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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선박 아랫부분은 왜 모두 붉은색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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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선박 아랫부분은 왜 모두 붉은색일까?

2013.10.23 14:41


[동아일보] ■ KCC 선박도료 연구센터 가보니

‘매일 바닷물과 맞닿는 배는 왜 쉽게 녹슬지 않을까?’

‘대형 선박의 아랫부분은 왜 천편일률적으로 붉은색일까?’

그 해답은 바로 도료에 있다. 첫째 질문에 대한 답은 녹을 방지하는 ‘방청도료’ 덕분이다. 둘째 질문의 답은 ‘방오도료’ 성분 때문이다. 거친 바다를 수십 년간 헤치고 다니는 배는 파도, 염분, 해양생물체 등의 쉴 새 없는 공격을 버텨내야 한다.

21일 찾은 울산 동구 방어동 KCC 선박도료연구센터는 방청 및 방오 기능을 극대화하면서도 친환경 요소를 갖춘 선박용 도료 개발에 한창이었다.

○ 녹슬지 않는 도료의 비밀

세계 도료 시장 규모는 연간 98조 원(지난해 기준)에 이른다. 자동차용, 선박용, 건축용, 공업용, 특수용 등 용도가 무궁무진해 그 종류만도 2만 가지가 넘는다. 그중 5조 원 규모인 선박용 도료는 글로벌 도료 업체들의 치열한 기술 경쟁이 벌어지는 분야다.

1만 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을 건조할 때 쓰이는 도료는 약 40만 L. 보통 배 1척을 만들 때 50∼60가지 도료가 사용된다. 바닷물과 맞닿는 침수 부위, 햇빛과 마주하는 갑판, 화물을 싣는 화물칸 내부, 사람들이 생활하는 덱하우스 등 선박 곳곳에서 필요한 도료의 기능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밸러스트 탱크’(선박의 평형을 맞추기 위해 바닷물을 채우는 공간)는 가장 높은 수준의 방청 기능이 요구된다. 바닷물이 쉴 새 없이 드나들 뿐 아니라 배가 한번 건조되면 사람이 들어가 수리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녹이 생기거나 도료가 벗겨지면 해당 부분의 철판이 약해져 배 전체의 안전과도 직결된다.

재 방청도료로 가장 많이 활용되고 있는 합성수지는 ‘에폭시’(내부식성이 강한 플라스틱의 일종)다. 예전에는 타르를 썼지만 발암물질이라는 이유로 지금은 사용이 금지돼 있다. 박종인 KCC 선박도료 개발팀장(49)은 “도료 중에는 겉보기(색상)가 중요한 것도 있지만 선박용 도료는 무엇보다 기능성이 우선 고려돼야 한다”며 “밸러스트 탱크에 쓰이는 방청도료는 일반 도료보다 20∼30% 비싸지만 배의 안전을 위한 필수 재료”라고 강조했다.

국제해사기구(IMO)도 밸러스트 탱크에 대한 도료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다. IMO는 보호도장 성능 기준을 마련해 바다와 비슷한 환경의 ‘웨이브 탱크’에서 6개월 이상 사전 테스트를 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 배 아래쪽 붉은색은 아산화동 때문



밸러스트 탱크의 도료가 방청 기능을 극대화한 제품이라면 배 바깥 아래쪽의 침수 부위는 방청 기능에 방오 기능까지 필요하다. 배가 바다를 오가다 보면 어마어마한 양의 조개류와 해조류가 들러붙기 마련이다. 이는 배 전체 무게를 상승시켜 연료효율을 낮추고 선체를 상하게 한다.

따라서 방오도료에는 생물체의 신진대사를 방해하는 ‘방오제’가 30∼40%나 들어가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아산화동(Cu₂O)’이다. 이 물질은 붉은색을 띤다. 대부분의 선박 아래쪽 부위가 붉은색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남태구 KCC 기능성 선박도료 기술팀장(44)은 “전 세계 바다를 오가는 배가 10만 척이 넘기 때문에 선박 운항으로 인한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며 “방오도료는 생물체로부터 배를 보호하는 동시에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소에도 기여한다”고 설명했다.

물론 방오제 역시 생물체를 죽이거나 성장을 늦춘다는 점에서 친환경 이슈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20∼30년 전까지 가장 많이 쓰인 방오제는 유기주석화합물이었다. 그러나 1980년대 들어 세계 각 항구 주변에서 조개류 개체수가 급감한 원인이 유기주석으로 인한 돌연변이 발생으로 밝혀지면서 유기주석 사용량이 급격히 줄었다. 상대적으로 생태계 영향이 작은 아산화동이 1990년대 후반부터 그 자리를 대체했다.

근에는 아산화동마저도 환경오염을 일으킬 수 있다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방오제로 사용 가능한 물질 목록(약 10개)을 정하고 환경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런 움직임 때문에 최근 도료 업체들은 ‘방오제’ 농도를 최소화하는 대신 생물체가 달라붙지 못하도록 표면을 매끄럽게 만드는 방오도료를 개발하고 있다.

KCC의 ‘이지스애로우’가 바로 이런 배경에서 탄생한 제품이다. KCC는 22일 부산 해운대구 우1동 벡스코에서 개막한 ‘국제 조선 및 해양전시회’에서 이지스애로우를 처음 공개하고 판매에 들어갔다. 한동근 영업본부 이사(선박도료PM)는 “독성을 없앤 방오도료인 이지스애로우는 선박 연료효율성을 극대화하면서도 친환경적인 제품”이라며 “이 제품 출시를 계기로 악조노벌, 인터내셔널 페인트, 요툰, 시그마 등 글로벌 톱 플레이어들과 본격적인 경쟁을 펼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울산=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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