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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의 사회심리학] 프로선수들이 긴장과 불안을 다스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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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의 사회심리학] 프로선수들이 긴장과 불안을 다스리는 법

2019.03.02 10:00
중요한 도전을 앞두고 감정을 다스리지 못하면 평소의 실력에 못미치는 결과를 낸다. pixabay 제공
중요한 도전을 앞두고 감정을 다스리지 못하면 평소의 실력에 못미치는 결과를 낸다. pixabay 제공

고등학생 때 체육대회에서 발야구 시합에 나간 적이 있다. 시합을 위해서 같은 팀 사람들과 몇 주에 걸쳐 열심히 연습했고 연습할 때마다 성과가 괜찮아서 다들 사기충전했었다. 특히 몇몇 공을 차는 사람들은 공이 운동장을 넘어갈 정도로(운동장이 작긴 했다) 파워가 좋아서 반드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정작 시합 당일이 되자 시원시원하게 공을 차내던 스트라이커가 마치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심하게 긴장하는 기색을 내비쳤다. 시합이 시작되자 스트라이커는 평소 연습하던 것의 반의반의반도 안 되는 실력을 보였고, 긴장과 불안은 역병처럼 금세 전염되어 팀원 모두가 사기를 잃고 말았다. 그렇게 우리 팀은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패했다.

중요한 시험, 발표, 시합, 인터뷰 등을 앞두고 어느정도 긴장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적당한 불안은 정신을 바짝차리는 데 도움이 되고, 또 불안을 감소시키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준비하고 대비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안이 불안을 넘어 공포와 패닉이 되면 우리는 그 자리에서 얼어붙게 된다. 머리속이 하얗게 되면서 평소에 하던 수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퍼포먼스를 보이게 된다. ‘불안에 질식하는(choking under pressure)’ 현상이다.

심리학자 로이 바우마이스터의 연구에 의하면 스포츠 팀이 홈그라운드에서 많은 팬들의 응원을 받으며 경기를 하면 더 좋은 성적을 낼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현상을 보이는데, 이 역시 팬들을 실망시키면 안 된다던가 홈그라운드인만큼 더 좋은 성과를 보여야 한다는 부담과 긴장감에 질식하기 때문이다 (Baumeister & Showers, 1986). 어떻게 하면 긴장감을 좀 내려놓을 수 있을까? 스탠퍼드 대학의 심리학자 James Gross의 연구에 의하면 사람들이 감정을 다스릴 때에는 일반적으로 다음 다섯 가지 전략이 나타난다.

1) 상황 선택: 불안을 유발하는 상황을 피함

예) 지켜보는 사람이 많은 게 부담된다면 사람이 적은 시간대나 장소를 선택

2) 상황 조절: 상황을 피할 수 없을 때, 그 상황 속에서 불안을 유발하는 요소들을 가급적 제거.

예) 1:1로 이기고 지는 룰이 부담스럽다면 팀을 짜서 협업하고 책임을 1/n로 나눔

3) 주의 조절: 불안을 유발하는 요인들로부터 주의를 돌리고 다른 즐거운 일들에 집중하려 노력.

예) 곧 있을 시합이나 발표에 대해 떠올리면 급 불안해지므로 음악을 듣거나 사람들과의 대화에 집중하는 등 주의를 돌림

4) 인지적 변화: 불안을 대하는 자세를 바꿔보는 것. 

예) 시합을 '위협' 대신 '도전'이라고 바꿔 인식

5) 반응 조절: 이미 올라온 불안을 억눌러 보거나 즐거운 척 해보는 것.

예) (덜덜 떨면서) 난 아무렇지도 않아!

최근 성격심리학지(Journal of Personality)에 실린 한 연구에서는 358 명의 프로 테니스 선수들을 대상으로 이들이 경기 전에 어떤 식으로 긴장을 조절하는지에 대해 살펴보았다. 그 결과 성적이 좋거나 성적이 많이 향상된 선수들은 그렇지 않은 선수들에 비해 4번 인지적 변화를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Kubiak et al., 2019). 우선 이들은 시합을 ‘위협’이라기 보다 ‘도전’이라고 인식하는 편이었다. 또한 시합에서 지더라도 배우는 것이 있기 때문에 지는 것을 낭비라거나 결코 있어선 안 되는 최악의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편이었다. 또한 이들은 스스로 사기를 돋우기 위한 혼잣말을 많이 하는 편이었는데, 어려운 도전을 앞둔 소중한 친구를 대하듯 자신에게도 따듯한 응원을 주는 편이었다. 예를 들면 '괜찮아. 잘 될 거야. 결과가 어떻든 네가 너의 방식으로 노력해왔다는 것을 나는 알아' 등이다. 

또한 두루뭉실하게 다 잘 될 거라고 생각하기보다, 구체적으로 그 동안 어떤 식으로 훈련해 왔으며 이런저런 위험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이런저런 전략을 쓰면 된다고 상기하는 등, 마음 속으로 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들을 통해 자신이 준비된 상태임을 확인하는 모습을 보였다. 덮어놓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사고방식은 수행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지만 자신이 세운 계획과 전략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는 것은 도움이 된다는 연구들과도 같은 맥락이다. 불안은 본래 불확실성에 의해 생기므로, 무작정 좋게 생각하기보다 ‘나는 준비 되었으며 고로 결과는 불확실하지 않다’는 느낌을 받으면 불안이 감소하게 되는 것이다.

반면 상대적으로 성적이 좋지 않고 실력 향상이 적은 편이었던 선수들은 시합을 앞두고 좀 더 열심히 준비했어야 했다던가 ‘너가 하는 일이 항상 그렇지 뭐’ 등 자책이 심한 편이었다. 또한 상상 가능한 최악의 상황을 떠올리며 가뜩이나 심한 불안을 더 심화시키는 편이었다. 예컨데 똑같이 패배하는 상황을 떠올리더라도 패배는 패배일뿐 다음에 잘 하면 된다고 생각하기보다 패배는 나 자신이 쓸모없는 인간이라는 증거라거나 이번에 지면 내 삶은 끝장난다는 식으로 나쁜 결과를 ‘개인화(personalize)’하고 ‘과장’하는 정도가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들은 불안에 사로잡히면 자신이 불안하다는 사실에 또 불안해 하는 경향을 보였다. 불안을 대할 때 중요한 일인만큼 불안을 느끼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넘기기보다 ‘불안한데 어떡하지! 큰일났어!!’라며 불안 자체에 호들갑을 떠는 경향을 보였다.

감정은 기본적으로 ‘메시지’다. 지금 상황이 좋거나 나쁘다, 위험에 대비할 필요가 있거나 없다는 '알람(alarm)'을 준다. 따라서 불안을 느낀다면 어디까지나 뭔가 중요한 일이 벌어지고 있고 그 일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이면 된다. 불안이 그 자체로 내 삶이 망했다는 신호는 아닌 것이다. 중요한 일을 처리하는 데 다 쏟아도 모자란 에너지를 불안으로 소모하는 일은 피해보도록 하자.

참고자료
Baumeister, R. F., & Showers, C. J. (1986). A review of paradoxical performance effects: Choking under pressure in sports and mental tests. European Journal of Social Psychology, 16, 361-383. Kubiak, J., Rother, S., & Egloff, B. (2019). Keep your cool and win the game: Emotion regulation and performance in table tennis. Journal of Personality, https://doi.org/10.1111/jopy.12451.

 

※필자소개
박진영.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를 썼다. 삶에 도움이 되는 심리학 연구를 알기 쉽고 공감 가게 풀어낸 책을 통해 독자들과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지뇽뇽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에서 자기 자신에게 친절해지는 법과 겸손, 마음 챙김 등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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