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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학회 만든 '오믹스', 미국에서 570억원 철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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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학회 만든 '오믹스', 미국에서 570억원 철퇴

2019.04.04 15:19
미국 법원이 인도계 학술출판단체인 ′오믹스′에 환수명령을 내렸다. 게티이미지뱅크
미국 법원이 인도계 학술출판단체인 '오믹스'에 환수명령을 내렸다. 게티이미지뱅크

미국 법원이 부실 학술 학회로 꼽히는 인도계 학술출판단체인 ‘오믹스(OMICS)’에 대해 5010만달러(약 570억 원)를 환수할 것을 명령했다. 약탈 학회로 기소된 출판사들에게 내려진 첫 판결이다. 오믹스는 지난 달 말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가 낙마하게 된 결정적 원인을 제공해 관심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 단체는 인도 하이데라바드에 본사를 두고 있어 미국 사법부의 판단에 따를지는 불투명하는 분석이다.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와 미국 일간 뉴욕타임즈는 이달 3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 연방 법원이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가 오믹스 인터내셔널 출판 그룹이 기만적 영업행위로 과학자와 연구원들을 약탈했다고 제소한 데 대해 이를 모두 인정하고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전했다.

 

오믹스는 오믹스 그룹과 아이메드펍(iMedPub), 컨퍼런스 시리즈 등의 회사를 차려놓고 과학과 의학, 공학 분야에서 학회처럼 보이도록 그럴듯하게 만든 수백 개의 과학저널을 발행해 왔다. ‘와셋’과 함께 돈만 내면 수준과 관계없이 논문을 실어주고 부실학회를 열며 연구자들에게 논문 게재료와 학회 참가비를 걷는 대표적인 약탈적 학술단체로 꼽혀왔다.

 

이 단체는 지난해 국내 연구자들의 부실학회 참가와 관련에 와셋과 함께 한 번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 한국에서도 연구자들의 부실학회 참가 문제가 불거져 과기정통부와 교육부가 조사한 결과 2014년부터 2018년까지 1317명의 국내 연구자가 두 학술단체가 주최한 학회에 참석했다는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지난 달에는  청와대가 지명한 조동호 과기정통부 장관 후보자가 교수 시절 관련 부실학회에 참가한 사실이 들통나면서 다시 한번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조 후보자를 검증하는 과정에서 조사되지 않은 부실학회 참가가 추가로 드러나며 과기정통부가 조사를 부실하게 했다는 정황이 포착되기도 했다. 

 

미국 법원이 지적한 오믹스의 대표적 문제는 기만 광고다. 오믹스는 과학 및 기타 분야 700개의 저널을 발행하면서 편집위원회가 감독하는 엄격한 피어 리뷰를 제공한다고 기만 광고했다. 오믹스는 대신 피드백을 받지 않은 채 며칠 내로 논문 게재를 승인했다고 연방거래위원회는 주장했다. 법정은 2013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가 발표한 조사 결과 등을 토대로 오믹스가 2011년부터 2017년까지 발행한 논문 6만9000여 건 중 절반만 동료 심사를 했다는 것을 밝혔다. 일부 저자는 이에 항의하며 논문 게재 철회를 요구했으나 오믹스는 이를 거부하고 다른 저널에 논문을 싣는 것을 막았다.

 

연구자들과 연구단체의 명의를 무단으로 도용하기도 했다. 오믹스 측은 전 세계 전문가 5만 명이 논문 검토자로 활동한다고 홍보하고 있지만 상당수 연구자는 동의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부 과학자들은 자기 이름을 빼 달라고 요청했지만 오믹스는 홈페이지에 공개적으로 검토자로 걸어 놓았다. 오믹스는 자신들이 발간하는 저널이 높은 영향력 지수(IF)를 갖는다고 광고했다. 하지만 오믹스는 구글 학술검색의 인용에 근거해 비공식적인 영향력 지수를 만들어 자체적으로 도입했다는 것은 밝히지 않았다. 저널이 미국 국립의학도서관이 메드라인과 펍메드센트럴에 등록됐다는 허위 광고도 했다.

 

오믹스는 학술대회를 조직하고 저명한 학자들이 참석할 것이라고 광고했으나 이 역시 거짓으로 드러났다. FTC는 오믹스가 주최한 100개 학회를 표본으로 조사한 결과 이 중 60%가 합의하지 않은 주최자나 참가자를 홈페이지에 버젓이 게시한 것으로 밝혀졌다.

 

법원 측은 오믹스의 죄가 크다고 보고 공판 없이 약식판결로 FTC의 청구액을 그대로 인정했다. FTC는 2011년부터 2017년까지의 오믹스의 총 매출액을 5010만 달러로 산정했다. 오믹스 하이데라바드 본부의 키쇼레 바티코티 변호사는 재판 없이 즉결판결을 내린 것은 ‘불합리’하다며 즉각 항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믹스에 거짓으로 이름이 올라온 피해자들이 판결로 인해 보상받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그레고리 애쉬 FTC 대표 변호사는 지난달 19일 사이언스인사이더와 인터뷰에서 “FTC는 오믹스의 미국 금융계좌를 알고 있고 조사할 예정이지만 자금의 유무는 알 수 없다”며 “해외 계좌에서 청구하는 타국과의 협력 시스템은 갖춰져 있지만 조사가 이제 막 시작했다”고 말했다.

 

애쉬 변호사는 “FTC는 이 산업을 면밀히 감시하고 있다”며 “이번 결정이 다른 약탈적 학술단체에게 경고사격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FTC는 다른 약탈적 학술단체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다만 오믹스에 대해서는 미국내 자산 동결과 온라인 웹사이트 차단, 호텔 섭외 봉쇄 등 실력 행사를 할 수 있다. 

 

이번 판결은 오믹스 인터내셔널 출판 그룹에 한해 이뤄졌다. 하지만 오믹스는 이외에도 이름만 바꾼 많은 제휴 출판사를 가진 것으로 추정된다. 2015년 영국의학저널은 약탈적 학술단체들이 2014년에만 50만 건의 논문을 냈고 이로 인해 7500만 달러(약 852억 원)을 벌어들였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미국 법원은 대표적인 약탈적 학술단체 ′오믹스′에 사기 등의 혐의로 5억 100만달러의 과징금을 물렸다. 오믹스 인터내셔널 홈페이지 캡처
미국 법원은 대표적인 약탈적 학술단체 '오믹스'에 사기 등의 혐의로 5억 100만달러의 과징금을 물렸다. 오믹스 인터내셔널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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