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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사우디 방해로 인위적 기후조작 기술 규제 끝내 불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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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3월 21일 17:22 프린트하기

이달 11일부터 15일까지 케냐 나이로비에서 열린 제 4차 유엔 환경총회에서 스위스와 한국 등이 낸 지구공학의 위험을 국제적으로 분석하자는 결의안 채택이 불발됐다. 유엔 환경총회 제공
이달 11일부터 15일까지 케냐 나이로비에서 열린 제 4차 유엔 환경총회에서 스위스와 한국 등이 낸 지구공학의 위험을 국제적으로 분석하자는 결의안 채택이 불발됐다. 유엔 환경총회 제공

한국과 스위스, 멕시코를 포함한 11개국 정부가 지구 환경을 인위적으로 조작해 기후변화를 억제하는 기술인 '지구공학'의 잠재적 위험성을 국제 차원에서 분석하자는 결의안을 유엔 환경총회에 냈으나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일본 정부의 반대로 채택이 불발됐다. 외신들은 미국과 사우디가 이른바 '검은 황금'으로 불리는 석유산업을 비롯해 화석연료 산업을 축소하지 않고 기후변화 문제를 지구공학으로 손쉽게 해소하려는 의도가 깔려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스위스가 주도하는 11개국은 이달 11일부터 15일까지 케냐 나이로비에서 열린 제4차 유엔 환경총회에 ‘유엔환경계획(UNEP)이 지구공학에 대해 종합적인 평가를 해줄 것’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냈다.

 

지구공학은 햇빛을 가려 지구 온도를 낮추거나, 이산화탄소를 대량 포집해 온실가스를 없애는 등 인간이 지구 환경을 조작해 기후변화를 막는 기술을 뜻한다. 지구공학은 기후변화를 막을 대안으로 떠오르면서도, 지구공학이 불러올 갑작스러운 기후변화가 어떤 부작용을 일으킬지 예측이 어려워 국제사회에서는 이를 관리할 규제안을 마련하자는 목소리가 있었다. 유엔 내 환경활동을 활성화하기 위해 설립된 환경 전담 국제기구인 UNEP에 평가를 요청한 것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스위스가 이번 결의안에 참여해 달라는 요청을 해왔다"며 "환경부가 이를 검토한 결과 동의할 만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결의안에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은 스위스와 멕시코, 모나코, 리히텐슈타인과 환경 문제에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 중간 입장을 내는 환경건전성그룹(EIG)으로 국제 환경 협상에 참여하고 있다.


결의안에는 기후변화가 가장 큰 문제임을 인식하면서도 지구공학이 기후변화를 막는 대안은 아니라는 입장이 담겼다. 서문을 보면 “기후변화가 우리 시대의 가장 큰 과제임을 인식하며 기후변화가 개발도상국의 지속 가능한 발전과 빈곤 퇴치를 이룰 능력을 약화시키고 있다”면서 “온실가스 배출 감소가 급한 것을 인식하면서도 지구공학이 기후변화를 막을 대안처럼 취급되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지구공학 기술이 부작용이 있음에도 국제적 감시가 부족하다는 점도 우려했다. 서문에는 이어 “지구공학의 잠재적 위험과 부정적 영향에 대해 우려하며 다자간 통제와 감시가 부족하다는 점을 주목한다”며 “태양 복사 관리와 이산화탄소 제거에 있어 지구공학의 다양한 정의와 기술의 구분에 유의하고, 기술 발전과 잠재적 위험에 관한 연구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결의안은 지구공학에 대한 정의와 현재의 기술 수준, 지구공학을 연구하는 연구자들과 국가에 대해 관련 전문가 그룹을 참여시켜 UNEP가 이를 분석하고 이후 열릴 5차 유엔 환경회의에서 검토할 수 있도록 2020년 8월까지 평가서를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결의안은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효율적 방안으로 지구공학이라는 새로운 기술에 대해 국제사회가 대비에 나서자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에 대한 각국의 생각은 동상이몽이다. 

 

지구공학 기술은 도입하는 국가가 기후변화에서 혜택을 받는 동안 다른 국가는 손해를 보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선진국들이 자국의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마구 지구공학 기술을 적용하면 주변의 개발도상국 입장에서는 이를 제지할 수 없게 되면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중간 조정자를 자처하는 EIG가 이번 결의안을 주도한 것도 이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미국과 사우디처럼 화석연료 산업 규모가 큰 나라들은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지 않으면서도 기후변화 위험을 줄일수 있는 달콤한 대안의 앞길을 막는 결의안이 달가울 리 없다. 실제로 결의안은 양대 석유 생산국인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반대에 부딪혀 결국 13일(현지시간) 첫 제안을 주도한 스위스가 결의안을 철회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이와 관련해 영국의 가디언은 18일 "미국과 사우디가 자국 화석 연료 산업에 이익을 주기 위해 결의안을 막았다"고 지적했다. 

 

캐나다 스타트업 ′카본 엔지니어링′이 계획하고 있는 대규모 이산화탄소 포집기의 상상도. 카본 엔지니어링 제공
캐나다 스타트업 '카본 엔지니어링'이 계획하고 있는 대규모 이산화탄소 포집기의 상상도. 카본 엔지니어링 제공

글로벌 에너지 기업들은 이미 지구공학에 대한 투자에 나서고 있다. 미국 석유업체 셰브론과 글로벌 광산업체 BHP는 공기 중 이산화탄소를 잡아들여 연료로 바꾸는 기술을 개발하는 캐나다 스타트업 ‘카본 엔지니어링’에 투자했다. 각국 정부도 투자에 나섰다. 대기 중 에어로졸(미세한 입자)을 뿌려 햇빛을 차단하는 기술을 연구하는 데이비드 키스 미국 하버드대 교수팀은 미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올 상반기 실험 계획까지 내놨다.

 

미국은 이번 총회에서 지구공학 규제 결의안 외에도 여러 환경 의제 채택에 훼방을 놓았다. 가디언에 따르면 미국은 인도가 단계적으로 2025년까지 일회용 플라스틱을 퇴출하자는 결의안을 내자 ‘2030년까지 의미 있는 감소를 추진한다’로 문구를 바꿨다. 노르웨이가 해양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할 세계 차원의 전략을 수립하자고 제안한 의제도 무산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의 한 개발도상국 대사는 “미국이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여러 환경 의제가 지연되길 원한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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