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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지진, 그날의 공포는 지금도 계속된다" 포항시민 10명중 8명 심리적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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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지진, 그날의 공포는 지금도 계속된다" 포항시민 10명중 8명 심리적 충격

2019.03.20 12:36
2017년 포항 북구에 지진이 발생한 다음 날인 11월 15일 다세대주택의 일부가 무너져내린 모습. 연합포토 제공
2017년 포항 북구에 지진이 발생한 다음 날인 11월 15일 다세대주택의 일부가 무너져내린 모습. 연합포토 제공

생명에 위협을 느낄 정도로 끔찍한 사고를 겪었을 때처럼 극심한 스트레스를 경험한 사람들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겪는다. 당시에 느꼈던 무서움과 불안감을 다시 느끼면서 같은 일이 또 한 번 반복될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휩싸이는 것이다. 

 

2017년 11월 15일 포항 지진(규모 5.4)을 겪었던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포항 지진이 일어난 직후 PTSD 발생을 예방하기 위해 국립부곡병원과 국립정신건강센터, 국립나주병원, 국립공주병원, 국립춘천병원 정신과 의료진이 '포항 현장심리지원단' 꾸려 심리지원서비스 수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설문 조사 결과 지진을 겪었던 포항 시민 중 상당수가 여전히 지진에 대한 공포에 떨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냥 사는 게 바빠서 심리치료를 받지 못한 사람도 95%가 넘는다. 

 

포스텍 융합문명연구원 연구팀은 지난해 10월 포항에 살고 있는 성인 500명(남성 251명, 여성 249명)을 대상으로 포항 지진을 겪은 뒤 심리적 피해 정도를 조사했다. 그 결과 심리적 피해를 겪었다고 답한 사람이 10명 중 8명꼴이었다. 여성(86.7%)이 남성(74.90%)보다 조금 더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리적 피해 유형은 대부분 불안감(79.0%)이었고 불면증(28.8%)과 우울증(12.2%), 소화불량(7.0%)이 뒤를 이었다. 두통이나 과민증세가 생겼다는 답도 있었다. 또 응답자의 85.8%는 포항에서 다시 강진이 일어날까봐 두렵다고 답하기도 했다.

 

하지만 심리치료나 상담을 받은 사람은 4.8%에 불과했다. 심리치료나 상담을 받지 않은 이유로 대부분 ‘필요 없어서(76.5%)’라고 답했다. 

 

지난해 8월 이와 비슷한 조사를 포항시에서도 자체적으로 진행했었다. 지진 피해가 특히 심했던 북구 장량동과 흥해읍 주민 50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93.8%가 지진으로 인해 피해를 입었다. 이로 인한 충격이 심했다고 답한 사람이 절반이 넘었다(매우 큰 충격 29.8%, 큰 충격 24.4%). 

 

하지만 역시나 지진 피해 후 심리치료를 받았다고 답한 사람은 10.4% 정도였다. 지진으로 인한 정신적 충격을 스스로 인지하면서도 심리치료를 받아야 할 만큼 위중하게 생각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대참사 겪었더라도 정신 상담치료 받으면 1년 후 대다수 극복

 

2017년 11월 포항 지진이 발생한 후 홍해실내체육관에 마련된 임시 대피소. 국립부곡병원 등 정신과 의료진들이 포항 현장심리지원단을 꾸려 피해자들에게 심리치료를 지원했다. 연합포토 제공
2017년 11월 포항 지진이 발생한 후 홍해실내체육관에 마련된 임시 대피소. 국립부곡병원 등 정신과 의료진들이 포항 현장심리지원단을 꾸려 피해자들에게 심리치료를 지원했다. 연합포토 제공

해외에선 지진 피해를 입은 주민에 대한 심리적 치료 활동이 활발하다. 2004년 4월에 대지진이 발생한 일본 효고현에서는 현립 트라우마센터에 해당하는 ‘마음의 케어’ 센터가 설립돼 피해자 가족들의 트라우마와 PTSD를 조사하고 치료하고 있다. 일본은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한 2011년 12월 국립정신신경의료연구센터에 설치된 국립재난정신건강정보센터를 설치하고 동일본 대지진에 따른 피해자들의 PTSD를 중심으로 정신건강 회복을 돕고 있다. 2015년 두 차례 대지진을 겪은 네팔에서도 심리 치료가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포항 현장심리지원단을 꾸렸던 국립부곡병원 연구팀은 ‘국가트라우마센터 심포지엄’에서 포항 지진 피해자들이 지진 발생 직후부터 1년간 적절한 정신 상담치료를 받았을 경우 대다수가 우울증과 PTSD를 이겨냈다는 연구결과를 내놨다.  

 

지진 직후에 비해 1년이 지난 현재 우울증 고위험군은 50%에서 17.2%로 3분의 1정도로 대폭 줄었다. 위험군은 6.9%에서 12.1%로 소폭, 정상군은 43.1%에서 70.7%로 대폭 늘어난 것으로 보아 지진 직후 우울증에 시달렸던 사람들의 증세가 나아졌거나 나았다고 볼 수 있다.

 

PTSD도 비슷한 결과가 나타났다. 지진 직후에 비해 1년이 지난 현재 고위험군이 19%에서 6.9%로, 위험군이 3.4%에서 0.0%로 줄거나 사라졌다. 그 대신 정상군이 77.6%에서 93.1%로 큰 폭으로 늘었다. 10명 중 9명이 PTSD를 극복해낸 셈이다.  

 

포항 현장심리지원단을 이끈 이영렬 국립부곡병원장(정신과 전문의)은 “지진처럼 극심한 사건 사고를 겪은 뒤에는 누구나 우울, 불안, 불면 등 스트레스 증상이 나타난다”며 “정상적인 반응이므로 대부분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좋아진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이런 증상이 지속되거나 악화되는 경우에는 반드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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