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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로 읽는 과학] '전당뇨병'은 질병인가 상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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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로 읽는 과학] '전당뇨병'은 질병인가 상술인가

2019.03.10 11:00
사이언스 제공
사이언스 제공

국제학술지 ’사이언스‘는 사람들 앞에 흑막을 치는 가운을 입은 의사의 모습을 8일자 표지에 실었다. 다양한 옷을 입은 평범한 사람들은 흑막 뒤에서는 건강검진 때 입는 옷을 입고 피가 맺힌 오른손 검지를 들고 있는 모습으로 변한다. 손가락에 묻은 피는 채혈을 통한 혈당 측정을 한다는 뜻을 비유적으로 나타낸 것이다.

 

사이언스는 미국에서만 8400만 명이 진단받고 있는 ‘전당뇨병(prediabetes)’이 사실은 불확실한 과학에 기초하고 있으며, 미국당뇨병학회(ADA)와 제약회사 등 이해관계자들이 배경에 있다고 지적했다. 전당뇨병 진단으로 의사들이 굳이 환자일 필요 없는 일반인을 환자로 바꾸고 있다는 것이다.

 

전당뇨병은 한국에서는 당뇨병 전증, 전당뇨병기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혈당이 정상보다는 높으나 당뇨병으로 진단될 만큼 높지는 않은 상태를 말한다. 2001년 ADA가 처음 의사들과 대중들이 혈당 수치를 좀 더 심각하게 받아들이도록 하기 위해 만든 용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도 이에 동조해 당뇨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ADA가 제시한 방향을 따랐다.

 

문제는 ADA가 이를 통해 환자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2009년 ADA는 유럽당뇨병학회(EASD)와 국제당뇨병연맹(IDF)와 공동으로 혈당 측정 지표인 ‘헤모글로빈 A1c’의 농도에 대해 토의했다. 여기서 나온 전당뇨병 기준 수치는 6%였다. 하지만 ADA는 기존 6.1%던 전당뇨병 기준을 오히려 5.7%로 낮추면서 토의 결론과 반대되는 움직임을 보였다. 미국에서만 7200만 명의 예비 환자가 생겨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당뇨병의 범위가 넓어지자 이해기관들은 이익을 얻기 시작했다. CDC의 당뇨병 예산은 2010년 6600만 달러에서 2017년 1억 7300만 달러로 123% 증가했다. 당연히 진단업계들도 진단시장을 공격적으로 확장했다. ADA는 그럼에도 2007년보다 74% 증가해 2012년에 440억 달러 규모로 커진 전당뇨병 시장에 대해 단순히 ‘경고’하는데 그쳤다.

 

전문가들은 ADA가 전당뇨병이 실제 당뇨로 이어지는지 제대로 된 수치를 제시하지 못한다면서 의문을 표하고 있다. ADA는 미국 내 25개 당뇨병 센터 환자의 기록을 모아 발표하는 당뇨예방프로그램결과연구(DPPOS)가 2009년에 발표한 전당뇨병 환자의 7.8%가 당뇨로 발전했다는 연구결과를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연구가 A1c가 아닌 다른 혈당지표를 썼을 뿐 아니라 환자군이 편중돼있다며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상태다.

 

전문가들은 전당뇨병의 2%만 당뇨로 이어진다고 보고 있다. 2018년 의학논문 평가지 ‘코크런 라이브러리’는 103개의 전당뇨병 관련 논문을 토대로 전당뇨병 진단을 받은 환자들의 59%가 최대 11년까지 아무런 치료 없이도 당뇨병으로 발전하지 않았다고 조사했다. 당뇨병 전문가인 존 유드킨 런던대 교수는 ADA와 CDC가 ‘공포 장사’를 한다고 묘사했다.

 

ADA 자체가 전당뇨병으로부터 이익을 얻는 이해관계자라는 지적도 나온다. ADA는 전당뇨병을 치료할 때 3개 이상의 약을 처방할 것을 권하고 있다. 그러면서 ADA는 기부를 통해 매년 1800만 달러에서 2700만 달러를 제약회사로부터 지원받고 있다. 사이언스 조사 결과 2013년부터 2017년까지 14명의 ADA 소속 전문가가 적게는 4만1000 달러부터 680만 달러에 이르는 금액을 당뇨병 치료제를 만드는 제약회사와 의료기기회사로부터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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