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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지질학회, 학술적 이견 불구 "포항지진은 촉발지진" 공식화 문제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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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지질학회, 학술적 이견 불구 "포항지진은 촉발지진" 공식화 문제 없나

2019.03.20 16:13
대한지질학회를 중심으로 구성된 포항지진 정부조사연구단이 질의응답하고 있다. 조승한 기자 shinjsh@donga.com
대한지질학회를 중심으로 구성된 포항지진 정부조사연구단이 질의응답하고 있다. 조승한 기자 shinjsh@donga.com

대한지질학회는 20일 보도자료를 내고 2017년 발생한 포항지진이 지열발전소 굴착 과정에서 주입된 물이 주변 단층을 자극해 발생한 촉발지진이라고 밝혔다.  이는 포항지진 정부조사연구단(단장 이강근 대한지질학회장·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이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포항지진과 지열발전로 인해 유발된 촉발지진이라고 발표한 것과 같은 내용이다. 

 

지질학회는 "포항지진은 지열발전소 지열정을 파고 물을 주입하는 과정에서 물 압력이 주변으로 전달되면서 지진이 나기 직전인 임계응력 상태에 있었던 단층에서 작은 미소지진을 남서방향으로 순차적으로 유발했으며 시간 경과에 따라 포항지진이 촉발됐다"고 설명했다.

 

지질학회는 이날 지열발전을 위해 실증 연구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판 구멍 2개를 통해 주입된 물이 주변 단층에 압력을 가해 남서방향으로 미소지진을 순차적으로 유발했다고 결론을 내렸다. 두 개 구멍 PX-1d와 PX-2을 이용한 결과 굴착 과정에서 누출된 물과 PX-2를 통해 높은 압력으로 주입된 물이 지진을 일으켰다는 것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런 미소지진은 규모 5.4 본진의 진원에 도달해 임계응력 상태에 있었던 단층에서 지진이 촉발됐다는 해석이다. 

 

지질학회는 정부 조사연구단이 수리자극 과정에서 가해진 주입압력과 주입량의 상세 자료를 이용해 주요 진원 위치에서 시간에 따른 공극압의 분포를 계산했다고 밝혔다. 이  결과는 지진 발생의 시공간적 분포와 일치했다. 물 압력을 받은 이후에도 공극압이 계속 확산되면서 시간적인 지연이 일어났다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 포항지진을 포함해 지열발전 실증부지 부근에서 발생한 지진들의 진원 위치를 정확하게 결정하기 위해 속도모델을 구축하고 상대 위치를 결정하는 등의 진원보정 과정을 거쳤다고 덧붙였다.

 

이런 과정을 통해 98개 지진의 정확한 진원을 결정한 결과 PX-2 지열정에서 진행된 물 주입이 유발한 미소지진들이 이루는 평면과 포항지진의 단층면해가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추공 영상 검증 결과에서는 PX-2 지열정이 3783 m 깊이에 막혀 있었으며, PX-2의 암편 시료를 분석한 결과 3790~3815m구간에서 단층핵에 해당하는 단층비지대가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질학회 측은 지진분석을 통해 결정된 단층면을 연장하면 이 심도와 일치하며 이는 포항지진이 일어났을 때 이 단층이 파열되면서 PX-2 지열정의 케이싱을 손상시켰음을 뜻한다고 밝혔다. 또 이를 뒷받침할 증거로 PX-2 지열정에서 급격한 수위 하강과 지하수 화학 특성 변화가 관찰됐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지난해 대한지질학회를 중심으로 국내·외 연구진을 모아 지질발전소와 지진의 상관관계를 연구하는 정부 조사연구단을 꾸렸다. 연구단은 전문가 5명이 포함된 '해외조사위원회', 지진·수리지질·구조지질·지질역학·물리탐사를 맡을 '국내조사단', 상시적으로 의견을 제시할 '상시자문단'으로 구성됐다. 지난 1년간 총 23억원이 투입됐다.

 

그러나 포항지진에 따른 주민 고통을 해소하고 보상을 서둘러야 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여러 학술적 의견을 가진 학자들이 참여하는 학술단체인 대한지질학회가 포항지진에 대한 학술적 이견이 여전히 남아있는 상황에서 원인을 확정한 점은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다. 

 

실제로 일부 학자들은 지열발전을 위한 지열정의 끝부분인 깊이 4km 인근을 중심으로 데이터를 분석한 정부 조사연구단의 결과와는 달리 규모 5.4의 포항지진 본진 진앙지 깊이가 다르다는 이견을 여전히 제시한다. 주입된 물의 양과 기존 통상적인 지열발전에 의한 유발지진 양상과는 다르다는 점, 포항지진 본진이 일어난 단층에 축적된 임계응력에너지가 어떻게 쌓였는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도 해소되지 않고 있다.

 

정부가 포항지진의 원인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학회가 지진의 원인을 확정한 것은 다른 차원의 이야기가 된다. 학회가 지진 원인을 공식화할 경우 포항지진에 대해 학술적으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여전히 나오는 가운데 이번 발표와 다른 학술적 해석들이 배제될 가능성이 크고 자칫 잘못된 정책에 힘을 싣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실제로 대한지질학회 소속된 회원 중 일부는 이번 발표 전까지도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양한 학술적 소통의 장이 되어야할 학회가 1년 남짓 밖에 진행하지 않은 조사 결과를 학회의 입장처럼 공식화하는 것보다는 정부 조사연구단의 제한적인 분석결과로 발표했어야 했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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