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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를 덜어주는 사무실은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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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0월 20일 09:00 프린트하기

 

공간이 마음을 살린다 - 교보문고 제공
공간이 마음을 살린다 - 교보문고 제공

  ‘머리를 북쪽으로 두고 자면 안된다’

  ‘서남쪽 방향에서 돈이 들어온다’

  ‘현관에는 붉은 꽃이나 유리 소재의 꽃 장식이나 소리나는 풍경을 걸어두라’
 

  뚱딴지 같은 소리 같지만, ‘풍수 인테리어’와 관련된 이야기는 사그러들지 않고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고 있다. 얼마 전에는 한 종편 프로그램에서 연예인들이 출연해 풍수 인테리어에 대한 이야기꽃(?)을 피우기까지 했다. 사실 풍수 인테리어가 이야기하는 것처럼 해서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풍수 인테리어가 사람들의 인기를 끌고,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둔 핵심에는 ‘사람’이 있다.

 

●풍수·데카르트 모두  ‘공간=인간’ 강조
 

  풍수 인테리어처럼 생활 풍수에서 ‘집’이라는 ‘공간’은 사람의 기가 머무는 곳으로 보고 있다. 氣는 사람의 기분을 이야기하는 것인데, 풍수 인테리어는 삶의 공간에서 사람들이 편리하고 즐거움을 느끼게 함으써 기의 움직임을 원활하게 하는데 동양적인 방법론이다.

  철학자 데카르트는 ‘철학의 원리’에서 공간을 실체로서의 연장으로 보고 있다. 실체를 인간이라고 할 때 공간은 인간과 다름 아니라는 말이다.
 

  미셀 푸코 역시 ‘공간, 지식, 그리고 권력’에서 건축을 통해 인간 사고의 확장성에 대해 논했다. 푸코는 “건축가들의 자유를 향한 의도가 사람들의 실제적인 행위와 부합할 때, 건축은 긍정적인 효과를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인간 자유의 실천은 공간적 분포와 무관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많은 건축 공간은 인간의 ‘마음’보다는 ‘의지의 확장성’만을 내보여 왔던 것이 사실이다. 이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끝없는 위로의 상승 욕구는 도심을 빼곡하게 채워나가고 있는 고층건물을 보면 알 수 있고, 영역의 확장 욕구는 건물의 공간 점유율을 보기만 해도 알 수 있다. 길고 높은 건물들이 점점 늘고 있다는 말이다.
 

  사실 우리나라는 조선시대 때만 하더라도 ‘고래등 같은 아흔 아홉칸 기와집’이라고 하더라도, 그 규모는 지금과 비할 데 없이 소박하다. 또 공간의 분할 역시 소통을 위한 공간이지, 타인을 배제하고 감시하기 위한 공간은 아니었다.

 

획일화된 형태의 주거환경에서 행복감을 느끼기는 무척이나 어렵다. 더군다나 대량생산 방식으로 만들어지는 아파트의 경우 각종 환경관련 질환을 유발시키기도 한다(사진은 내용과 관계 없음). - 동아일보DB 제공
획일화된 형태의 주거환경에서 행복감을 느끼기는 무척이나 어렵다. 더군다나 대량생산 방식으로 만들어지는 아파트의 경우 각종 환경관련 질환을 유발시키기도 한다(사진은 내용과 관계 없음). - 동아일보DB 제공

  그렇지만 20세기 중반에 들어서 산업화가 가속화되면서 공간에 대한 우리의 개념도 점점 바뀌게 됐다. 이런 공간에 대한 개념이 극단적으로 나타난 것이 외국인들도 신기하게 생각하는 아파트 단지다. 일정 브랜드를 가진 몇 개 건물 외부에 울타리를 쳐서 외부인과 스스로를 격리하고, 기업에서 찍어낸 획일화된 공간에서 누가 더 넓은 면적을 점하면서 살고 있는가가 새로운 자본주의의 계급으로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이런 성냥곽 같은 공간에서 사람들은 얼마나 편안함을 느끼고 있는지는 되물어 봐야 할 것이다. 그저 ‘home’이기 때문에 편안한 것이지 ‘house’에서 느끼는 편안함을 느끼는 이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첨단 과학이 알려주는 경이적인 공간의 마술

 

  그렇다면 공간이 진짜 사람을 편안하게 만드는 것일까.
 

  이는 첨단 과학이 ‘그렇다’고 알려주고 있다.

 

  미국 미네소타대 조앤 마이어스레비 교수팀은 천장 높이가 2.4m와 3m인 두 방에 같은 숫자의 사람을 불러놓고 단어 맞추기 게임 실험을 했다. 그 결과 천장 높이가 낮은 방의 사람들은 집중력이 필요한 작업 성과가 좋았고, 천장 높이가 높은 방의 사람들은 추상력과 창의성이 필요한 과제에 능숙한 솜씨를 보였단다.

 

 

이탈리아 중부 아시시 마을은 성 프란치스코가 태어난 곳으로 알려져 있으며 중세의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도시다. 솔크는 이곳에서 영감을 받아 소아마비 백신을 만드는데 성공했고, 솔크연구소 설계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 - 위키피디아 제공
이탈리아 중부 아시시 마을은 성 프란치스코가 태어난 곳으로 알려져 있으며 중세의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도시다. 솔크는 이곳에서 영감을 받아 소아마비 백신을 만드는데 성공했고, 솔크연구소 설계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 - 위키피디아 제공

  이처럼 공간이 인간의 뇌의 인지작용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학문이 바로 ‘신경건축학(neuroarchitecture)’이다. 최근에 태동한 학문 분야에서 해외는 물론 국내에서도 연구자를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쉽게 얘기하면 신경건축학은 어떤 공간이나 건축물에서 인간이 행복함을 느끼거나 불행함을 느끼는지 연구하는 학문으로 건축물이나 공간을 보는 사람에게서 행복할 때 나오는 세로토닌과 고통스러울 때 이를 줄이기 위해 분비되느 엔도르핀이란 호르몬의 혈중 농도를 측정하는 것이다.

 

  건축공간이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는 건축가들이 해야 할 일이지만, 보다 정확한 측정을 위해 신경과학자들이 나선 것이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산하 국립정신보건원 연구원이자 애리조나주립대 통합의학센터 연구소장인 저자 에스더 스턴버그 박사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지며 이 책을 시작한다.

  ‘창밖 풍경이 다르면 왜 병이 낫는 속도가 달라질까?’ ‘이탈리아 휴양지에서 백신 아이디어가 떠오른 까닭은?’ ‘미국 솔크연구소는 어떻게 과학자와 건축가들의 메카가 됐나?’ ‘디즈니랜드는 어떻게 우리를 환상의 세계로 이끌까?’ ‘사람들은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무엇을 느끼는가?’ ‘말라리아, 결핵의 재습격 이유는?’


  물리적 공간이 요즘 흔히 얘기되는 ‘힐링’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내용의 첫 연구결과는 로저 울리히 박사가 1984년 ‘사이언스’에 발표한 내용이다. 창 밖으로 자연 경관이 내다보이는 병실의 환자들이 창 밖으로 콘크리트 벽만 바라봤던 환자들보다 빨리 나았다는 어찌보면 무척이나 단순한 연구였지만, 이를 시작으로 건축과 공간이 인간의 뇌와 마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가 시작됐던 것이다.
 

●영감이 떠오르게 만드는 ‘그곳’의 비밀은?

 

태평양이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 두 개의 건물이 대칭으로 배열돼 있는 솔크연구소는 공간이 아이디어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소아마비 백신을 만든 조너스 솔크가 만든 솔크연구소는 노벨상 수상자를 5명이나 배출했다. - 솔크 연구소 제공
태평양이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 두 개의 건물이 대칭으로 배열돼 있는 솔크연구소는 공간이 아이디어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소아마비 백신을 만든 조너스 솔크가 만든 솔크연구소는 노벨상 수상자를 5명이나 배출했다. - 솔크 연구소 제공

  저자가 공간이 인간을 변화시킨 대표적인 사례로 미국 캘리포니아 남부 라호야에 있는 솔크연구소를 꼽고 있다.
 

  1950년대 미국 피츠버그의 한 지하 연구실에서 소아마비 백신을 연구하던 면역학자 조너스 솔크(1914~1995)는 연구가 교착상태에 빠져버렸다. 이에 솔크는 안식년을 신청해 성 프란치스코의 고향인 이탈리아 중부 아시시에서 지냈다. 따사로운 햇빛과 아름다우 풍광, 독특한 정신적 기운에 영감을 받아 솔크는 해결책을 떠올렸고, 연구실로 돌아와 백신을 만드는데 성공했던 것이다. 솔크는 노벨상도 못 받고, 미국 국립과학아카데미 회원이 되지는 못했지만, 샌디에고 시의회에서 토지를 기증받고, 소아마비구제모금운동으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아 연구센터를 설립할 수 있게 됐다. 이에 그는 아시시에서 자신의 체험을 다른 과학자들도 느낄 수 있게 하고 싶었다. 그래서 정한 곳이 캘리포니아 라호야.

 

  그가 만든 솔크연구소는 탁 트인 전망과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연구공간, 산책로와 수로의 배치가 절묘한 조화를 이뤄 이 곳을 거쳐가는 과학자들에게 상상력과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공간이 됐고, 건축가 루이스 칸을 비롯한 많은 건축가들이 20세기 가장 위대한 건축물로 꼽고 있기도 하다. 이 덕분일까 지금까지 솔크연구소는 노벨상 수상자를 5명이나 배출 했다.
 

●장소와 환경, 이게 ‘甲’이다

 

  이 부분을 읽는 일반인들 대부분은 자신의 근무공간과 비교하며 한숨을 쉬지 않을까?

 

밤을 환하게 밝히고 있는 여의도 일대. 획일화된 건물과 삭막한 주변 환경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이끌어 내기 어렵게 만들기도 한다(사진은 기사내용과 관련 없음). - 동아일보DB 제공
밤을 환하게 밝히고 있는 여의도 일대. 획일화된 건물과 삭막한 주변 환경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이끌어 내기 어렵게 만들기도 한다(사진은 기사내용과 관련 없음). - 동아일보DB 제공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하루의 절반 가까이를 근무지에서 보내는데, 우리가 근무하는 환경을 둘러보면 회색 빛으로 가득한 사각형 건물 일색이다. 과연 이런 공간에서 어떤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고, 이윤을 창출할 수 있는 영감이 떠오를까.


  우리가 어떤 공간, 어떤 장소에 있는지가 삶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거부할 수 없는 사실이다. 휴가철 사람들이 일에서 벗어나 산과 바다 등 자연을 찾아 떠나는 것을 보면 환경의 건강함이 개인의 행복과 밀접하다는 것을 몸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까.


  장소에 대한 인간의 감각은 보고 느끼고 냄새 맡고 듣는 거의 모든 감각을 거쳐서 만들어진다. 공간과 환경이 그 속에서 생활하는 인간을 형성하기도 하고 파괴하기도 한다.  최근 언론매체를 통해 보도되는 각종 범죄들도 우리를 둘러싼 공간 문제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닐까.

 

  지금 조용히 자신에게 질문을 한 번 던져보자.
 

  “내가 생활하는 공간이 정말 나를 행복하게 해주고 있는가? 나는 어떤 장소에서 가장 행복한가?”


유용하 기자

edmo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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