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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융합 3파전…한국 인공태양이 최종 승자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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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융합 3파전…한국 인공태양이 최종 승자될까

2019.02.21 12:00
KSTAR 내 플라스마 움직임을 나타낸 3차원 그림. 붉은색은 양(+)의 전류, 푸른색은 음(-)의 전류를 띤 플라스마를 나타낸다. 네이처 피직스 제공
KSTAR 내 플라스마 움직임을 나타낸 3차원 그림. 붉은색은 양(+)의 전류, 푸른색은 음(-)의 전류를 띤 플라스마를 나타낸다. 네이처 피직스 제공

“현재로서는 한국의 핵융합 실험장비 ‘KSTAR(한국형초전도핵융합실험장치)’가 채택하고 있는 ‘토카막’ 방식이 가장 좋은 성과를 내고 있고 유력한 상용 핵융합 후보 기술입니다. 하지만 다른 방식의 역시 가능성이 출중해 연구의 끈을 놓을 수 없습니다.”


이달 2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KSTAR 운영 10주년 기념 학술대회에 참석한 해외 핵융합 국제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토카막 방식의 핵융합 방식이 대세”라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천하통일’이라고 하기엔 아직 이르다. 다른 방식의 핵융합 기술에 대해서도 “가능성을 완전히 무시할 수 없어 대안 기술로 연구해 둘 필요가 있다”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핵융합은 원소, 특히 수소 원자의 핵을 강제로 융합시켜 에너지를 얻는 미래 기술이다. 매우 높은 온도에서 수소 동위원소(핵의 내부 구성이 조금 다른 원소)나 헬륨 동위원소를 핵과 전자로 분리시킨 ‘플라스마’ 상태로 만든 뒤, 핵끼리 서로 결합시켜 보다 무거운 다른 원소(헬륨 등)를 만들어 에너지를 생산한다. 핵이 융합되는 과정에서 약간의 질량이 줄어드는데, 이 줄어든 질량이 아인슈타인의 ‘에너지와 질량은 서로 변할 수 있다’는 법칙에 따라 막대한 에너지로 바뀌는 게 원리다.


이론상 핵융합은 매우 명쾌하고 아름다운 기술이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 최소 1억 도 이상의 초고온을 만들고 유지하며, 야생마처럼 날뛰는 핵과 전자를 그 초고온 상태 안에 가둬 정교하게 통제까지 해야 한다. 사람의 힘은 물론 일반적인 기계로도 불가능하기에, 과학자와 공학자들은 1900년대 중반부터 기상천외한 방법을 동원해 시도해 왔다. 크게 세 가지가 있다.


미국국립점화연구소(NIF)는 레이저를 이용한 핵융합 실험 시설을 2009년 완성해 2011년부터 실험했다. 높이 25m, 너비 914m의 공간 내부에 강력한 레이저를 발사할 수 있는 장치를 192개 넣는다. 이 많은 레이저 발사장치의 ‘총구’가 향하는 곳은 단 한 곳, 실험실 한가운데 지점이다. 이곳으로 ‘펠릿’이라고 부르는 총알 비슷한 어른 새끼 손가락 크기의 작은 캔을 떨어뜨리는데, 정가운데에 펠릿이 위치할 때마다 사방의 192개 장비가 동시에 자외선 레이저를 뿜어 펠릿을 태운다. 펠릿이 받는 에너지는 500조 와트에 달한다.


펠릿 안에는 수소보다 질량이 두 배 큰 동위원소인 ‘중수소’와 세 배 큰 ‘삼중수소’가 갇혀 있다. 펠릿 안으로 레이저가 들어가면 내부 벽에 반사하면서 강력한 엑스선을 방출시킨다. 내부의 온도는 순간적으로 최대 4000만 도까지 올라간다. 곧 내부 폭발이 일어나는데, 바깥을 향해 터지는는 게 아니라 좁은 공간 안쪽으로 무너져 내리는 ‘내파’가 일어난다. 부피가 10만 분의 1 이하로 쪼그라들면서 내부에 별의 중심부와 같은 초고밀도 상태가 만들어진다. 여기에서 핵융합이 일어난다.


큰 기대를 모았지만, 레이저 핵융합 연구는 최근 소강상태다. NIF도 최근에는 다른 핵물리학 기초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스티븐 콜리 미국 프린스턴플라스마물리연구소 소장은 “강한 폭발을 일으키는 과정 등이 어려워서 성능이 토카막에 비해 떨어진다”며 “현재로서는 현실화할 수 없는 방식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국국립점화시설(NIF)의 레이저 핵융합 장비는 한가운데에 연료를 담은 캔(펠릿)을 두고 레이저로 초고온 상태를 만들어 내폭을 유도해 핵융합을 한다. 미국국립점화시설(NIF) 제공
미국국립점화시설(NIF)의 레이저 핵융합 장비는 한가운데에 연료를 담은 캔(펠릿)을 두고 레이저로 초고온 상태를 만들어 내폭을 유도해 핵융합을 한다. 미국국립점화시설(NIF) 제공


두 번째 후보는 ‘스텔러레이터’라고 부르는 방식이다. 일본이 대규모 스텔러레이터인 ‘LHD’를 운영하고 있고, 독일 역시 W7-X라는 실험장비를 운영하고 있다. 유럽의 핵융합 프로젝트인 유로퓨전의 토니 도네 프로그램 매니저는 “현재 가장 유력하고 많이 발전한 방식인 토카막 방식이 상용화로 연결되지 않을 때를 대비해 백업으로 연구하고 있다”며 “토카막과는 장단점이 달라 아직은 연구의 끈을 놓을 수 없다”고 말했다.


스텔러레이터는 꽈배기처럼 매우 복잡하게 꼬인 구조를 지닌 장치 내부의 텅 빈 공간에 플라스마를 가둔다. 여기서도 수천만~수억 도의 플라스마는 야생마처럼 날뛴다. 말에게 원형의 경마용 경기장을 내주고 마음껏 달리게 하듯, 이 플라스마에게 빙글빙글 도는 공간을 만들어 주는 방식이 스텔러레이터다. 이 때 야생마가 그냥은 원형 ‘트랙’을 따라 돌지 않기 때문에, 실제로는 꽈배기처럼 나선형으로 트랙을 꼬아 그 위를 달리게 해야 한다. 스텔러레이터는 꽈배기 모양으로 꼬인 도체 코일을 이용해 전류를 흘려 전기적 성질을 띤 플라스마를 유도해 움직이게 한다.


KSTAR가 채택하고 있는 토카막은 스텔러레이터와 이란성 쌍둥이다. 야생마에게 트랙을 내 줘 달리게 하고, 당근을 매달아 뛰게 만드는 것까지 똑같다. 다만 트랙 자체는 꽈배기 모양이 아니라 평범한 육상 트랙이라는 점이 다르다. 대신 자기장을 잘 조절해 유도자기장을 만들면 플라스마를 통제할 수 있다.


스텔러레이터와 토카막은 장단점이 각각 다르다. 스텔러레이터는 롤러코스터처럼 장비 자체가 나선형의 복잡한 구조를 갖는다. 설계하기도, 만들기도 어려워 발전이 더뎠다. 대신 플라스마를 오래 유지시키거나 안정적으로 통제하기가 상대적으로 쉽다. 토카막은 구조가 단순한 도넛 모양에 전자석이 몇 개 추가된 형태다. 형태는 간단하지만, 플라스마를 유지하고 조절하기가 까다롭다.

 

독일의 스텔러레이터 W7-X의 내부 구조. 매우 복잡한 기하학적 구조를 보인다. 이런 복잡성 때문에 연구개발이 늦었지만, 최근 속도를 내고 있다. 막스플랑크플라스마물리연구소 제공
독일의 스텔러레이터 W7-X의 내부 구조. 매우 복잡한 기하학적 구조를 보인다. 이런 복잡성 때문에 연구개발이 늦었지만, 최근 속도를 내고 있다. 막스플랑크플라스마물리연구소 제공

이 가운데 먼저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은 단연 토카막이다. 핵융합 주요 연구 국가의 대표 핵융합 실험장치가 토카막인 이유다. 한국과 미국, EU, 일본, 중국, 인도, 러시아 7개국이 프랑스에 건설 중인 '국제핵융합실험로(ITER)’도 토카막이다. 가마다 유타카 일본 국립양자과학기술연구개발기구 나카 핵융합연구소 부소장은 “일본이 오래 연구 중인 스텔러레이터인 LHD보다 KSTAR의 성과가 더 좋은 게 현실”이라며 “만약을 대비해 연구 중이지만, 현재 핵융합 연구의 주류는 토카막임에 틀림이 없다”고 말했다.


이경수 ITER사무차장은 “마지막에 상용화될 장비가 무엇인지는 아직 모른다”며 “각각의 방식이 약점이 있다 보니 다른 방식도 짓고 서로 교류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인력 등에서 여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한국이) 모든 것을 다 하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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