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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가 본 당뇨병] 임신 중 고혈당, 20년 내 당뇨병 확률 최대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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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가 본 당뇨병] 임신 중 고혈당, 20년 내 당뇨병 확률 최대 50%

2019.03.19 17:00
임신성 당뇨병은 태반 호르몬이 인슐린 저항성을 높여 발생하기 때문에 출산 후에는 혈당이 대부분 정상 수치로 돌아온다. 하지만 20년 내 당뇨병이 발생할 확률 15~50%나 된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임신성 당뇨병은 태반 호르몬이 인슐린 저항성을 높여 발생하기 때문에 출산 후에는 혈당이 대부분 정상 수치로 돌아온다. 하지만 20년 내 당뇨병이 발생할 확률 15~50%나 된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임신성 당뇨병은 임신 20주 이후 혈당이 정상 수치(식사전 100mg/dL 미만)보다 높게 나타나는 병이다. 대부분 인슐린 저항성(인슐린이 혈당을 낮추는 기능이 떨어지는 현상)이 증가하는 때인 임신 24~28주에 발생한다.


임신성 당뇨병은 말 그대로 임신 중에 걸린다. 그래서 임신 전에는 혈당이 정상이었던 사람이라도 임신 중 혈당이 높아져 임신성 당뇨병 진단을 받을 수 있다.


국내에서 임신성 당뇨병 환자들이 늘고 있다. 학계에서는 국내 임신부 10명 중 1명꼴로 임신성 당뇨병을 겪는다고 추정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에 따르면 국내 임신성 당뇨병 환자는 2003년 4.8%에서 2012년 25.4%로 증가했다. 2007년을 기점으로 급증하고 있다. 임산부가 겪을 수 있는 내과적 합병증 중에서도 임신성 당뇨병이 1위다.

 

임신성 당뇨병은 일반 당뇨병과 원인이나 증상이 조금씩 다르다. 당뇨병이 생기면 망막병증이나 당뇨발 같은 합병증이 생기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임신성 당뇨병은 환자 본인뿐 아니라 태아의 건강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특별히 더 주의해야 한다. 임신성 당뇨병이 왜 생기는지,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산부인과 전문의에게 물어봤다.

 

임신 중 태반 호르몬이 인슐린 저항성 증가시켜

 

임신성 당뇨병 환자는 특히 임신 20주 이후에 인슐린 저항성이 떨어져 혈당이 높아진다. 국제당뇨병센터 제공
임신성 당뇨병 환자는 특히 임신 20주 이후에 인슐린 저항성이 떨어져 혈당이 높아진다. 국제당뇨병센터 제공

 

당뇨병은 췌장 기능이 떨어져서 인슐린이 잘 분비되지 않거나, 인슐린의 기능이 떨어져서 생기는 질환이다. 유전적으로 인슐린이 잘 만들어지지 않는 경우(제1형 당뇨병)도 있지만, 대부분 비만이나 대사증후군으로 인해 고혈당이 지속되면서 발생한다(제2형 당뇨병).

 

반면 임신성 당뇨병이 생기는 결정적인 원인은 ‘임신 중에 분비되는 호르몬’이다. 임신 전에 혈당이 정상 수치였던 사람이라도 췌장 기능이 충분하지 못한 경우에는 임신 중 당뇨병이 생길 수 있다.

 

임신을 하면 호르몬에 의해 생리적 변화가 일어난다. 박미혜 이대서울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임신 중에는 산모와 태아에게 영양분을 적절하게 공급하기 위해 태반에서 태반성 락토겐, 에스트로젠, 프로제스테론 같은 호르몬이 분비된다”며 “이 호르몬이 분비되면 인슐린 저항성이 증가해 당뇨병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임신 후반기로 갈수록 당뇨병 발병 위험이 증가한다.

 

임신성 당뇨병보다 훨씬 위험한 상황은 이미 당뇨병을 앓고 있던 사람이 임신을 했을 경우다. ‘당뇨병 임신’ 환자는 임신성 당뇨병에 비해 산모와 배아, 태아에게 미치는 나쁜 영향이 훨씬 크다.

 

임신 중 생리적, 병리적 변화가 나타나면서 혈당을 조절하기가 어렵고 자간전증(임신과 합병된 고혈압성 질환, 흔히 임신중독증이라 부름)이나 조기분만, 거대아, 성장제한, 주산기사망률(임신 20주 이후, 또는 출생 후 28일까지의 사망률)이 증가한다. 박 교수는 “태아의 선천성 기형의 위험성을 결정하는 시기인 임신 초기에 혈당을 조절하는 것이 특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출산 후 20년 이내 당뇨병 확률 최대 50%

 

임신성 당뇨병으로 진단받은 환자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자료 국민건강보험 제공
임신성 당뇨병으로 진단받은 환자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자료 국민건강보험 제공

임신성 당뇨병은 일반 당뇨병과 달리 일시적이다. 환자가 아기를 낳은 뒤에는 태반 호르몬이 더 이상 분비되지 않아 혈당이 정상 수치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임신성 당뇨병을 가볍게 여겨도 된다는 얘기는 아니다.

 

임신성 당뇨병이 생기면 조기진통이나 양수 과다증, 조산, 임신중독증, 임신성 고혈압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진다. 또 태아에게도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체중 4.5kg 이상으로 과도하게 커져 난산이나 분만손상을 초래할 수 있고, 분만 후 신생아가 저혈당, 황달 등을 겪을 수 있다.

 

박 교수는 “임신성 당뇨병을 앓았던 사람의 약 20%는 출산 후 공복 혈당장애가 생길 위험이 있다”며 “출산한 지 5~10년 뒤 3분의 1이 대사증후군을 겪는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말했다. 공복 혈당장애란 공복 혈당(식사 전 혈당)이 100~125mg/dL으로 정상(100mg/dL 미만)보다 높지만 당뇨병(126mg/dL 이상)은 아닌 것을 말한다. 그는 또 “임신성 당뇨병을 앓았던 여성의 15~50%가 20년 이내에 제2형 당뇨병을 겪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임신성 당뇨병 환자가 낳은 아기 역시 성인이 됐을 때 비만이나 당뇨병에 걸릴 위험이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고위험군 아니어도 체중 관리, 혈당 조절 중요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그래서 임신성 당뇨병이 생기지 않게 미리 혈당을 조절하고, 병원에서 당뇨병 관련 검사를 반드시 받아 임신성 당뇨병 위험을 조기에 찾는 일이 중요하다.

 

임신 전 체질량지수가 30kg/m2 이상으로 비만하거나 직계가족 중에 당뇨병 환자가 있는 경우, 과거 4kg 이상 아기를 낳았거나 이유 없이 사산이나 조산, 유산 경험이 있는 경우에는 임신성 당뇨병 고위험군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위험도가 높지 않은 임산부라도 임신성 당뇨병에 걸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고, 임신 24~28주에 반드시 임신성 당뇨병 검사를 받아야 한다.

 

박 교수는 “임신성 당뇨병의 주요 원인은 비만”이라며 임신성 당뇨병을 예방하는 첫 번째 방법으로 ‘체중 관리’를 꼽았다. 그는 “유전적 요인도 당뇨병 발병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가족 중 당뇨병 환자가 있는 경우에는 규칙적인 운동과 식이요법을 병행해 ‘혈당 조절’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신성 당뇨병은 임신이라는 특수한 환경에 놓여 있기 때문에 일반 당뇨병처럼 혈당을 조절하는 한편, 태아의 건강과 성장까지 고려해 치료해야 한다. 박 교수는 “임산부와 태아에게 필요한 영양분을 공급하면서도 정상 혈당을 유지해야 하고, 당뇨성 케톤산증을 예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뇨성 케토산증은 고혈당으로 인해 세포가 당을 충분히 사용하지 못함으로써 당 대신 지방을 이용해 케톤산이 증가해 산독증이 일어나는 질환이다.

 

박 교수는 “규칙적인 운동을 하면 인슐린 저항성을 줄일 수 있다”며 “매끼 식사 후 최소 10분 정도, 하루에 총 30분 정도 빠르게 걷거나 앉아서 팔운동을 하면 좋다”고 조언했다. 식이요법과 운동으로도 혈당이 조절되지 않으면 약물로 치료해야 한다. 다행히 인슐린은 태반을 통과하지 않아 태아에게 큰 영향 없이 효과적으로 혈당을 조절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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