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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은 왜 이럴까?] 그 많던 히스테리아 환자들은 어디로 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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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3월 10일 10:00 프린트하기

충격을 받아 의식을 잃고 쓰러지는 것은 전환장애의 특징적인 양상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충격을 받아 의식을 잃고 쓰러지는 것은 전환장애의 특징적인 양상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전환장애라'는 말을 처음 들어보는 분도 있을 것입니다. 과거에 흔히 히스테리아로 불리던 정신장애를 말합니다.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대표작 《히스테리아 연구》의 히스테리아가 바로 전환장애입니다. 생소해 보이지만 사실 그 증상을 보면 ‘아하!’ 하실 겁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충격을 받은 주인공이 의식을 잃고 쓰러지는 장면을 본 적이 있을 텐데요, 바로 전환장애의 특징적 양상을 연기하는 것입니다. 물론 의학적 관점에서 보면 좀 이상하게 연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만.
     
히스테리아


전환장애의 증상은 기본적으로 신경학적 증상과 비슷합니다. 그래서 신경과를 먼저 찾는 경우도 흔합니다. 몸이 마비됩니다. 잘 걷지 못합니다. 삼키지도 못합니다. 종종 경련하는 일도 있습니다. 앞서 말한 대로 의식을 잃고 쓰러지거나 기억 상실에 빠지는 일도 있습니다. 갑자기 말을 하지 못하기도 하고 앞이 안 보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뿐 아닙니다. 아침드라마에서 종종 보는 ‘상상임신’도 바로 전환장애의 증상입니다. 


히스테리아의 역사는 아주 깁니다. 고대 이집트나 그리스의 문헌에 기록된 여러 증상도 전환장애의 증상을 묘사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스 신화에 의하면 히스테리아는 오르가슴의 결핍이나 자궁의 멜랑콜리아(우울)에 의해 생긴다고 합니다. 플라톤이나 아리스토텔레스는 자궁에 성적 자극이 부족해서 생긴다고 믿었는데, 심지어 중세 유합에서는 산파가 여성을 성적으로 흥분시켜주는 방법으로 치료하기도 했습니다. 히포크라테스는 자궁에 독성 물질이 나와 몸으로 이동하여 병이 난다고 생각했습니다. 간단히 말해서 건강한 성생활이 부족해서 병이 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자궁이 원인이라는 가설은 점점 설득력을 잃었습니다. 심지어 자궁절제술을 하기도 했지만 별로 효과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자궁이 원인이라는 추정은 전환장애가 여성에게 압도적으로 많이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오직 여성만’ 걸린다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니 여성만이 가진 자궁을 유력한 원인으로 본 것이죠. 하지만 사실 남성도, 비록 여성보다는 낮지만, 전환장애에 걸립니다. 사춘기 전 소아의 경우에는 남녀의 비율이 같습니다. 자궁은 혐의를 벗었습니다. 

 

1876년에서 80년 경 촬영. 전형적인 전환증상을 보이는 여성. 위키피디아
1876년에서 80년 경 촬영. 전형적인 전환증상을 보이는 여성. 위키피디아

고통 부모 학대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남성도 여성과 마찬가지로 히스테리아 증상을 보인다고 했습니다. 자궁에 원인을 두는 기존의 주장에 반대하여, 심리적 고통을 의식적으로 억누르다 보니 일종의 정서적 에너지가 신경학적 증상으로 전환되어 나타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자궁의 혐의를 벗겨주고, 대신 트라우마를 새로운 용의자로 지적했습니다. 


이제 의심의 화살은 부모를 향했습니다. 유행처럼 관련된 보고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성적 학대가 많이 보고되었는데 그래서 한때는 터무니없는 의심(성적 학대)을 받기도 했습니다. 아마 많은 부모가 자녀의 정신장애에 마음 아픈데 학대 의심까지 받으니 억울함에 가슴을 쳤을 것입니다. 어떤 부모라도 자녀를 심하게 대한 적이 한두 번은 있을 것입니다. 자녀가 아프면 자신의 탓을 하는 것이 부모 마음이라, 이런 설명은 아주 잘 먹힙니다. 심지어 지금도 정신장애인의 부모에게 ‘교육과 양육이 잘못되었다’라며 마음의 고통을 더하는 유사의학적 주장이 넘쳐납니다. 


사실 프로이트는 이에 대해 조심스럽고 신중한 자세를 취했습니다. 단지 암시에 의해 만들어진 성적 환상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터무니없는 주장은 한동안 계속됐습니다. 심지어 히스테리아를 앓는 여성은 일반 여성보다 매력적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의사가 봐도 정말 매력적이니 '아마 어린 시절에 부모가 이성을 잃고 성적 학대를 했을 것이다. 그래서 전환장애를 앓게 되었다' 는 식의 논리입니다. 동종번식 회피라는 생물학의 기본적 원리를 정면으로 위배하는 무리한 주장입니다. 


전환장애의 증상은 아주 격렬하고 인상적입니다. 한번 보면 잊을 수 없을 정도입니다. 그러나 원인은 불확실합니다. 지금도 잘 모릅니다. 그래서 과거에는 자궁 탓을 했습니다. 수많은 여성이 자궁을 들어내다가 목숨을 잃었습니다. 마녀가 원인이라고 한 적도 있습니다. 마녀재판을 받아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러다가 부모도 억울한 누명을 쓰게 됐습니다. 다음 차례는 누구일까요. 

 

전환장애의 한 증상. 손가락이 구축되어 있다. 전환장애의 증상은 대개 아주 인상적인 편이다. 1891년 촬영. 위키피디아
전환장애의 한 증상. 손가락이 구축되어 있다. 전환장애의 증상은 대개 아주 인상적인 편이다. 1891년 촬영. 위키피디아

전환장애의 원인
     
다음 차례는 다행스럽게도 인간의 마음입니다. 용의자를 제대로 잡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 심증은 있지만, 물증이 없습니다. 사실 솔직하게 말하면 아직도 전환장애의 정확한 원인은 잘 알지 못합니다. 2000년 무렵에는 안토니오 다마지오가 이른바 신체상태에 대한 주관적 인식이 실제 감각에 기반을 두지 않고 자체적으로 ‘가성 신체 고리(as-if body loop)’에 의해 일어날 수 있는데, 이 기전이 잘못 활성화되면 전환증상이 생길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첫째, 자연적 마취라는 것으로 중뇌 수도 주위 회색질에 있을 것으로 생각되는 이른바 차단 세포(off-cell)에 의해 감각유입이 감소한다는 설, 둘째, 가성 신체 고리 오류로 인해 신체상태에 대한 부적절한 정보를 해석하여, 가성 신체지도를 형성한다는 설, 그리고 마지막은 증상을 생득 혹은 학습된 감정 반응에 대한 운동 요소로 간주하여 전환증상이 발생한다는 설로 나눌 수 있습니다. 


프로이트의 주장 이후 20세기 초반 두 가지 가설이 대두됩니다. 동물의 본능을 공격적 운동 반응과 비운동성 반사로 나눈 크레치머의 신경생물학 가설이 제기됩니다. 뇌와 신경의 문제로 환원해서 보려는 것이었습니다. 반대로 관계의 문제로 눈을 돌린 경우도 있습니다. 환자 역할과 질병 행동이라는 차원에서 행동의 사회적 모델을 가지고 접근하려는 시도도 있습니다. 


1970년대에는 '정보처리 이론' '신해리 이론'이라고 불리는 주장이 제시됩니다. 과거 19세기 재닛 등이 제시한 해리 가설을 재해석한 것인데, 종속적 기관에 대한 실행기관의 자기 표상적 평가를 의식적인 인식을 할 수 있고 이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면 전환증상이 생긴다는 것입니다. 이는 이후 주의 조절 모델이라는 주장으로 이어집니다. 낮은 주의력이 있어야 하는 내재적 표상 체계와 높은 수준의 주의가 필요한 외부 표상이나 의식적 노력으로 행동의 평가 기전을 둘로 나누고, 낮은 수준의 주의집중에 의해 잘못된 인지적 표상이 선택되면 전환증상이 생긴다고 했습니다. 


1980년대 후반 들어서는 '이산행동상태 모델'이 제안됩니다.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반복적인 특정 생리학적 변수의 패턴과 행동 패턴의 한 묶음으로서의 상태 간의 전환이 급격하고 비연속적으로 일어나면 해리 증상을 비롯한 전환증상이 일어난다는 주장이 대두됩니다. 


결론은 간단합니다. 아직 잘 모른다는 것입니다. 

 

지그문트 프로이트 . 그는 요제프 브로일러와 함께 <히스테리아 연구>를 펴냈다. 위키피디아
지그문트 프로이트 . 그는 요제프 브로일러와 함께 히스테리아 연구를 펴냈다. 위키피디아

사라지는 전환장애
     
점점 전환장애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과거처럼 극적인 양상으로 나타나는 전환장애는 정신과에서도 아주 드물게 나타납니다. 불과 수십 년 만에 일어난 일입니다. 한때 넘쳐나던 전환장애는 어디로 간 것일까요. 다양한 가설이 있지만, 아직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습니다. 전환장애의 원인도 명확하지 않으니 사라진 이유를 찾는 것은 더 어려운 일입니다. 


사실 전환장애는 아주 흥미로운 양상을 보입니다. 의사가 증상에 대해서 암시를 하면 그렇게 점점 증상이 진화해갑니다. 팔이 마비된 환자에게 암시를 걸어 어깨까지 마비되게 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그렇다고 ‘꾀병’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본인도 그 사실을 잘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마 현대 사회의 전환장애는 과거처럼 소위 ‘유치한’ 실신, 마비, 실어증, 기억 상실 등이 아니라 좀 더 ‘세련된’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고대 이집트 시절부터 수천 년간 큰 관심을 받아온 전환장애는, 지난 백여 년간 인간의 무의식과 욕동, 억압, 뇌와 신경, 관계와 사회적 역할 등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연구의 주제가 된 전환장애는 과연 그냥 사라져버린 것일까요. 아니면 혹시 다른 무엇으로 ‘전환’된 것은 아닐까요. 아직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입니다.
          

※ 필자소개

박한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신경인류학자. 서울대 인류학과에서 진화와 인간 사회에 대해 강의하며, 정신의 진화과정을 연구하고 있다. 《행복의 역습》, 《여성의 진화》, 《진화와 인간행동》를 옮겼고, 《재난과 정신건강》, 《정신과 사용설명서》, 《내가 우울한 건 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때문이야》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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