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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의 사회심리학]'소확행'은 단순한 유행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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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3월 09일 10:56 프린트하기

′마시멜로 실험′은 1960년 연구진이 3~5세 아이의 자기통제력과 절제성을 관찰해 이를 미래의 성공과 연결짓는 유명한 실험 중 하나다.픽사베이 제공
'마시멜로 실험'은 1960년 연구진이 3~5세 아이의 자기통제력과 절제성을 관찰해 이를 미래의 성공과 연결짓는 유명한 실험 중 하나다.픽사베이 제공

아이들에게 맛있어 보이는 마시멜로를 눈 앞에 두고 지금 바로 먹어도 되지만 10분 정도 기다리면 마시멜로를 하나 더 주겠다고 한다. 그러면 못 참고 바로 먹는 아이들이 있고 기다렸다가 마시멜로를 하나 더 받아내는 아이들이 있는데, 후자가 전자에 비해 이후 성적이 좋고 성인이 되어서는 더 안정적인 직업을 갖고 사고에도 덜 휘말리는 등 전반적으로 더 적응적인 삶을 살게 된다는 연구들(마시멜로 실험)이 있었다. 더 좋은 결과를 위해 현재의 충동을 억제하고 바람직한 행동을 하는 능력, ‘자기통제력’ 또는 ‘의지력’이라고 불리는 능력인데 이것이 삶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연구 결과에 의문을 품은 연구자들이 있다. 예컨데 가난한 아이들의 경우 보상을 뒤로 미루지 않고 눈 앞에 있는 걸 바로 먹어버리는 경향을 보이는데, ‘미래의 보상’을 신뢰하고 기대할 수 없는 척박하고 불안정한 환경에서는 보상이 존재할 때 바로 거머쥐는 것이 더 적응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 연구에서는 환경적 단서에 민감한 편이고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난 아이는 보상을 뒤로 미루지만 똑같이 적응력이 좋지만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난 아이는 정반대로 보상을 바로 취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밝혔다(Sturge-Apple et al., 2016).

최근 미국 버지니아대 첼시 듀란 교수 등 학자들 또한 비슷한 결과를 확인했다(Duran et al., 2018). 연구자들은 343명의 5~7세 저소득층 흑인 가정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5~7년 간 추적조사를 실시했다. 연구자들의 관심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참고 기다릴 줄 아는 ‘보상 지연(delay of gratification)’ 행동과, 아래에서 더 설명하겠지만 자신의 행동을 얼마나 자신의 의지로 통제할 수 있는지였다.

우리는 삶의 꽤 많은 부분을 자동적으로 산다. 예컨대 아침마다 일어나서 '세수를 어떻게 하더라?','밥을 어떻게 먹더라?' 하고 고민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아무 생각 없이 반쯤 잠들어 있는 상태에서도 아무 문제 없이 씻고 먹고 지하철을 탄다. 사실상 ‘자아’를 별로 사용하지 않고 상당 부분을 살아가는 것이다. 하지만 유혹에 저항할 때, 어려움을 이겨내고 원하는 바를 향해 정진할 때 우리는 비로소 나의 생각과 의지, 자아라는 것을 사용해서 내 삶의 핸들을 잡기 시작한다.

의지력의 다른 말로 최종결정권자 같은 역할이라고 해서 ‘집행 기능(executive function)’이라고 부르는 능력이다. 연구자들은 아이들이 얼마나 자동적인 습관을 벗어나 자신의 주의와 행동을 통제할 줄 아는지에대해서도 관심을 가졌다. 이를 위해 주의집중력, 행동 통제능력을 어느 정도 관찰할 수 있는 과제를 고안했는데, 예컨데 머리-어깨-무릎-발-무릎-발 놀이를 하면서 교사가 ‘머리’라고 하면 ‘발’을 만지게 하는 등 제대로 집중하고 자동적인 습관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잘 할 수 없는 어려운 게임들을 만들어 수행 능력을 측정했다. 이 외에도 가정 소득 수준, 양육자와의 관계 등을 측정했다.

그 결과 우선 소득 수준이 낮고 경제적 문제가 심한 가정의 아이들이 그렇지 않은 아이들에 비해 이후 ‘만족 지연’ 행동을 덜 보이는 현상이 나타났다. 집행 기능의 경우 소득 수준과는 상관을 보이지 않았으나 양육자와의 관계가 여기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양육자와 갈등을 많이 겪는 편인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아이들에 비해 이후 집행 기능이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이들 저소득층 아이들에게서는 집행 기능과 만족 지연 행동이 부적 관계를 보였다는 것이다. 집행 기능이 좋을수록 만족 지연을 ‘덜’ 보였다. 가난한 아이들의 경우 전반적인 의지력과 통제력이 좋을수록 눈 앞의 보상을 미루지 않고 재빨리 거머쥐는 편이라는 것이다. 일반 중산층 아이들의 경우 집행 기능이 좋을수록 만족 지연 행동을 더 많이 보이는 것과 반대되는 결과이다.

이는 '의지력=만족 지연' 이라고 여기던 기존의 공식이 환경에 따라 틀릴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가난한 사람들이 의지력이 부족하고 어리석어서, 충동적이고 게을러서 먼 미래를 내다보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환경에서 내린 최선의 선택이 눈 앞의 확실한 보상에 집중하는 것일 수 있다는 것이다. 척박한 환경에서는 현명한 삶을 사는 공식 자체가 다르며 어쩌면 눈 앞의 확실한 보상에 집중하는 것이 장기적인 생존에 유리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소확행’이라고 작지만 확실한 행복에 점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현상 또한 단순한 유행이라기보다 삶의 환경이 점점 척박해지고 있음을 반영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게 된다.

 

※필자소개
박진영.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를 썼다. 삶에 도움이 되는 심리학 연구를 알기 쉽고 공감 가게 풀어낸 책을 통해 독자들과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지뇽뇽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에서 자기 자신에게 친절해지는 법과 겸손, 마음 챙김 등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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