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바로가기본문바로가기

동아사이언스

"정년퇴직한 전문의들, 아프리카에서 할 일 많아요"

통합검색

"정년퇴직한 전문의들, 아프리카에서 할 일 많아요"

2019.03.09 06:00
허승곤 연세대 의대 신경외과 명예교수.
허승곤 연세대 의대 신경외과 명예교수.

지난 25일 서울 마포구에 있는 연세대 의대 건물 5층에서 허승곤 연세대 의대 신경외과 명예교수를 만났다. '머릿속의 시한폭탄'이라 불리는 뇌동맥류를 비롯해 뇌혈관질환 명의로 불리는 그의 명함에는 직책이 두 개 적혀 있다. '연세대 의대 신경외과 명예교수'와 '탄자니아 국립 무하스의대 부속병원 신경외과 초청교수'.

 

그는 지난해 1월 무하스의대로부터 3년간 초청을 받았다. 그가 일하는 터전인 무하스의대 부속병원은 기획재정부 대외경제협력기금 7650달러가 투입돼 설립됐다. 병상은 600개 규모다. 탄자니아 현지에서는 가장 크고 깨끗한 최신 의료시설이다. 탄자니아에 간 지도 지난 1월로써 만 1년이 됐다. 지난해 11월에는 첫 번째 현미경 수술에 성공했다. 그간 탄자니아에서의 의료봉사 생활이 궁금했다. 아프리카 의료봉사 현장에서 가장 절실한 것은 무엇인지도 들어 봤다.

 

2017년 11월 탄자니아에 설립된 무하스의대 부속병원. 허승곤 교수 제공
2017년 11월 탄자니아에 설립된 무하스의대 부속병원. 허승곤 교수 제공

아프리카에 의료봉사를 가야겠다고 결심한 것은 언제였나?


지금으로부터 약 40년 전, 의과대학을 다닐 때다. 내과나 일반외과, 소아과 등을 전공해 가능한 한 빨리 의료봉사를 가고 싶었다. 하지만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쳐 신경외과를 전공하게 됐다.

신경외과 전문의가 되자마자 은사인 이규창 교수가 학교(연세대 의대)로 돌아와 연구를 해보지 않겠냐고 권유했다. 의료봉사의 꿈을 마음 속 한 켠에 고이 접고 임상에 몰두했다. 그간 뇌동맥류를 비롯해 뇌혈관질환 환자 5000명 이상 수술을 했다. 

 

하지만 의료봉사에 대한 끈을 전부 놓은 것은 아니었다. 아프리카나 동남아 등 제3세계 의사들을 초청해 술기를 가르치는 교육을 하거나 2009년 안식년 동안 해외로 단기간 의료봉사를 다녀오기도 했다. 주로 뇌혈관수술법을 가르치는 봉사를 했다. 아프리카 탄자니아를 비롯해 앙골라와 스와질랜드, 아시아 몽골과 베트남, 캄보디아 등지를 다니면서 장기간 의료봉사를 할 기회가 찾아온다면 어디서 하면 좋을지 숙고했다.

 

2017년 2월 정년퇴직을 한 후 40년 동안 기다려왔던 큰 기회가 찾아왔다. 그 해 11월에 개원한 무하스의대 부속병원에서 나를 초청한 것이다.  건강하게 정년을 마치고 오랫동안 꿈 꿔왔던 의료봉사를 하게 돼 감사했다.

 

탄자니아 사람들. 허승곤 교수 제공
탄자니아 사람들. 허승곤 교수 제공

현재 탄자니아 국립병원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는가? 

 

탄자니아는 인구가 5200만~5300만 명으로 한국과 비슷하다. 하지만 전문의의 수가 턱없이 부족하다. 특히 신경외과 전문의는 나까지 포함해 고작 13명 뿐이다. 국내 신경외과 전문의는 2000명이 훌쩍 넘으니 탄자니아가 얼마나 열악한지 알 수 있다. 현실적으로 신경외과 수술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래서 내가 환자를 직접 수술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지 신경외과 전문의들이 '수술을 할 수 있는 인력'이 되도록 교육하는 일이 훨씬 더 중요하다. 내가 주요하게 교육하고 있는 것은 '현미경 수술'이다. 현미경을 통해 뇌종양을 제거하거나 혈관을 수술하는 방식이다. 지난해 11월 24일 첫 번째 현미경 수술을 진행했다.

 

의료봉사 현장에서 가장 절실한 것은 무엇인가?   

 

국내 병원처럼 환자에게 고급 치료를 해줄 수 없어 안타깝다. 아직까지 탄자니아에서 뇌혈관수술을 하지 못했다. 이곳은 경제수준이 너무 떨어지니까 사람들이 수술을 하더라도 장애없이 호전한다는 보장이 없이는 수술을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게다가 의료 보험이 되지 않아 수술을 하려면 수술에 필요한 재료들을 환자가 다 사서 입원해야 한다. 

 

의료장비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도 안타깝다. 현미경은 우리 병원 말고도 시내에 있는 국립병원이나 잔지바(Zanzibar) 섬에 있는 정부병원에도 마련돼 있다. 하지만 복강경, 내시경 같은 장비가 없어 최소 부위 절개 수술이나 로봇수술을 하지 못한다. 무조건 개복 또는 개두술을 해야 한다.

 

또 혈관처럼 미세한 부위도 관찰할 수 있는 조영 장비를 갖춰 뇌혈관수술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물론 이곳 신경외과 전문의들에게 뇌혈관수술 술기도 잘 가르쳐주고 싶다. 
 

 

무하스의대 부속병원에서 진료를 기다리고 있는 환자들. 허승곤 교수 제공
무하스의대 부속병원에서 진료를 기다리고 있는 환자들. 허승곤 교수 제공

어떤 사람들이 의료봉사를 오면 좋겠는가? 

 

현재 우리 병원에는 나와 남상균 충남대 산부인과 명예교수를 제외하고는 외국인 의사가 없고 모두 현지인 의사들이다. 전문의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모든 전공이 전반적으로 다 필요하지만, 수술과 수술 교육을 할 수 있는 외과 전문의가 많이 필요하다. 한국인 의사는 세계적으로 수술을 잘하기로 정평이 나 있기 때문에, 이곳에서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사실 젊은 의사들이 큰 포부를 갖고 아프리카에 장기간 의료봉사를 나오기는 쉽지 않다. 나는 정년퇴직한 각 과의 전문의들이 나왔으면 하는 소망이 있다. 각 과에서 이 병원이 잘 자리잡을 수 있도록 현지 의사들에게 교육시키면 얼마나 좋을까.

 

물론 의사나 간호사가 아니어도 의료봉사를 할 수 있다. 병원에서는 영상자료 판독이나 의무기록 등 진료나 수술 말고도 다양한 분야 전문가가 필요하다. IT(정보기술) 관련 전문가를 비롯해 임상병리, 의료기기 관련 기술자, 재활 분야 전문가 등이 의료봉사를 나오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제3세계에 장기적으로 살면서 봉사한다는 게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그래서 의료봉사의 꿈이 있다면, 먼저 단기간 의료봉사를 몇 번씩 다니면서 어느 나라에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알아보는 것도 좋다. 구체적인 계획이 선 다음 장기간 의료봉사를 나오는 것이 좋다.

 

허승곤 교수 제공
허승곤 교수 제공

이 기사가 괜찮으셨나요? 메일로 더 많은 기사를 받아보세요!

댓글 0

9 + 9 = 새로고침
###
    과학기술과 관련된 분야에서 소개할 만한 재미있는 이야기, 고발 소재 등이 있으면 주저하지 마시고, 알려주세요. 제보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