다면 과한 자격의식은 어디로부터 온 걸까? 한때 한국 사회에서는 부인이 남편 기를 살려줘야 한다는 말을 쓰던 때가 있었다. 어느 특정 성별은 기를 북도움 ‘받아야’ 하는 존재, 다른 성별은 기를 북돋는데 사용되는 존재라고 정의해온 우리 사회의 관습이 어쩌면 여성을 향한 자격의식과 그로 인한 피해의식을 키웠을 지 모른다. 결국 이성으로부터 좋은 대접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은 역설적으로 작은 일에도 쉽게 무시당했다는 생각을 갖게 하고 공격적 태도로 이어진 게 아닌지 안타까울 뿐이다. 

 

참고자료

Bushman, B. J., & Baumeister, R. F. (1998). Threatened egotism, narcissism, self-esteem, and direct and displaced aggression: Does self-love or self-hate lead to violence?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75, 219–229.

Bushman, B. J., Bonacci, A. M., Van Dijk, M., & Baumeister, R. F. (2003). Narcissism, sexual refusal, and aggression: Testing a narcissistic reactance model of sexual coercion. Personality Processes and Individual Differences, 84, 1027–1040.

Reidy, D. E., Zeichner, A., Foster, J. D., & Martinez, M. A. (2008). Effects of narcissistic entitlement and exploitativeness on human physical aggression. Personality and Individual Differences44, 865-875.

Ryan, K. M. (2004). Further evidence for a cognitive component of rape. Aggression and Violent Behavior, 9, 579–604

 

※필자소개
박진영.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를 썼다. 삶에 도움이 되는 심리학 연구를 알기 쉽고 공감 가게 풀어낸 책을 통해 독자들과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지뇽뇽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에서 자기 자신에게 친절해지는 법과 겸손, 마음 챙김 등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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