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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한웅 과기자문위 부의장 “수소경제, 혁신성장 정책에서 과학은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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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3월 12일 07:49 프린트하기

미세먼지가 자욱한 6일 오전, 서울 역삼동에서 만난 염한웅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부의장은 “과학기술 관련 정책을 만들 때 전문가인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윤신영 기자
미세먼지가 자욱한 6일 오전, 서울 역삼동에서 만난 염한웅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부의장은 “과학기술 관련 정책을 만들 때 전문가인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윤신영 기자

“수소경제, 탈원전, 혁신성장 등 과학기술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대형 정책이 많은데, 현장과는 엇박자가 나는 일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이런 부분에 의견을 내라고 전문가로 만들어진 기구가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인데, 정부는 전혀 활용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1기 자문회의가 정부로부터 요청 받은 과학기술 분야 자문이 거의 없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합니다.”


염한웅 대통령직속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부의장(포스텍 물리학과 교수)은 6일 오전 본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작정한 듯 정부의 소통 의지에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대통령 비서실과 부처,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사이의 삼각관계가 국내 과학기술 분야 거버넌스(의사결정)의 핵심인데, 아직 소통이 원활하지 않다”며 “특히 대통령 비서실과의 소통이 어려워 아쉬웠다”고 말했다.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는 과학기술 분야 최상위 콘트롤타워로 꼽히는 대통령 직속 기구다. 1987년 헌법 개정시 설치 근거가 마련돼 1989년부터 한시적으로 설치 운영돼 오다2004년 대통령이 의장을 맡으며 위상이 강화됐다. 특히 지난해 4월 국가과학기술 전략과 정책 방향에 대해 대통령에게 자문하는 기존의 ‘자문회의’와, 주요 과기정책의 중기 계획과 예산을 심의, 의결하는 ‘심의회의’를 통합해 규모와 역할이 커졌다. 염 부의장은 박근혜 정부 때부터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위원으로 활동했고, 문재인 정부 1,2기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부의장을 맡고 있다. 이번 인터뷰는 지난 2월 2기 임기를 맡은 뒤 첫 번째 인터뷰다.

 

그는 지난 1년 간의 1기 자문회의 활동에 대해 “아쉬움이 많다”고 자평했다. 염 부의장은 “(대통령도 2017년 12월 2회 자문회의 때 참석해 언급했던) R&D 혁신을 위한 기초연구 투자 증대와 젊은 연구자를 위한 제도 개선 등을 차질없이 진행하고 있다”면서 “반면 그에 못지 않은 아젠다로 제시했던 ‘국민을 위한 과학기술’에서는 자문회의가 철저히 외면 받고 있다”고 불만을 이야기했다. 


그는 “자문회의는 대통령과 비서실에 과학기술이 관여하는 국가 중요한 정책에 자문안을 제시해야 한다”며 “하지만 비서실은 자문회의에서 무엇을 듣고자 하는지 아직 분명치 않다. 과학 거버넌스의 틀은 만들었지만 이 틀을 활용할 줄 모른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1기 임기 동안 정부로부터 주요 정책에 대한 자문을 요청 받은 일이 있느냐는 질문에 “거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이전 정부 자문회의도 참여했는데, 부처가 중요한 정책을 발표할 때엔 자문회의에 가져와 보고하고 같이 만들었는데 지금은 사라졌다. 부처와 비서실이 자체적으로 정책을 만들고 자문회의는 따로 자체 자문 주제를 생산하고 있다”며 “자문회의는 꼬박꼬박 열리고 있지만 중요 주제에서는 정부와 자문회의가 따로 헛도는 느낌이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웃 일본만 해도 예를 들어 ‘수소경제 로드맵’의 안이 나오면 한국의 자문회의와 비슷한 기구인 ‘종합과학기술이노베이션회의’가 긴 호흡을 갖고 연구해 에너지정책의 틀을 마련한다”며 “정부가 자문 결과를 수용할지 여부는 자유지만, 적어도 전문가의 총의가 모이는 과정을 거친다. 그런데 우리는 그 과정이 없다”고 비판했다. 그 결과 완성도가 떨어지는 정책이 나온다는 게 염 부의장의 생각이다.

 

그는 “탈핵, 수소경제, 혁신성장 모두 과학기술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정책인데, 자문 요청이나 검토 요청은 전혀 없었고, 정책이 선행해 발표됐다. 정책 완성도가 떨어지고 거칠다”고 말했다. 그는 “하나같이 현장에서 논란이 많은데, 여러 분야 전문가가 모인 자문회의의 의견을 구했다면 조금이라도 논란이 줄어들지 않았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단 몇 주만 주면 되는데 정부가 왠지 모르게 급하다. 사정은 이해하면서도 아쉽다”고 말했다.
 

염한웅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부의장은 기초연구예산을 확충하고 연구 자율성을 높이며 정부출연연구기관을 지원하는 일 등 과학계 내부의 일들에 대해서도 의견을 제시했거나 제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신영 기자
염한웅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부의장은 기초연구예산을 확충하고 연구 자율성을 높이며 정부출연연구기관을 지원하는 일 등 과학계 내부의 일들에 대해서도 의견을 제시했거나 제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신영 기자

현재 자문회의는 각종 주요 정책 결정에 대해 자체적으로 모니터링을 하고 자문안을 내 제출하고 있다. “정책이 발표된 뒤에 뒤늦게 아는 일을 막기 위해 늘 촉각을 곤두세우고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며 “일부는 사전에 자문회의 차원의 자문안을 마련해 제출하지만, 그 경우도 피드백조차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예를 들어 지금(6일은 엿새째 최악의 미세먼지가 중부를 강타한 날이었다) 문제 되는 미세먼지의 경우도 그렇다. 지난해에 이미 '이제는 부처 몇 곳이 하위기구를 통해 다룰 수준이 아니다. 미국 연방정부의 ‘청정대기법 자문위원회(CAAAC)’처럼 일종의 최상위 기구를 신설해 부처를 넘어 선제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내용의 자문안을 냈다"며 "올해 미세먼지 사태는 예견된 일이었는데,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다 결국 긴급처방인 비상저감조치 이상의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에게 지난 해 집중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개선한 과기 분야 이슈와, 올해 집중할 이슈를 각각 꼽아 달라고 했다. 작년에는 주로 사람과 관련된 제도를 꼽았다. 연구자가 직접 주제를 제안하는 ‘기초연구’ 예산을 대폭 확대한 점이 하나고, 이공계 대학원생이라는, 학생과 연구원 사이에서 학생으로서도, 직업인으로서도 보호를 받지 못하는 이들에 대한 해결책을 자문한 것이 둘째다. 후자의 경우, 학생연구원들이 대부분 과제를 통해 연구원이 되므로 과제 협약에 고용 조건을 명시해 이들의 근로자로서의 권익을 보호해 주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는 현재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추진 중인 ‘근로계약 체결’을 통한 권익 보호보다는 온건한 변화다. 직접 근로계약을 맺는 데 거부감을 느끼는 학교나 교수가 많은 만큼 중간 단계를 거치자는 생각이다.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에 대해서도 “시급한데 정부의 개선 의지는 약한 곳”이라며 “연구과제중심제도(PBS)와 그에 의해 파편화된 과제로 힘들다고 아우성인데, 정부는 출연연을 어떻게 독촉할지로 접근하는 것 같다. 어떻게 이들이 역할을 잘 해 나갈 수 있을지를 고민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도 지역대학, 연구중심대학을 중심으로 산적한 문제가 있지만, 교육부가 나서서 대책을 마련 중인 만큼 출연연에 집중하고자 한다”며 “올해 상반기 중으로 자문회의 차원의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염 부의장은 “지난 1기는 새로운 자문회의와 과학기술혁신본부를 두 축으로 하는 새로운 과학기술 거버넌스의 축을 만든 기간이었다. 이 틀이 나중에 어떤 정부가 들어와도 변하지 않고 자리를 잡으려면 잘 작동해야 하며 그걸 만드는 게 내 숙제”라며 “하지만 내 힘만으로 되는 일이 아니다. 정부가 자문회의에서 무엇을 듣고 싶은지 입장을 정하고 폭넓은 활용을 고민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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