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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기의 과학카페] 아침을 든든히 먹으면 정말 살이 빠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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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3월 12일 09:00 프린트하기

굶는 다이어트 대신 먹는 시간대만 신경쓰는 다이어트는 살도 빠지고 몸의 대사도 개선돼 일석이조의 효과가 날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굶는 다이어트 대신 먹는 시간대만 신경쓰는 다이어트는 살도 빠지고 몸의 대사도 개선돼 일석이조의 효과가 날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해가 바뀌면 많은 사람들이 새 결심을 하므로 필자는 다이어트 방법을 올해 과학카페 첫 소재로 다뤘다. 체중조절에 식사량만큼이나 식사 시간대도 중요하다는 ‘시간제한섭식(time-restricted feeding)’을 소개하며 알기 쉽게 ‘타이밍 다이어트’라고 불렀다. 

 

이 방법은 한마디로 ‘하루 중에 음식을 먹는 시간대를 정하고 되도록 앞 시간에 섭취하는 비율을 늘려라’로 요약할 수 있다.  하루 24시간 가운데 12시간 이내에만 음식을 먹고 아침은 든든히 저녁은 가볍게 하라는 것이다.

 

굶는 다이어트 대신 먹는 시간대만 신경 쓰면 되니 작심삼일(作心三日)이 될 가능성도 낮을 것이고, 설사 살을 빼도 몸이 상할 수 있는 굶는 다이어트와는 달리 몸의 대사가 개선돼 건강도 좋아진다니 그야말로 일석이조(一石二鳥) 아닌가. (☞자세한 내용은 과학카페 405 ‘이제는 다이어트도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때’ 참조)

 

타이밍 다이어트 두 달 실천해 보니...

 

최근 필자의 체성분 측정 결과로 10개월 전에 비해 체중이 1.4㎏ 늘었고 이 가운데 1.3㎏이 체지방량 증가다. 타이밍 다이어트를 한 지 2개월 만의 변화다. 운동복을 입은 상태이므로 실제 체중은 1㎏쯤 적다. 강석기 제공
최근 필자의 체성분 측정 결과로 10개월 전에 비해 체중이 1.4㎏ 늘었고 이 가운데 1.3㎏이 체지방량 증가다. 타이밍 다이어트를 한 지 2개월 만의 변화다. 운동복을 입은 상태이므로 실제 체중은 1㎏쯤 적다. 강석기 제공

필자는 살을 뺄 필요가 전혀 없지만 논문을 읽고 깊은 인상을 받아(단순히 살을 빼는 측면보다는 건강과 수명에 미치는 영향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바로 타이밍 다이어트를 실천했다. 

 

평소 일찌감치 저녁을 먹기 때문에 금식 기간이 12시간이 넘지만 삼십 분 당겨 13시간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아침 점심 저녁의 비율을 2:3:3에서 3:3:2로 바꿨다.  아침에 밥을 반 주걱 더 담고 저녁에 반 주걱 덜 담았다. 약간의 변화라 실천하기 쉬웠고 별 차이를 못 느꼈다. 다만 소화계가 약해서 그런지 저녁 식사량을 줄인 뒤 속이 좀 편해진 것 같기는 했다.

 

그런데 한 달쯤 지나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 일어났다. 몸무게가 1㎏ 늘어난 것이다. 두 달이 지난 지금은 ‘1.5㎏나’ 늘어 53㎏대가 됐다.

 

‘이 사람 지금 장난하나?’ 이렇게 생각할 독자도 있을 텐데 필자는 정말 체중이 안 변하는 체질이다. 20대 내내 54㎏대였고 30대 들어 53㎏대로 내려와 죽 가다가 40대 들어 52㎏대로 내려왔다. 그리고 50대에 와서 51kg대가 됐다. 1년에 0.1㎏씩 주는 셈이다(노화에 따른 근육량 감소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타이밍 다이어트를 불과 두 달 했을 뿐인데(그것도 약간의 조정으로) 이런 변화가 생긴 것이다. 지난 주말 체성분 측정을 해보니 열 달 전에 비해 몸무게가 1.4㎏ 늘었다(근육량 0.1kg + 체지방량 1.3㎏). 

 

다이어트 효과 같은 역학(疫學)조사는 많은 사람의 데이터를 통계처리한 결과이기 때문에 필자 한 사람의 사례가 아무리 특이하더라도 언급할 가치는 없다. 그럼에도 이렇게 시시콜콜 얘기한 건 최근 타이밍 다이어트와 관련해 ‘뜻밖의’ 연구결과가 잇달아 나왔기 때문이다. 연초에 타이밍 다이어트를 적극 홍보한 필자로서는 모른 척 넘어가기가 찜찜해 이렇게 시작했다.

 

‘아침 먹는 효과’ 메타분석 결과는?

 

호주 모나시대 연구자들은 학술지 ‘영국의학저널(BMJ)’ 1월 30일자에 발표한 메타분석 연구 논문에서 아침 식사 여부가 몸무게에 미치는 영향에 차이를 주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다. 메타분석이란 기존 연구결과들을 모아 다시 분석는 방법이다. 연구자들은 1990년부터 2018년까지 발표된 논문 열세 편을 대상으로 했다.

 

분석한 논문이 몇 편 안 되는 이유는 선정 기준인 ‘대조군을 포함한 제대로 된 연구’가 그만큼 적기 때문이다. 대부분은 ‘관찰 연구’라는 말이다.  어떤 집단을 조사했더니 비만율이 낮았는데 아침을 챙겨 먹는 비율은 높더라. 그러니 아침을 먹는 게 비만을 예방한다. 이런 게 관찰 연구로, 상관관계가 있더라도 인과관계라고 보기는 어렵다. 

 

반면 참가자를 두 그룹을 나눠 한쪽은 아침을 먹게 하고 다른 쪽은 먹지 않게 한 뒤 체중의 변화나 칼로리 섭취량의 변화를 비교하는 연구는 다른 변수가 통제된 상태이기 때문에 인과관계라고 볼 수 있다. 

 

체중 변화를 살펴본 논문 일곱 편을 메타분석해 실험 전후 체중 증감량의 상대적인 차이를 구해보니 아침을 먹지 않은 그룹이 불과 0.44㎏ 더 많았다. 아침을 먹든 안 먹든 체중 변화 폭에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는 말이다.

 

한편 하루 칼로리 섭취량을 비교한 논문 열 편을 메타분석한 결과 아침을 먹은 그룹이 먹지 않은 그룹에 비해 평균 260㎉를 더 섭취했다. 연구자들은 논문에서 “아침을 챙겨 먹는 게 좋은 다이어트 전략은 아니다”라고 결론 내렸다.

 

아침 식사 여부가 체중 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논문을 모아 메타분석한 결과 아침을 먹는 그룹과 먹지 않는 그룹 사이에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아침을 든든하게 먹는 게 효과적인 다이어트 방법이 아니라는 말이다. 영국의학저널 제공
아침 식사 여부가 체중 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논문을 모아 메타분석한 결과 아침을 먹는 그룹과 먹지 않는 그룹 사이에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아침을 든든하게 먹는 게 효과적인 다이어트 방법이 아니라는 말이다. 영국의학저널 제공

어쩌면 필자도 아침을 더 먹은 만큼 저녁을 덜 먹은 게 아닐지도 모른다. 타이밍 다이어트를 하면서 하루 칼로리 섭취량이 늘었을 수 있다는 말이다.

 

필자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아침을 먹는 게 비만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는 가설에 매료된 건 배경이 되는 이론이 그럴듯하기 때문이다.  아침을 든든히 먹으면 식욕을 조절하는 호르몬들이 제대로 작동해 그 이후에는 훨씬 덜 먹기 때문에 하루 전체 칼로리 섭취가 오히려 줄어든다는 것이다. 설사 칼로리 섭취량이 비슷하더라도 대사 과정이 달라(아침을 든든히 먹으면 열생성이 활발하다) 체지방으로 저장되는 비율이 낮다.

 

그러나 막상 식욕 관련 호르몬 수치나 대사 관련 물질 수치를 측정해 비교한 결과를 보면 유의미한 차이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연구자들은 논문에서 “아침을 건너뛰는 게 오후에 식욕을 더 높이지는 않는다”며 “오히려 아침을 안 먹는 게 하루 칼로리 섭취량을 줄이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성인이 체중을 줄일 목적으로 아침을 먹는 건 도움이 안 된다는 말이다. 다만 어린이와 청소년은 아침을 먹는 게 집중력이나 주의력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어린이가 아침을 먹는 건 비만 경향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

 

교실 아침 급식이 비만 증가 불러

 

미국의 영양학자 레나 쿠퍼(사진)는 1917년 발표한 논문에서 “세 끼 가운데 아침이 가장 중요하다”고 주장했고 널리 받아들여졌다. 그 뒤 아침을 든든히 먹는 게 비만을 막는 이점까지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근 그렇지 않다는 연구결과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미국의 영양학자 레나 쿠퍼(사진)는 1917년 발표한 논문에서 “세 끼 가운데 아침이 가장 중요하다”고 주장했고 널리 받아들여졌다. 그 뒤 아침을 든든히 먹는 게 비만을 막는 이점까지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근 그렇지 않다는 연구결과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학술지 ‘JAMA 소아과’ 2월 25일자에는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아침을 챙겨 먹이는 정책이 오히려 비만을 늘렸다는 충격적인 연구결과가 실렸다. 연구의 배경은 이렇다.

 

미국 교육 당국은 저소득층 자녀들이 영양 상태가 안 좋으면서 비만이 느는 게 아침을 제대로 먹지 않고 정크푸드에 탐닉한 결과라고 보고 양질의 아침 식사를 제공하는 학교 급식 정책을 폈다. 그러나 학생들의 참여가 저조해 고민하다 식당 대신 교실에서 급식을 주고 아울러 아침 식사의 중요성을 알리는 영양 교육을 하기로 했다. 그러면서 기존 급식 방식과 차이를 알아보기로 한 것이다.

 

템플대 연구자들은 필라델피아에 있는 초등학교 12곳 가운데 6곳은 교실 급식으로, 6곳은 식당 급식으로 나눈 뒤 4학년 2학기부터 졸업할 때까지 2년 반 동안 실시해 차이를 봤다. 시작 시점에서 교실 급식을 한 그룹의 과체중 비율은 16.6%, 비만 비율은 20.8%였다. 한편 식당 급식 그룹은 과체중 비율은 18.7%, 비만 비율은 21.9%였다. 두 그룹 사이에 유의미한 차이는 없었다는 말이다.

 

교실 그룹 학생의 평균 급식 참여 일수는 전체 출석 일수의 53.8%로 식당 그룹의 24.9%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교실에 그냥 있으면 되는 학생들은 이틀에 한 번꼴로 아침을 먹었지만, 식당에 가야 하는 학생들은 나흘에 한 번 먹은 셈이다. 연구자들은 교실 그룹 학생들이 건강 상태가 더 좋고 비만율도 낮아질 것으로 기대했다. 

 

그런데 2년 반이 지나 조사한 결과 교실 그룹의 비만 비율이 20.8%에서 28%로 크게 늘었다. 반면 식당 그룹은 21.9%에서 21.2%로 차이가 없었다. 과체중은 교실 그룹이 16.6%에서 16.9%로, 식당 그룹이 18.7%에서 19.2%로 차이가 없었다. 한마디로 교실 그룹의 비만 비율만 늘었다는 말이다. 과체중은 비만으로 유출된 만큼 보통체중에서 유입돼 겉으로는 변화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연구자들은 논문에서 “교실 그룹에서 과체중인 학생들이 아침을 챙겨 먹으면서 비만이 될 위험성이 높아졌다”며 “교실에서 아침 급식을 하는 정책이 아동 비만에는 예상과 반대로 부정적인 결과를 낳았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문득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게 몸에 좋다’는 수면 건강 상식이 떠오른다. 수면과학의 발전으로 이 말은 아침형인 사람에게만 해당할 뿐 저녁형에게는 오히려 만성 수면 부족으로(일찍 잠들기 어려우므로) 건강을 해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저녁형인 사람은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게 건강한 수면 습관이다.

 

‘세 끼 가운데 아침을 잘 먹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100년 된 과학상식 역시 모든 사람에게 해당하지는 않는 것 같다. 인간 생리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면 그 이유도 밝혀지지 않을까.

 

※ 필자소개
강석기 과학칼럼니스트 (kangsukki@gmail.com) LG생활건강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했으며, 2000년부터 2012년까지 동아사이언스에서 기자로 일했다. 2012년 9월부터 프리랜서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직접 쓴 책으로 《강석기의 과학카페》(1~7권),《생명과학의 기원을 찾아서》가 있다. 번역서로는 《반물질》, 《가슴이야기》, 《프루프: 술의 과학》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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