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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은 왜 이럴까?] 신생아 황달 생기는 진화적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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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은 왜 이럴까?] 신생아 황달 생기는 진화적 이유

2019.03.03 10:00
아이가 건강하게 자라기를 바라는 것은 부모의 공통된 마음이다. 픽사베이 제공
아이가 건강하게 자라기를 바라는 것은 부모의 공통된 마음이다. 픽사베이 제공

이제 막 세상에 발을 디딘 귀여운 아기. 건강하게 자라기를 바라는 부모 마음은 아기를 키워본 분이라면 모두 공감할 것입니다. 그런데 아기의 피부가 노랗게 변합니다. 황달입니다.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신생아의 절반 이상이 경험하는 신생아 황달의 진화적 의미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노란 아기

생후 3~4일경에 아기의 피부가 노랗게 변하는 일이 있습니다. 절반이 넘는 아기가 일시적으로 겪는 증상입니다. 적혈구에는 산소를 운반하는 헴이라는 분자가 있는데, 이 분자가 깨지면 노란색의 빌리루빈이라는 색소가 생깁니다. 신생아의 적혈구는 성인에 비해서 잘 부서지기 때문에 빌리루빈이 많이 나오죠. 빌리루빈은 간에서 대사하여 배설됩니다. 사람의 소변과 대변이 노란색을 띠는 것은 이 빌리루빈 때문입니다. 노란색 음식을 전혀 먹지 않아도 노란 소변과 갈색 대변이 생기는 이유입니다. 

그런데 갓난아기의 간은 아직 기능이 부족하기 때문에 빌리루빈이 몸에 쌓입니다. 몸이 노랗게 되는 것입니다. 흰자위가 노랗게 되다가 얼굴이 노래집니다. 그러다가 온몸이 다 노랗게 됩니다. 뇌에 빌리루빈이 쌓이면 큰일입니다. 핵황달이라는 병인데 뇌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칩니다. 가벼운 황달은 시간이 지나면 좋아지지만, 이 정도가 심하다면 적극적인 치료를 해야 합니다. 

뇌에 빌리루빈이 쌓이면 아기가 점점 처지게 됩니다. 정상적인 신경 반사가 사라지고 경련을 합니다. 심하게 보채고 크게 웁니다. 죽는 경우도 드물지 않게 있습니다. 살아남은 아기도 뇌성마비나 지적 장애, 청력 소실 등 심각한 후유증을 가지게 되죠. 

 

신생아 황달로 인해 광치료를 받고 있는 아기. 신생아 황달은 절반 이상의 아기가 경험하는 흔한 증상이다. 위키피디아 제공
신생아 황달로 인해 광치료를 받고 있는 아기. 신생아 황달은 절반 이상의 아기가 경험하는 흔한 증상이다. 위키피디아 제공

왜 신생아 황달이 생기는가?

신생아 황달의 근연 기전, 즉 어떤 생리적 과정을 통해서 병이 생기는지에 대해서는 아주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왜 신생아 황달이 인류에게 나타나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습니다. 증상이 심해지면 후유증이 만만치 않고 죽는 경우도 흔하기 때문이죠. 아마 의학 수준이 열악하던 과거에는 많은 아기가 황달로 죽었을 것입니다. 진화적으로 보면 신생아 황달을 일으키는 형질은 이미 아주 낮은 수준으로 사라졌어야 합니다. 그러나 오히려 그 반대의 현상이 일어났습니다. 

헴이 부서지면 일단 빌리버딘이라는 분자가 생깁니다. 물에 잘 녹습니다. 몸에 쌓일 일이 없죠. 조류나 양서류, 파충류는 모두 빌리버딘 상태로 배설합니다. 그런데 포유류는 굳이 빌리버딘을 다시 물에 녹지 않는 빌리루빈으로 대사시킵니다. 그리고 알부민에 붙여서 순환한 후에 다시 간에 가서 대사, 배설됩니다. 도대체 왜 이렇게 복잡한 방법을 취한 것일까요? 

특징이 아닐까 하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모체가 태아에서 부서진 헴의 제거를 촉진하기 위해서라는 것이죠. 그러나 태반을 가지지 않은 동물도 일부 빌리루빈 대사 방식을 취하는 경우가 있고 심지어는 포유류가 아니어도 그런 경우가 있어서 지금은 기각된 가설입니다. 아직은 그 이유를 잘 모릅니다. 

신생아 황달은 사회문화적 관습의 결과인가?

신생아 황달은 혹시 사회문화적 관습의 결과는 아닐까요? 동양 아기와 서양 아기의 황달 발생률이 다를 뿐 아니라 빈곤이나 스트레스 등도 황달에 영향을 많이 미치기 때문입니다. 분명 사회경제적 계층에 따른 차이는 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사실 성인도 며칠 굶으면 빌리루빈 수치가 높아집니다. 신생아는 특히 많은 영양을 공급받아야 하는데, 기아에 시달리는 어머니는 충분한 모유 수유를 하지 못합니다. 제대로 먹지 못해서 그런 것이기 때문에 영양 공급을 잘 해주면 금세 좋아집니다. 

모유 대신 물이나 포도당을 먹이는 경우도 있는데, 그 자체는 빌리루빈 수치를 높이지 않지만 다른 문제가 생깁니다. 모유는 아기가 자주 빨아야 분비량이 많아지는데 다른 것을 먹이니 모유가 더 줄어드는 것입니다. 그래서 신생아 황달이 있어서 분유나 설탕물을 대신 주더라도 되도록 모유도 계속 짜야 합니다. 이후를 대비하는 것이죠. 

의료 관행도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됩니다. 보통 2~4시간에 한 번씩 모유 수유를 하는 오랜 관행이 있습니다. 그러나 일정한 시간 간격으로 모유 수유를 하면 황달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필요할 때마다 주는 것이 좋다는 것이죠. 그러면 신생아는 한 시간에도 여러 번 젖을 빨게 됩니다. 어머니로서는 상당히 힘든 일이지만 신생아 황달을 막으려면 자주 수유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물론 황달은 사회문화적 영향보다는 유전적인 영향이 더 큰 것 같습니다. 아시아 지역의 아기는 황달을 더 많이 경험하지만, 이는 미국이나 유럽에 이민을 가도 여전합니다. 유전적 배경이 비슷한 아메리카 인디언도 황달이 흔하죠. 반면에 유럽이나 아프리카에서는 신생아 황달이 적은 편입니다. 물론 한국으로 이민을 온 유럽인이나 아프리카인이 아기를 낳아도 역시 황달이 보다 적습니다. 손윗동기가 신생아 황달을 앓았다면 동생도 그럴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하지만 왜 아시아인이 더 황달이 많은지는 정설이 없습니다.

신생아 황달을 미리 예방하기 위해서는 아기에게 충분한 영양을 공급해야 한다. 출생 초기에는 원할 때마다 수유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픽사베이 제공
신생아 황달을 미리 예방하기 위해서는 아기에게 충분한 영양을 공급해야 한다. 출생 초기에는 원할 때마다 수유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픽사베이 제공

신생아 황달의 진화

절반 이상의 아기가 경험하는 신생아 황달. 대부분은 큰 이상이 없지만, 일부에서는 병적 황달로 진행하기도 합니다. 심각한 후유증을 낳거나 심지어 죽기도 하죠. 게다가 최근에는 증상이 대수롭지 않은 신생아 황달도 아주 대수롭지 않은 것만은 아니라는 보고도 있습니다. 아무튼 눈에 띄는 이득은 도무지 없어 보입니다. 도대체 신생아기에 빌리루빈 수치가 올라가는 현상은 어떻게 진화할 수 있었을까요? 

질병을 일으키는 형질 중 상당수는 다른 숨겨진 이득이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를 트레이드-오프 가설이라고 합니다. 신생아 황달도 아마 다른 이득이 있지 않을까 추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가장 유력한 가설이 바로 항산화 효과입니다. 항산화효과라고 하니까 건강 식품을 떠올리는 분이 있겠습니다만, 사실 항산화는 대단히 중요한 세포 보호 기전입니다. 활성 산호는 꼭 필요한 물질이지만, 너무 많으면 세포와 조직은 손상됩니다. 

신생아는 안전한 어머니 몸속에서 살다가 갑자기 세상으로 나옵니다. 조막만 한 폐를 이용해서 스스로 숨을 쉬어야 합니다. 숨을 쉬면 활성산소가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필연적입니다. 그런데 아기의 몸에는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방어 기전이 아직 미숙합니다. 몇 가지 효소가 활성산소를 제거할 수 있지만, 이는 몇 주 지나야 겨우 제 기능을 하기 시작합니다. 신생아의 몸에는 비타민 E나 베타카로틴 같은 항산화 물질도 적습니다. 따라서 첫 몇 주 동안 빌리루빈이 항산화 기능을 대신한다는 것입니다. 

성인의 빌리루빈 수치는 1.5㎎/dL입니다. 그런데 신생아의 경우는 5.5㎎/ dL (유럽인이나 아프리카인)에서 10㎎g/dL (아시아인)까지 올라갑니다. 경우에 따라 기준이 조금 복잡하지만 보통 12㎎/dL이 넘으면 의학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봐야 합니다. 20㎎/dL이 넘어가면 광선치료 등 적극적인 개입을 해야 하죠. 빌리루빈은 신생아 초기, 외부 세계에 노출된 아기를 보호하는 아주 고마운 물질이지만 자칫 경계를 살짝 넘어버리면 오히려 해가 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인류는 긴 세월 동안 둘 사이의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면서 생존해왔습니다. 

에필로그
대개 고빌리루빈혈증이나 신생아 황달은 금세 좋아집니다. 약간 황달기가 있다고 해도 너무 걱정할 것은 없습니다. 열심히 항산화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는 의미일 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아무래도 마음이 놓이지는 않습니다. 황달이 생기지 않는 수준으로 딱 적당한 수준만큼만 빌리루빈이 높아지면 좋을 텐데 말이죠.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콜로라도대 인류학과의 존 브레트와 콜로라도의대 소아과의 수잔 니어메이어는 모유를 아기가 원할 때마다 주는 식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닙니다. 전적으로 육아에 전념할 수 있는 사회적, 문화적, 경제적 환경이 필요합니다. 우리가 사는 현대 사회는 엄마가 아기에게 원하는 만큼의 사랑을 줄 수 있는, 그리고 아기가 원하는 만큼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곳일까요? 신생아 황달은 기나긴 진화 과정을 통해서 빚어진 유전적 형질이지만, 동시에 사회와 문화가 만들어낸 결과라고 말할 수 있는 이유입니다. 

 

 

※ 필자소개

박한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신경인류학자. 서울대 인류학과에서 진화와 인간 사회에 대해 강의하며, 정신의 진화과정을 연구하고 있다. 《행복의 역습》, 《여성의 진화》, 《진화와 인간행동》를 옮겼고, 《재난과 정신건강》, 《정신과 사용설명서》, 《내가 우울한 건 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때문이야》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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