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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기의 과학카페] 멘델레예프는 왜 희토류 원소를 싫어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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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기의 과학카페] 멘델레예프는 왜 희토류 원소를 싫어했을까

2019.02.19 17:45
희토류(稀土類, rare earth metals)란 주기율표의 스칸듐, 이트륨, 란타넘족이라 부르는 원소 15개를 통칭해 부르는 이름이다. 원소를 분리하기 어려워 순수한 상태로 존재하는 양이 적은 원소를 뜻한다. 사진은 희토류를 수출하기 위해 중국 장쑤성 롄윈강(연운항)항구에 대기중인 모습. 연합뉴스
희토류(稀土類, rare earth metals)란 주기율표의 스칸듐, 이트륨, 란타넘족이라 부르는 원소 15개를 통칭해 부르는 이름이다. 원소를 분리하기 어려워 순수한 상태로 존재하는 양이 적은 원소를 뜻한다. 사진은 희토류를 수출하기 위해 중국 장쑤성 롄윈강(연운항)항구에 대기중인 모습. 연합뉴스

우리가 화학을 공부하는 한 세상에는 주기율표가 존재할 것이다. - 존 엠슬리

 

러시아의 화학자 드미트리 멘델레예프가 주기율표를 만든 지 150년이 되는 2019년은 유엔이 정한 ‘국제 주기율표의 해’다. 주간 과학저널인 ‘네이처’와 ‘사이언스’는 라이벌답게 같은 주(각각 1월 31일자와 2월 1일자)에 주기율표를 특집으로 해 표지를 장식했다.

 

그런데 내용은 사뭇 다르다. ‘네이처’는 일반 독자를 대상으로 주기율표에 얽힌 뒷얘기 위주로 꾸민 반면 ‘사이언스’는 전문가를 대상으로 주기율표와 간접적으로 연관된 리뷰논문 여러 편을 실었다. 이 가운데 희토류 원소에 대한 리뷰에 눈길이 갔다. 특이한 제목 때문이다.

 

‘희토류 원소: 멘델레예프의 골칫거리, 현대의 경이(Rare earth elements: Mendeleev’s bane, modern marvels)’다. 최근 희토류 원소의 쓸모가 점점 더 늘어나면서 이를 두고 ‘현대의 경이’라고 표현하는 건 이해가 가는데 멘델레예프의 골칫거리였다는 건 무슨 말일까.

 

1869년 멘델레예프가 주기율표를 만들 때 골칫거리였던 희토류 원소가 15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화학자들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1890년대 멘델레예프의 모습이다. 위키피디아 제공
1869년 멘델레예프가 주기율표를 만들 때 골칫거리였던 희토류 원소가 15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화학자들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1890년대 멘델레예프의 모습이다. 위키피디아 제공

 

주기율표에 대한 열정 식게 만들어

 

희토류 원소는 주기율표에서 3족에 있는 원소인 스칸듐(Sc), 이트륨(Y)과 란타넘족(lanthanide)이라고 부르는 원소 15개를 통칭해 부르는 이름이다. 희토류를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땅(지각)에 희귀하게 존재하는 원소이지만 이는 잘못된 표현이다(물론 그런 원소들도 여럿 있다). 이보다는 원소를 분리하기가 어려워, 순수한 상태로 존재하는 양이 적은 원소들이다.

 

1869년 멘델레예프가 발표한 주기율표에 등장한 63가지 원소 가운데 희토류는 여섯 가지였다. 그나마 란타넘(La)과 세륨(Ce), 이트륨(Y) 세 가지만이 진짜 원소였고 나머지 세 가지는 훗날 여러 희토류 원소의 혼합물로 밝혀졌다. 그만큼 희토류 원소들은 물리화학적 특성이 비슷하다는 말이다.

 

원소별로 카드를 만들어 각각의 물리화학적 특성을 찬찬히 살펴보다가 주기성을 발견하고 주기율표를 만든 멘델레예프에게 서로 특성이 비슷한 희토류 원소 6종(실은 3종)은 골칫거리였다. 주기율표에서 한 자리에 한 원소만 넣어야 하는데 희토류 원소를 이렇게 배치하면 원자량 차이가 주기성을 띤다고 하기에는 너무 작았다.

 

리뷰논문에 따르면 1871년 주기율표 개정판을 발표한 이후 멘델레예프가 주기율표 연구에 열정이 식은 것도 희토류 원소가 주된 이유라고 한다. 결국 멘델레예프는 체코의 화학자 보후슬라프 브라우네르에게 희토류 원소 연구를 떠넘겼다.

 

그런데 ‘네이처’에 실린 미국 LA 캘리포니아대의 화학사가 에릭 셰리 교수의 글을 보니 희토류 원소들이 여전히 화학자들을 괴롭히고 있다고 한다. 그것도 주기율표에 들어갈 위치 때문이다. 멘델레예프의 고민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는 말이다.

 

아직 공인된 주기율표 없어

 

아래는 화학 분야의 각종 표준을 제정하고 있는 국제순수・응용화학연합(IUPAC) 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주기율표로 우리가 교과서에서 본 익숙한 형태다. 세 번째 열(3족)에 스칸듐(Sc)과 이트륨(Y)이 보이고 그 아래 두 칸은 한 원소의 이름이 아니라 ‘57-71 란타넘족’과 ‘89-103 악티늄족’이라고 표시돼 있다.

 

국제순수・응용화학연합(IUPAC) 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주기율표로 세 번째 열(3족) 스칸듐(Sc)과 이트륨(Y) 아래 두 칸에 원소의 이름이 아니라 각각 ‘57-71 란타넘족’과 ‘89-103 악티늄족’이라고 표시돼 있다. 즉 비워뒀다는 말이다. IUPAC 제공
국제순수・응용화학연합(IUPAC) 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주기율표로 세 번째 열(3족) 스칸듐(Sc)과 이트륨(Y) 아래 두 칸에 원소의 이름이 아니라 각각 ‘57-71 란타넘족’과 ‘89-103 악티늄족’이라고 표시돼 있다. 즉 비워뒀다는 말이다. IUPAC 제공

그리고 주기율표 아래쪽에 별도로 각각 같은 색이 칠해진 15개로 이뤄진 원소들이 두 줄로 배치돼 있다. 위가 란타넘족에 속하는 15가지 원소들(바로 희토류다)이고 아래가 악티늄족에 속하는 15가지 원소들이다. 

 

그러나 이 주기율표는 IUPAC의 공식 주기율표가 아니다. 놀랍게도 IUPAC은 화학의 가장 기본인 주기율표에 대해 어떤 지침도 내놓지 않은 상태다. 그 결과 오늘날 화학교재조차 여러 형태의 주기율표가 혼재돼 있는데 주로 세 가지 가운데 하나다.

 

먼저 IUPAC가 쓰고 있는 주기율표로 우리나라 고등학교 교과서도 채택하고 있다. 대한화학회 역시 이 주기율표를 택하고 있지만 IUPAC과는 달리 ‘표준주기율표’라고 권위를 부여했다. 3족 스칸듐(Sc)과 이트륨(Y) 아래 두 칸에 들어갈 원소를 정하지 않은 형태로 이하 ‘미지정 주기율표’라고 부른다.

 

다음으로 스칸듐(Sc)과 이트륨(Y) 아래 란타넘(La)과 악티늄(Ac)이 들어간 형태다. 이 경우 주기율표 아래쪽에 각각 14개로 이뤄진 원소들이 두 줄로 배치돼 있다. 위의 15개에서 각각 란타넘과 악티늄이 빠졌기 때문이다. 아래는 위키백과의 주기율표 항목에 나오는 주기율표로 이하 ‘란타넘·악티늄 주기율표’라고 부른다. 

 

위키백과의 주기율표 항목에 나오는 주기율표로 3족 스칸듐(Sc)과 이트륨(Y) 아래 란타넘(La)과 악티늄(Ac)이 들어간 형태다. 위키피디아 제공
위키백과의 주기율표 항목에 나오는 주기율표로 3족 스칸듐(Sc)과 이트륨(Y) 아래 란타넘(La)과 악티늄(Ac)이 들어간 형태다. 위키피디아 제공

끝으로 스칸듐(Sc)과 이트륨(Y) 아래 루테튬(Lu)과 로렌슘(Lr)이 들어간 형태다. 역시 주기율표 아래쪽에 각각 14개로 이뤄진 원소들이 두 줄로 배치돼 있다. 이번엔 IUPAC의 15개에서 각각 루테튬과 로렌슘이 빠졌다. 아래는 필자가 화학 관련 글을 쓸 때 종종 참고하는 존 엠슬리의 책 ‘Nature’s Building Blocks(자연의 벽돌)’에 나오는 주기율표로 이하 ‘루테튬·로렌슘 주기율표’라고 부른다. 

 

영국 화학자 존 엠슬리의 책 ‘Nature’s Building Blocks(자연의 벽돌)’(2001년 출간)에 나오는 주기율표로 3족 스칸듐(Sc)과 이트륨(Y) 아래 루테튬(Lu)과 로렌슘(Lr)이 들어간 형태다. 수소(H)와 헬륨(He)을 오른쪽 위에 따로 배치했다. 강석기 제공
영국 화학자 존 엠슬리의 책 ‘Nature’s Building Blocks(자연의 벽돌)’(2001년 출간)에 나오는 주기율표로 3족 스칸듐(Sc)과 이트륨(Y) 아래 루테튬(Lu)과 로렌슘(Lr)이 들어간 형태다. 수소(H)와 헬륨(He)을 오른쪽 위에 따로 배치했다. 강석기 제공

IUPAC은 이런 혼란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보고 2015년 12월 이 문제를 해결할 소위원회를 구성했는데 위원장이 바로 에릭 세리 교수다. 올해로 4년차임에도 아직 결론을 내지리 못한 것을 보면 쉬운 문제가 아닌가 보다. 세리 교수의 이번 글과 이전에 다른 곳에 기고한 글들을 바탕으로 ‘주기율표 3족 논란’에 대해 좀 더 알아보자.

 

현대 주기율표는 양자역학의 성과

 

150년 전 멘델레예프는 원자량에 따라 원소를 배치한 뒤 물리화학적 특성을 살펴보다가 주기성을 발견하고 주기율표를 만들었다. 그러나 정작 원소들의 특성이 왜 주기성을 띠는지는 몰랐다. 원자가 원자핵과 전자로 이뤄져 있다는 사실이 한참 뒤에 밝혀졌기 때문이다.

 

1913년 영국의 물리학자 헨리 모즐리는 원소의 정체성이 원자량이 아니라 양성자의 개수에서 온다는 사실을 밝혔다. 양성자의 개수가 원자번호라는 말이다. 모즐리의 제안에 따라 1915년 무렵 만든 아래 주기율표를 보면 오늘날 ‘란타넘·악티늄 주기율표’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다. 당시 85가지 원소가 밝혀진 상태에서 천연 원소 가운데 가장 큰 우라늄(U)의 원자번호가 92였기 때문에 나머지 7개 원소(빈칸)를 찾는 연구가 치열하게 벌어졌다. 

 

헨리 모즐리가 원소의 정체성이 양성자의 개수에서 온다는 사실을 밝힌 이후 1915년 무렵 나온 주기율표로 3족 스칸듐(Sc)과 이트륨(Y) 아래 란타넘(La)과 악티늄(Ac)이 보인다. 오늘날 주기율표와는 달리 토륨(Th)이 4족, 우라늄(U)이 6족에 배치돼 있다. ‘Chemistry International’ 제공
헨리 모즐리가 원소의 정체성이 양성자의 개수에서 온다는 사실을 밝힌 이후 1915년 무렵 나온 주기율표로 3족 스칸듐(Sc)과 이트륨(Y) 아래 란타넘(La)과 악티늄(Ac)이 보인다. 오늘날 주기율표와는 달리 토륨(Th)이 4족, 우라늄(U)이 6족에 배치돼 있다. ‘Chemistry International’ 제공

비슷한 시기 덴마크의 물리학자 닐스 보어는 수소원자의 스펙트럼을 해석하는 과정에서 전자가 불연속적인 에너지 상태로만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전자껍질 개념을 제시한다.

 

독일의 물리학자 아르놀트 조머펠트는 보어의 전자껍질(주양자수)이 오비탈(부양자수)로 세분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 뒤 영국의 물리학자 에드먼드 스토너는 원자 스펙트럼을 제대로 설명하려면 이를 또 세분해야 함을 보였다. 1924년 오스트리아의 물리학자 볼프강 파울리는 전자 스핀의 개념을 고안했다.

 

이 네 가지를 고려해 각 원소에서 전자를 채우면 주기율표가 드러내는 원소의 물리화학적 특성의 주기성을 완벽하게 설명할 수 있다. 화학으로 들어가는 비밀의 열쇠를 양자역학을 쥐고 있었던 셈이다.

 

먼저 첫 번째 껍질(1)은 1s 오비탈만 있고 전자가 두 개까지 들어갈 수 있다. 하나가 수소(H), 둘이 헬륨(He)이다. 두 번째 껍질(2)은 2s 오비탈과 2p 오비탈이 있는데, 전자가 각각 두 개, 여섯 개까지 들어갈 수 있다. s 오비탈이 먼저 채워지고 나서 p 오비탈이 채워진다. 두 번째 껍질이 다 채워진 게 바로 네온(Ne)의 전자배치다(1s(2), 2s(2), 2p(6)).

 

세 번째 껍질(3)은 3s 오비탈과 3p 오비탈, 3d 오비탈이 있는데, 전자가 각각 두 개, 여섯 개, 열 개까지 들어갈 수 있다. 3p 오비탈까지 다 채워진 게 아르곤(Ar)의 전자배치다(1s(2), 2s(2), 2p(6), 3s(2), 3p(6)).

 

아르곤 다음의 원소인 칼륨(K)부터는 3d 오비탈이 채워져야 할 것 같은데 네 번째 껍질(4)의 4s 오비탈이 먼저 채워진다. 양자역학 계산에 따르면 이게 3d 오비탈보다 더 안정하기 때문이다. 4s 오비탈이 다 채워진 뒤에야 3d 오비탈이 채워지기 시작한다. 희토류 원소인 스칸듐(Sc)이 출발점이다(1s(2), 2s(2), 2p(6), 3s(2), 3p(6), 3d(1), 4s(2)).

 

독일의 물리학자 에르빈 마델룽은 이를 일반화한 ‘마델룽 규칙(Madelung rule)’을 제안했다. 이에 따르면 오비탈이 채워지는 순서는 다음과 같다.

 

1s, 2s, 2p, 3s, 3p, 4s, 3d, 4p, 5s, 4d, 5p, 6s, 4f, 5d, 6p, 7s, 5f, 6d, 7p

 

1920년대 양자역학이 눈부시게 발전하면서 원자의 전자배치를 이론적으로 설명할 수 있게 됐다. 이를 한눈에 볼 수게 정리한 것이 ‘마델룽 규칙’으로 전자껍질과 오비탈에 전자가 들어가는 순서를 보여주고 있다. 위키피디아 제공
1920년대 양자역학이 눈부시게 발전하면서 원자의 전자배치를 이론적으로 설명할 수 있게 됐다. 이를 한눈에 볼 수게 정리한 것이 ‘마델룽 규칙’으로 전자껍질과 오비탈에 전자가 들어가는 순서를 보여주고 있다. 위키피디아 제공

오늘날 주기율표의 구조는 전자껍질(주양자수)과 오비탈(부양자수)에 마델룽 규칙을 적용한 산물이다. 1-2족은 s 블록(block)으로 s 오비탈이 채워지는 과정이고, 3-12족은 d 블록으로 d 오비탈이 채워지는 과정이다(따라서 세 번째 줄(3주기)까지 공간이 비어있다). 13-18족은 p 블록으로 p 오비탈이 채워지는 과정이다.

 

한편 마델룽 규칙에 따르면 6s 오비탈까지 다 채워진 원소인 바륨(Ba) 다음에 오는 란타넘(La)부터 4f 오비탈이 채워지기 시작해 이터븀(Yb)에서 14개가 다 들어찬다. 그리고 루테튬(Lu)부터 5d 오비탈이 채워지기 시작한다. 주기율표에서 d 오비탈에 전자가 하나 채워진 3족의 세 번째 자리에는 란타넘이 아니라 루테튬이 들어가야 한다는 말이다. 바로 ‘루테튬·로렌슘 주기율표’의 등장이다.

 

2족인 바륨(Ba) 다음에 오는 란타넘(La)부터 이터븀(Yb)까지 14개 원소에서 4f 오비탈이 채워지고 난 다음에 3족인 루테튬(Lu)이 나온다. s 블록과 d 블록 사이에 원소 14개로 이뤄진 f 블록을 끼워 넣어야 하는데, 이렇게 하면 주기율표가 18개 열에서 32개 열로 늘어난다. 

 

사실 오늘날 주기율표는 32개 열로 이뤄져 있는데, 한 페이지에 이를 그대로 쓰면 글자가 너무 작아진다. 따라서 불과 두 줄인 f 블록 14개 열을 아래로 뺀 것이다. 다만 ‘미결정 주기율표’는 3족의 칸을 비워뒀기 때문에 아래로 뺀 게 15개 열이다(f 블록 14개 열 + 1). 

 

마델룽 규칙을 벗어난 실험결과

 

f 블록을 포함하면 주기율표는 18개 열에서 32개 열로 늘어난다. 맨 위는 마델룽 규칙에 따른 ‘루테튬(Lu)·로렌슘(Lr) 주기율표’로 f 블록 14개 열이 s 블록(1-2족)과 d 블록(3-12족) 사이에 들어간다. 반면 ‘란타넘(La)·악티늄(Ac) 주기율표’를 32개 열로 표시할 경우 f 블록을 s 블록과 d 블록 사이에 넣으면 원자번호 순서대로 배치되지 않는다(71Lu 다음에 57La가 오고 103Lr 다음에 89Ac가 온다)(가운데). 원자번호 순서대로 배치하면 f 블록이 d 블록을 깨고 들어가는 꼴이 된다(아래). Chemistry International 제공
f 블록을 포함하면 주기율표는 18개 열에서 32개 열로 늘어난다. 맨 위는 마델룽 규칙에 따른 ‘루테튬(Lu)·로렌슘(Lr) 주기율표’로 f 블록 14개 열이 s 블록(1-2족)과 d 블록(3-12족) 사이에 들어간다. 반면 ‘란타넘(La)·악티늄(Ac) 주기율표’를 32개 열로 표시할 경우 f 블록을 s 블록과 d 블록 사이에 넣으면 원자번호 순서대로 배치되지 않는다(71Lu 다음에 57La가 오고 103Lr 다음에 89Ac가 온다)(가운데). 원자번호 순서대로 배치하면 f 블록이 d 블록을 깨고 들어가는 꼴이 된다(아래). Chemistry International 제공

이처럼 양자역학이 주기율표의 구조를 완벽하게 짜놓았음에도 왜 IUPAC은 여전히 ‘미결정 주기율표’를 쓰고 있는 것일까. 

 

스펙트럼 실험결과 란타넘(La)과 악티늄(Ac)의 전자배치가 마델룽 규칙을 따르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마델룽 규칙에 따르면 란타넘은 [Xe]4f(1)6s(2)이어야 하지만([Xe]은 제논(Xe)의 전자껍질까지 채워졌다는 의미다), 실제로는 [Xe]5d(1)6s(2)다. 4f 오비탈보다 5d 오비탈에 먼저 전자가 채워진다는 말이다. 

 

악티늄 역시 마델룽 규칙에 따르면 [Rn]5f(1)7s(2)이어야 하지만([Rn]은 라돈(Rn)의 전자껍질까지 채워졌다는 의미다), 실제로는 [Rn]6d(1)7s(2)다. 5f 오비탈보다 6d 오비탈에 먼저 전자가 채워진다.

 

원자번호가 커질수록 바깥쪽 오비탈의 에너지 차이가 미미해지기 때문에 이처럼 마델룽 규칙을 벗어나는 배치가 나오는 것이다. f 오비탈에 전자가 없는 란타넘(La)과 악티늄(Ac)을 f 블록에 넣는 건 이상한 데다, 이들 원소의 d 오비탈에 전자가 하나 채워져 있으므로 3족에 그냥 두는 게 맞다는 주장이 우세했다.

 

그럼에도 ‘란타넘·악티늄 주기율표’는 미학적으로뿐만 아니라 구조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4f 블록이 세륨(Ce)에서 시작해 루테튬(Lu)에서 끝난다는 건 32개 열 주기율표에서 3족과 4족 사이에 f 블록이 들어가야 한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d 블록이 쪼개져야 한다.

 

그리고 원소 각각의 입장에서도 프라세오디뮴(Pr)부터는 d 블록에서 한 칸씩 당겨 위치하는 꼴이 된다. 세륨(Ce)의 전자배치는 [Xe]4f(1)5d(1)6s(2)로 4f 블록의 첫 번째 칸이 맞지만 그 다음인 프라세오디뮴부터 전자배치가 다시 마델룽 규칙을 따르기 때문이다(프라세오디뮴은 [Xe]4f(3)6s(2)). 즉 앞의 두 개의 예외에 맞추다 보면 뒤의 12개는 한 칸씩 당겨지고 d 블록의 마지막 칸을 3족에 있어야 할 루테튬이 채우는 셈이다.

 

사실 3족의 세 번째와 네 번째 칸을 란타넘(La)과 악티늄(Ac)으로 채워야 하냐, 루테튬(Lu)과 로렌슘(Lr)으로 채워야 하냐는 일반인은 물론 대다수 화학자들에게도 별로 중요하지 않은(또는 관심이 없는) 주제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멘델레예프가 주기율표를 제안하고 150년이 지난 시점에서도 여전히 화학자들이 공인된 주기율표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건 좀 의아한 일이다.

 

사실 필자는 주기율표에 이런 문제가 있는지도 몰랐는데 이번에 관련 문헌을 읽어본 결과 주기율표에서 d 오비탈 블록이 깨지지 않는 ‘루테튬·로렌슘 주기율표’가 더 낫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f 오비탈에 전자가 없으면서도 f 블록에 속하는 란타넘과 악티늄, 토륨(Th. [Rn]6d(2)7s(2))은 예외라고 표시하면 되지 않을까. 

 

올해가 가기 전에 IUPAC이 어떤 식으로든 결론을 내리길 바란다.

 

PS. 3족 문제에 대해 의견이 있는 독자는 영국왕립화학회(chemistryworld@rsc.org)로 이메일을 보내면 IUPAC 소위원회로 전달한다고 한다.

 

 

※ 필자소개
강석기 과학칼럼니스트 (kangsukki@gmail.com) LG생활건강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했으며, 2000년부터 2012년까지 동아사이언스에서 기자로 일했다. 2012년 9월부터 프리랜서 작가로 지내고 있다. 지은 책으로 《강석기의 과학카페》(1~7권),《생명과학의 기원을 찾아서》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 《반물질》, 《가슴이야기》, 《프루프: 술의 과학》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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