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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의 사회심리학]삶의 기로에서 길을 찾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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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의 사회심리학]삶의 기로에서 길을 찾는 법

2019.02.23 10:00
삶의 기로에서 갈팡질팡할 때 내가 원하는 것을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삶의 기로에서 갈팡질팡할 때 내가 원하는 것을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삶의 기로에서 무엇을 선택해야할지 몰라 갈팡질팡할 때 ‘네 마음이 가는대로’ 선택하라는 조언을 듣곤 한다. 하지만 내 마음이 향하는 곳이 어디인지를 아는 것 또한 쉽지만은 않다. 어떻게 하면 이게 정말 내가 원해서 하는 건지, 아니면 남들이 다 좋다고 하니까 원하게 된 것인지 구분할 수 있을까? 한 가지 방법은 ‘평가 용이성’을 따져보는 것이다. 

 

어떤 보석을 받았다고 해 보자. 그런데 당신에게는 이 보석이 매우 생소해서 이게 보석인지 돌인지, 싸구려인지 진귀한 것인지 전혀 알 수 없다. 또는 와인을 선물 받았다고 해보자. 평소에 와인을 별로 즐기지 않는 당신은 이 와인 맛이 좋은지 아닌지 잘 모르겠다. 


여기서 등장한 생소한 보석, 와인은 당신에게 있어 평가 용이성이 ‘낮은’ 예이다. 누군가 옆에서 이게 얼마나 좋은지 상세하게 설명해 주거나 차이를 느낄 수 있는 ‘비교 대상’이 없으면 당신 혼자서는 이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얼마나 좋은 건지 잘 평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 시카고대의 심리학자 크리스토퍼 시 교수에 따르면 평가 용이성이란 ‘비교 대상이나 가르쳐주는 사람이 없을 때에도 그 물건이나 경험의 가치를 쉽게 평가할 수 있는 정도’를 말한다. 


보통 초콜릿이나 맛있는 음식, 따듯한 햇살, 선선한 바람, 꽃 향기 같이 본능적으로 기쁨을 주는 것들은 대부분의 사람에게 평가 용이성이 높은 것들이다.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굳이 비교하지 않아도 그냥 좋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좋은 건지 나쁜 건지 구분하는 테스터가 내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소중한 사람과의 즐거운 시간, 푹 빠져들 수 있는 책이나 영화를 발견하는 일, 혼자서도 즐길 수 있는 취미생활, 만들기, 운동 등 누가 뭐래도 그 자체로 배움과 성취감, 즐거움을 주는 다양한 일들이 평가 용이성이 높은 예다. 다른 말로 '내재적으로 평가 가능하다'고도 하는데, 다른 기준들 없이도 내 안에서, 혼자서도 평가 가능한 일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는 일은 내재적으로 평가 가능한 일인 경우가 많다. 당신을 행복하게 해 주는 일이 뭐냐고 묻는 것은 존재 자체로 당신에게 큰 행복감을 주는 것들에는 뭐가 있는지 묻는 것이기도 하다. 고흐에게 있어 그림 그리기 같이 ‘그냥 좋으니까 하는거지’라고 할 수 있는 것들 말이다. 


반면 내재적으로 평가 가능하지 않은 것들은 ‘비교’에 취약하단 단점이 있다. 그 자체로 내게 별다른 기쁨을 주지는 않지만 남들이 다 좋다고 하니까 추구하는 것들이 많을수록, 옆 사람이 더 좋은 걸 가지는 순간 내 것이 하찮아보이고 금새 불행해지는 늪에 빠지기 쉽다. 


크리스토퍼 시 교수는 2차대전 이후 많은 나라들이 엄청난 부의 증대를 이뤘는데도 불구하고 행복도는 제자리인 이스털린의 역설에 대해서도 겉모습은 크게 발전했지만 내재적으로 평가 가능한 일들은 되려 줄어들었거나 그것들을 추구할 시간이 줄어들었기 때문일 수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객관적인 조건은 좋아도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지옥 같거나 업무 성격이 극도로 지루한 직장의 경우 기대했던만큼 큰 행복감을 얻기는 어려운 것처럼 말이다. 


나의 경우 중요하지만 오래 묻혀있던 연구를 발굴하는 것, 그런 연구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독특한 사람들을 만나는 것, 마이너할지라도 내 취향의 영화를 발견하는 것, 맛있는 디저트를 발굴하는 것 등 대체로 배우고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고 흥미를 자극하는 것들, 궁금증을 해소해주는 것들, 지금껏 알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 알려주는 새로운 경험이 평가 용이성이 높다. 내 삶에서 평가 용이성이 높은 활동들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면 내 마음이 원하는 바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참고자료

Hsee, C. K., Hastie, R., & Chen, J. (2008). Hedonomics: Bridging decision research with happiness research. Perspectives on Psychological Science3, 224-243.

 

※필자소개
박진영.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를 썼다. 삶에 도움이 되는 심리학 연구를 알기 쉽고 공감 가게 풀어낸 책을 통해 독자들과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지뇽뇽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에서 자기 자신에게 친절해지는 법과 겸손, 마음 챙김 등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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