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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운의 곤충記] 곤충의 속도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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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운의 곤충記] 곤충의 속도 경쟁

2019.03.20 16:26

지구상에서 최초로 하늘을 날았던 동물은 곤충이다. 하늘을 나는 일은 먹이를 발견하고 짝을 찾아 번식을 하고 새로운 서식처를 발견하거나 천적을 따돌리는데 더 없이 좋은 방법이다. 이러한 비행 능력 때문에 곤충은 3억5000만 년 전부터 지금까지 지구 생태계의 가장 번성한 생물군으로 성공 신화를 이루고 있다. 먹을거리를 찾느라 으르렁거리고, 영토 전쟁을 치열하게 치르는 땅위의 파충류와 포유류를 밑으로 내려다보는 곤충은 얼마나 여유만만하고 성공적인가. 

 

별박이왕잠자리
별박이왕잠자리

다리가 날개로 변형된 새나 박쥐같은 동물과 곤충의 날개는 다르다. 곤충 날개는 몸을 감싸고 있는 체벽이 밖으로 튀어나와서 생긴 것으로, 일종의 피부가 늘어난 형태이므로 날개 내부에 근육이 없다. 자체적으로 수축, 이완하면서 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 가슴 부위의 비행 근육으로 움직여야 하므로 곤충의 가슴은 비행 근육으로 가득 차 있다. 몸무게에서 비행근육이 차지하는 비율이 보통 12% 내외이나 더 빠르게 날기 위해 65%에 이르는 곤충도 있다. 

 

비행근육은 신경 충격이 있을 때만 수축활동을 보이는 동시성 비행근육과 신경 충격 횟수보다 더 많은 수축과 이완을 보이는 비동시성 비행근육이 있다. 하나의 신경신호로 한 번의 근육 수축을 일으키는 동시성 비행근육은 메뚜기나 나비, 잠자리 종류가 이에 해당한다. 초당 100회 이상의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지 못하므로 나풀나풀 나는 나비나 푸드덕 하늘을 차고 오르는 메뚜기의 비행을 눈으로 목격할 수 있다. 

 

콩중이(메뚜기목)
콩중이(메뚜기목)

비동시성 비행근육은 곤충에게만 발견되는 특별한 비행근육으로 단 한 번의 신경자극으로도 훨씬 많은 날개 짓을 유도할 수 있다. 한 번 신경을 건드리기만 하면 저절로 비행근육이 움직이기 시작해 계속해서 날개 짓을 할 수 있는 기능으로 곤충이 터득한 비행의 신기술이다.  벌목, 파리목, 딱정벌레목이 이런 시스템을 갖고 있다. 

 

하늘소(딱정벌레목)
하늘소(딱정벌레목)

세상에서 가장 빠른 곤충은 1㎜ 정도로 작은 흡혈곤충인 포르시포미아(Forcipomyia·파리목 등에모기과)로 초당 1000번 날개 짓 속도를 갖는 것으로 유명하다. 비동시성 비행근육으로 움직이는 날개 짓을 볼 수는 없고 윙 소리만 들을 수 있다. 속도만 최고가 아니라 균형 감각도 일품이다. 뒷날개를 퇴화시켜 수많은 방향 감각기를 탑재한 주걱모양의 평균곤을 앞날개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며 비행 중 균형을 유지한다. 앵앵거리며 귀찮게 하는 파리나 모기를 쫓으려 손사래를 치지만 금방 알아채고 잽싸게 도망가는 놈들을 제압한 경우는 거의 없다. 파리나 모기의 제어장치와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으니 그들과의 신경전은 늘 백전백패에 가깝다. 

 

잠자리각다귀와 잠자리각다귀의 평균곤 확대(SEM)
잠자리각다귀와 잠자리각다귀의 평균곤 확대(SEM)

날개를 접어 크기를 줄여 노출을 피하는 접이식 신식 날개에, 가공할 속도까지 더해져 벌, 파리, 딱정벌레 종류는 곤충 중에서도 가장 잘 나가는 놈들이다. 비행날개를 1쌍으로 줄인 딱정벌레목이나 파리목은 나비나 나방에 비해 작고 단순한 날개를 가졌지만 신기술을 활용하여 최고의 속도를 자랑한다. 

 

크고 강한 날개를 가진 나비나 나방이지만 초당 100회 정도의 날개 짓으로는 생태계 내에서 늘 불리한 싸움을 할 수 밖에 없다. 먹이를 찾는 것도 짝을 만나는 일도 천적으로부터 도망가는 일도 결국 속도전이다. 나비목 곤충들이 빠르게 비행하는 다른 곤충들과 비슷하게나마 속도를 높이기 위해 물리적으로 앞날개와 뒷날개를 결합하는 방법을 취했다. 얇고 기다란 앞날개와 작고 둥근 뒷날개를 하나로 이어주는 ‘날개가시’, ‘날개걸이’, ‘날개 겹침’ 이라는 특별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대왕박각시 날개가시
대왕박각시 날개가시

‘날개가시’는 대부분 나방에서 관찰되는 구조로 여러 개의 털이 단단히 뭉쳐 만든 강한 띠를 지지대 속에 끼워 넣는 강력한 연결 방식이다. 날개가시로 무장한 박각시 나방은 시속 50km 이상으로 날 수 있는 비행의 명수이면서 공중에서 정지 상태로 비행(hovering) 할 수 있다. 때때로 벌새가 나타났다고 오해하곤 하지만 한반도의 벌새는 모두 꼬리박각시 종류다. 

 

애벌꼬리박각시 정지 비행
애벌꼬리박각시 정지 비행

‘날개걸이’는 앞날개 뒷부분에 손가락 모양의 갈고리를 뒷날개에 걸치는 방식으로 박쥐나방과에서만 특별히 관찰되는 날개 연결 구조다. 산누에나방이나 솔나방, 나비같이 날개가 큰 종류들은 뒷날개 받침대에 앞날개를 겹치는 방식인 ‘날개 겹침’ 연결 방법을 사용하여 보다 빠르게 날개 짓을 한다. 

 

박쥐나방 날개걸이와 날개걸이 확대(SEM)
박쥐나방과 박쥐나방 날개걸이 확대(SEM)

형태적으로 막처럼 얇고 투명한 날개를 갖고 있는 곤충을 벌목이라고 하는 것도 맞지만, 앞날개와 뒷날개가 연결되어 결합한 날개를 달고 있는 곤충을 의미할 수도 있다. 'Hymenoptera'의 히메노스(Hymenos)는 그리스의 결혼 신을 의미하는데 갈고리로 연결 된 날개를 갖고 있는 곤충을 뜻하기도 한다.

 

호랑나비와 호랑나비 날개 뒷날개 확대(SEM)
호랑나비와 호랑나비 날개 뒷날개 확대(SEM)

속도를 증강시키는 2가지의 비행 기술인 비동시성 비행근육과 날개를 결합하여 최대 스피드를 기록하는 벌목은 가장 많은 종수와 개체수를 보유한, 곤충 중 가장 위대한 성공을 거두고 있다. 80mm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크기에, 진한 노란색, 검은색 무늬가 섞인 위협적인 모습의 장수말벌이 엄청난 속도로 날개 짓하며 내는 ‘붕’ 하는 소리를 귓전에서 들으면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장수말벌과 장수말벌 날개 갈고리 확대(SEM)
장수말벌과 장수말벌 날개 갈고리 확대(SEM)

구식 날개에서 신식 날개로, 동시성 비행근육에서 비동시성 비행근육으로, 날개를 결합하며 끊임없이 속도를 늘리는 진화를 거듭해 왔지만 모든 곤충이 속도전에 올 인하는 것은 아니다. 같은 벌목이지만 진사회성 곤충인 개미 종류는 결혼 비행 후 여왕개미는 날개를 꺾어 떼어 낸 후 서식처를 찾아 군체를 만든다. 같은 종 내에서 수컷은 날개를 갖고 있지만 암컷은 날개를 아예 없애 오직 번식에만 신경 쓰는 주머니나방이나 겨울가지나방 종류도 많다. 

 

짝짓기 전 여왕개미 날개(일본왕개미)
짝짓기 전 여왕개미 날개(일본왕개미)
남방차주머니나방 암컷
남방차주머니나방 암컷
털겨울가지나방 암컷
털겨울가지나방 암컷

항공기 탄생이 단 한 종에 불과한 인간을 전체 생태계를 호령하고 주름잡는 최상위 포식자로 만들었다. 마침내 비행기 날개를 달고 하늘을 날기 시작하면서, 곤충이 날개를 진화시켰을 때처럼 인간은 지구의 모든 지역을 마음대로 요리하고 있다. 어디든 접근할 수 있는 비행 기술로 얼음으로 뒤덮인 북극과 밀림 우거진 아마존까지 정복하려 하는데, 절대 건드리면 안 되는 지구의 허파가 망가지는 순간 다음 순서인 기후변화가 인간을 밀쳐 내리라는 사실을 가늠하지 못할까? 미세먼지로 숨 막혀했던 지옥 같은 세상을 온 몸으로 느끼면서도 코앞에 닥친 전 지구적인 대재앙을 두려워하지 않는 현실이 안타깝다. 

 

그리스 신화 속 이카루스의 날개처럼 비약적(飛躍的) 발전에 취해 너무 높이 날다가 태양에 타 버릴까 그게 걱정이다. 

 

참고문헌

P. J. Gullan and P. S. Cranston. The Insects An outline of Entomology(2005). Blackwell Publishing Ltd.

Pringle, J. W. S. Insect Flight(1975). Oxford Biology Reader 52. Oxford Univ. Press. Oxford. 

김용균 外. 昆蟲生理學(2008). 지코사이언스. 
 

※ 필자소개
이강운 곤충학자 서울대 대학원을 졸업했다. 현재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장, 서식지외보전기관협회장이며 국립인천대 매개곤충 융복합센터 학술연구 교수를 맡고 있다. 과학동아에 ‘애벌레의 비밀’을 연재했다. 2015년 한국의 나방 애벌레 도감Ⅰ, 2016년 캐터필러 Ι, 2017년 캐터필러Ⅱ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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