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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체헬륨 가격은 왜 치솟았나…장기화 땐 핵융합·발사체 사업 차질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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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체헬륨 가격은 왜 치솟았나…장기화 땐 핵융합·발사체 사업 차질 불가피

2019.04.02 06:00
액체헬륨이 병에서 분수처럼 솟아오르는 초유동 현상. 영하 271도의 액체헬륨은 점성이 사라져 기체도 통과하지 못하는 구멍을 통과한다. 액체헬륨이 미세한 구멍이 난 병을 통과해 들어가면 병 안에 있는 헬륨이 뿜어져 나온다.
액체헬륨이 병에서 분수처럼 솟아오르는 초유동 현상. 영하 271도의 액체헬륨은 점성이 사라져 기체도 통과하지 못하는 구멍을 통과한다. 액체헬륨이 미세한 구멍이 난 병을 통과해 들어가면 병 안에 있는 헬륨이 뿜어져 나온다.

의료용 자기공명영상(MRI) 장치와 핵융합로, 한국형발사체 등에 활용되는 액체 헬륨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핵심 수출국인 미국이 액체 헬륨을 생산하는 광산 한 곳을 폐쇄하면서 수급에 균형이 깨졌기 때문이다. 액체 헬륨 수급 불균형이 MRI를 포함해 극저온 초전도자석을 활용하는 과학 실험에 장기적인 불안 요소로 떠올랐다. 

 

1일 과학계에 따르면 액체 헬륨 수입 가격은 100리터에 300만원까지 치솟았다.1990년대 중반만 해도 100리터당 100만원에 불과했지만 최근 1~2년 사이에 2~3배로 폭등한 것이다. 

 

헬륨은 수소 다음으로 가장 가벼운 원소다. 수소 원자핵의 핵융합에 의해 만들어진다. 반응성이 낮아 불활성 기체로 분류되며 지구상에서 기체 상태로는 극도로 희박해 대기중 포집은 경제성이 거의 없다. 이런 이유로 액체 헬륨은 지하에서 방사성 광물이나 천연가스의 부산물로 생산된다. 천연가스 채굴 광산에서는 지각에 포함된 방사성 원소가 붕괴하며 헬륨이 만들어진다. 

 

헬륨은 특히 원소 중에서 끓는 점(-268도)이 가장 낮다. 초전도 현상을 처음 발견한 네덜란드의 물리학자 오너스가 1908년 헬륨을 액화시킨 액체 헬륨을 만드는 방법을 알아냈다. 3년 뒤인 1911년 오너스는 액체 헬륨을 이용해 수은의 온도를 4.2캘빈(영하  268.95도)으로 낮춰 전기저항이 사라진 초전도 현상을 처음 발견했다. 

 

미국 텍사스 주에 위치한 헬륨 가스전. 위키미디어 제공  
미국 텍사스 주에 위치한 헬륨 가스전. 위키미디어 제공  

액체 헬륨이 현재 가장 많이 쓰이는 곳은 병원의 MRI다. 강한 자기장을 걸어주기 위해 초전도자석을 이용하는 MRI는 초전도 자석을 유지하기 위한 극저온 액체 헬륨이 필요하다. ‘인공태양’으로 불리는 초전도 핵융합 연구장치 ‘KSTAR’에도 쓰인다. 초전도 자기장 발생기,극저온 센서 및 검지기 등 응용 분야를 비롯해 핵융합, 입자물리학, 저온물리학 등 초전도 자석을 이용하는 대부분의 연구 및 실험 현장에서 액체 헬륨이 활용되고 있다. 우주로켓의 발사 전 산화제로 사용되는 액화 산소를 액화시키는 데도 기체 상태지만 저온 헬륨이 활용된다. 

 

문제는 미국이 전세계에서 쓰이는 액체 헬륨 대부분을 생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미국은 액체 헬륨 생산 광산 중 한 곳을 폐쇄했고 이에 따라 미국 에너지부(DOE)가 해외 수출 물자 중 액체 헬륨을 자국 우선으로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제근 기초과학연구원(IBS) 강상관계물질연구단 부연구단장(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은 “미국에서 액체 헬륨 공급이 갑자기 줄어들어 가격이 비싸졌을 뿐만 아니라 사고 싶어도 살 수 없는 상황이 되고 있다”며 “지난해 하반기부터 표면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는데 올해 들어와서 공급 자체에 문제가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박제근 부연구단장이 속한 IBS 강상관계물질연구단이 사용하는 월평균 액체 헬륨 양은 약 2000리터에 달한다. 1년으로 환산하면 2만리터가 넘어 6억원 이상이 소요되는 셈이다. 강상관계물질연구단 소속 3개 연구그룹 중 박 부연구단장 연구그룹의 경우 최근 액체 헬륨 수급 불균형에 대비해 액체 헬륨을 사용하는 장비 4대 중 3대를 액체 헬륨 순환 공급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액체 헬륨 재활용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최소치로 잡아도 박 부연구단장 연구실만 매월 약 300리터의 액체 헬륨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박 교수는 또 “액체 헬륨 공급 부족 사태를 지속적으로 대비해 온 데다가 전체 연구비에서 액체 헬륨 구입 가격이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기 때문에 당장에 큰 문제는 없다”며 “다만 지금과 같은 공급 부족 사태가 장기화할 것으로 점쳐지는데 장기화할 경우 수급 문제를 해결할 방안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초전도 핵융합 장치를 운용하는 국가핵융합연구소나 한국형발사체를 개발하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등은 시급한 문제는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 핵융합연구소 한 관계자는 “초전도 자석을 유지하기 위한 액체 헬륨은 한번 쓴 뒤 순환시켜 재활용하는 방식으로 활용되기 때문에 당장 큰 문제는 없다”면서도 “전량 수입에 의존하기 때문에 수급 상황을 면밀히 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액체 헬륨 수급 불균형은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 장기적인 대응방안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의미다. 박제근 교수는 “러시아와 카타르가 액체 헬륨 생산 준비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미국 외에 다른 지역으로부터 액체 헬륨을 들여오기까지 수년이 걸리기 때문에 수급 불균형 장기화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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