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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가가 뭐길래…의료 현장 보급 가시밭길 ‘AI 영상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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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가가 뭐길래…의료 현장 보급 가시밭길 ‘AI 영상의료’

2019.02.27 07:54
 

의료 진단 현장에 AI를 도입해 영상자료 판독 정확도를 높이는 '영상의료 AI' 기술이 활발히 연구되며 이를 제품화한 기업까지 등장하고 있지만, 정작 의료 현장 도입은 늦어지고 있다. 새로 등장한 의료기술에 대한 해석과 정부지원(수가) 추가 여부를 놓고 정부와 기업이 이견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기존 의료행위를 보조하는 수단이라 추가 수가 제공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기업은 새로운 의료기술로 인정해 수가를 높여야 본격적으로 의료 현장에 도입할 수 있다고 맞서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지난해 5월, X선 영상을 바탕으로 어린이 손가락 뼈의 나이를 판독하는 AI 영상의료 제품 ‘뷰노메드 본에이지’(뷰노)를 시작으로 총 4종의 기기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의료기기 판매승인을 받았다. 일부는 현장에서도 쓰이고 있다. 서울대병원이 폐결정 판독을 돕는 AI인 '루닛 인사이트’(루닛)를 이용하고 있는 게 대표적이다. 김휘영 연세대 의대 영상의학과 연구교수는 “판독 속도가 빨라 응급의학과 등의 만족도가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미국 역시 식품의약국(FDA)이 의료기기 승인을 하며 사용 가속화 단계에 돌입했다.


비록 의료기기 승인을 받았지만, 판매는 개점휴업 상태다. 진단과 판독을 의사만 할 수 있어 병원 구매 외에는 판로가 막혀 있는데, 현재 정부지원(수가) 체계에서는 병원이 구매할 동기가 애매해서다. 병원 입장에서 AI 프로그램 도입이라는 ‘비용’을 감내하려면 신기술에 대한 추가 정부지원(수가)이 필수라고 기업은 주장한다. 하지만 정부는 영상의학 AI가 기존 의사의 업무를 보조하는 소프트웨어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관건은 이 기술이 ‘신의료기술’인지 여부다. 신의료기술 인정 여부에 따라 기존 수가 외에 가산료 등 추가 보상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AI 의료기기가 별도의 급여 보상을 받으려면 수가를 이미 받는 기존 검사에 ‘가산료’ 형태로 보상을 받거나, ‘별도의 의료행위’로 신설돼야 하는데 어느 경우든 신의료기술로 인정을 받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현재 AI 의료기기가 신의료기술 평가 대상도 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현재 의료 수가 결정 체계는 여러 단계에 걸쳐 기술의 신기술 여부를 평가한다. 식약처가 의료기기 판매 승인을 내리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이 그 기술이 기존 건강보험권에 있는지 판정해 있으면 ‘기존기술’ 없으면 ‘신의료기술 평가 대상’으로 분류한다.

 

일단 신의료기술 평가 대상이 되면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에서 신의료기술 평가를 한다. 여기서 인정 받아야 비로소 신의료기술이 된다. 김진호 NECA 평가사업협력팀장은 “한 해 의료기기 판매 승인은 8000~9000건에 이르는데, 신의료기기는 200건(2.5%)이 채 안 될 정도로 매우 소수”라고 말했다. 신의료기술로 인정되면 다시 심평원 의료행위전문평가위원회가 급여 또는 비급여 여부를 판단한다. 수가는 그에 따라 지원된다. 


현재 AI 영상의학 기기들은 모두 심평원이 기존기술로 분류한 상태로, NECA의 신의료기기 평가에 지원조차 이뤄지지 못했다. 김 팀장은 “의사가 영상을 보고 판독 및 진단을 하는데, 영상을 보는 과정을 소프트웨어가 대신해 주는 것으로 기존 방법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판단한 듯 하다”고 설명했다. 


전문가와 기업은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영상의료 AI 기술은 국내에 전문가도 많지 않은 새로운 분야인데 기존기술로 분류된다니 의아하다는 분위기다. 더구나 신의료기술로 인정 받으려면 기업이 스스로 효과를 입증하라는 요구에 더 혼란스러워지고 있다. 김 교수는 “심평원의 최근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AI 의료기기가 신의료기술 평가 대상이 되려면 기존에 없던 새로운 진단을 하든(별도의 의료행위), 기존 방식대로 진단을 하지만 환자의 치료 효과가 좋아지거나 비용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는(가산료 보상)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의료 현장에서 사용되지 못하다 보니 입증 데이터를 쌓기도 어렵다. 악순환의 고리다. 

 

정규환 뷰노 CTO는 “일부 해외에서는 정부가 나서서 병원의 의료영상 AI 프로그램 사용을 지원하는 등 산업을 키우려는 노력을 한다”며 “이미 완성된 제품도 널리 보급하지 못하고 있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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