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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액세스 안 하면 '셀' '랜싯' 안 볼거야!" UC의 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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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액세스 안 하면 '셀' '랜싯' 안 볼거야!" UC의 반란

2019.03.04 11:53
UC버클리 도서관 전경. 캘리포니아대 제공
UC버클리 도서관 전경. 캘리포니아대 제공

미국 캘리포니아대가 생명과학학술지 ‘셀’과 의학학술지 ‘랜싯’ 등을 발행하고 온라인 논문 구독 서비스 ‘사이언스디렉트’ 등을 제공하는 세계적 과학·의학 학술지출판기업인 엘스비어와의 계약을 잠정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28일 밝혔다. 캘리포니아대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UC버클리, UC리버사이드 등 10개 대학으로 구성돼 있으며 노벨상 수상자를 62명 배출한 세계적 대학이다.

 

캘리포니아대가 제시한 구독료 인하와, 캘리포니아대 소속 연구자가 발표한 논문을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오픈액세스’ 전환 요구를 엘스비어가 거부한 것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캘리포니아대는 “이미 논문게재료를 받는데 논문 이용료를 또 내는 것은 부당하다”고 비판했고, 엘스비어는 “오픈액세스를 포함해 다양한 구독 조건이 준비돼 있다”면서도 “구독료 인하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학술 논문을 오픈액세스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릴지 주목된다.


‘사이언스’ 28일자에 다르면, 캘리포니아대는 엘스비어와 약 8개월 동안의 협상 끝에 28일 협상 결렬을 선언하고 엘스비어의 학술지 구독 서비스 ‘사이언스디렉트’의 계약 연장을 중단했다. 캘리포니아대는 "비용 없이 엘스비어의 논문을 이용할 수 있도록 다른 경로를 확보해 놔 학생과 연구자들의 피해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쟁점은 크게 두 가지다. 캘리포니아대는 게재 및 논문 이용료를 통합해 구독 비용을 낮출 것을 요청했다. 아이비 앤더슨 오클랜드 캘리포니아대 디지털 도서관 이사는 ‘사이언스’와의 인터뷰에서 “엘스비어는 논문 이용료와 논문 게재비를 각기 따로 부과하는데, 이것은 같은 콘텐츠에 대한 이중취득(double dipping)이라고 본다”며 “캘리포니아대는 이 두 비용을 한 데 묶어 지불해 비용을 낮추도록 요구했다”고 밝혔다.

 

두 번째는 캘리포니아대 소속 연구자의 연구 결과를 담은 논문을 무료로 개방(오픈액세스화)하자는 주장이다. 국민의 세금을 받아 이뤄지 연구 결과를 특정 기업이 독점적으로 유통하며 논문 이용료를 받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지적에서 나온 주장에 따른 것이다. 유럽을 중심으로 정부나 연구관리기관이 연구비를 제공하는 조건으로 결과를 오픈액세스 학술지에 발표할 것을 요구하는 경우가 늘어나는 등 최근 논의가 점점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9월 유럽집행위원회 주도로 영국과 네덜란드, 프랑스 등 11개 국가의 연구관리, 지원기관이 참여해 발족한 '플랜S'가 대표적이다.

 

 

두 가지 가운데 이번 계약 결렬에 직접적인 계기가 된 것은 비용이었다. 오픈액세스 쪽은 의외로 비교적 합의에 다다랐다는 게 캘리포니아대 측의 설명이다. 제프 매키메이슨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도서관장도 “막판에 엘스비어는 내용상으로는 우리가 원한 오픈액세스와 가까운 정책을 제시했다”며 “하지만 대신 비용을 기존보다 높여 불렀다”며 결렬 이유를 밝혔다.


표면적인 계약 파기 이유는 비용이지만, 속에는 오픈액세스 정책에 대한 기존 거대 출판사의 거부감이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박병호 KAIST 경영대 교수는 “캘리포니아대 교수들의 논문을 모두 무료로 받을 수 있는 오픈액세스 정책으로 바꾸라는 요구가 계약 결렬의 큰 원인이었을 것”이라며 “기존 시스템 위에서 현재의 학술출판기업이 서 있는 것이니 이들이 변화를 거부하는 것도 당연하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오픈액세스 저널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는 현실을 고려하면 무조건 무시할 수만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결정은 세계적 영향력을 지닌 거대 대학과 학술지 출판사가 오픈액세스 정책을 놓고 정면으로 충돌한 사건이라 학계의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엘스비어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본사를 둔 세계적 학술지 출판기업으로 매년 약 2500종의 학술지를 통해 43만 건 이상의 논문을 발표하고 있다. 캘리포니아대는 UCLA, UC샌프란시스코, UC리버사이드 등 10개 대학으로 구성돼 있으며 미국에서 나오는 논문의 약 10%를 배출하는 세계적 대학이다. 사이언스에 따르면, 캘리포니아대가 지난해 낸 논문 수는 5만 건에 이르고 이 가운데 20%인 약 1만 건이 엘스비어가 발행하는 학술지에 게재됐다. 사이언스가 인용한 LA 타임스의 보도에 따르면, 캘리포니아대가 지난해 엘스비어에 지불한 구독료는 124억 원(1100만 달러)에 달한다.
 

엘스비어는 1일 톰 렐러 커뮤니케이션 부회장 명의의 성명을 통해 “캘리포니아대의 독단적인 파기 결정은 실망스럽다”면서도 “우리는 캘리포니아대 도서관(캘리포니아 디지털 도서관)의 정책에 맞춰 연구자가 무료 게재나 오픈액세스 등을 선택할 수 있는 경로를 제시하고 있으며 각 캠퍼스 도서관에서 내는 비용을 낮출 방법도 존재한다. (재협상을 통해) 의견 차를 좁힐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캘리포니아대는 아직 물러설 생각이 없다. 이번 결정은 캘리포니아대 총장과 이사회 등의 강한 지지를 받고 있다. 맥키 메이슨 관장은 “오픈액세스 운동이 전세계적인 동력을 얻게 하는 데 도움을 줄 기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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