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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보사 방사선 처리 권고했다지만…해소되지 않는 성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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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보사 방사선 처리 권고했다지만…해소되지 않는 성분 논란

2019.04.10 14:48
승인 받을 당시와 성분이 다른 것으로 밝혀져 판매 중지된 국내 첫 유전자치료제 ′인보사′. 코오롱생명과학 제공
승인 받을 당시와 성분이 다른 것으로 밝혀져 판매 중지된 국내 첫 유전자치료제 '인보사'. 코오롱생명과학 제공

코오롱생명과학이 유전자치료제 '인보사 케이주(인보사)'를 둘러싼 안전성 논란에 대해 진화에 나섰다. 


코오롱생명과학은 9일 인보사에 함유된 세포가 종양을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과 관련해 "방사선 처리로 안전성을 확보했다"며 "미국식품의약국(FDA)과 한국의 식품의약품안전처도 형질전환세포의 위험성을 인지해 방사선 처리를 권고했다"고 밝혔다. 

 

국내 최초 유전자치료제이자 세계 첫 골관절염 세포유전자치료제인 ‘인보사'는 지난달 허가 당시 제출한 자료와 성분이 다른 것으로 밝혀져 뜨거운 논란에 휩싸였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지난 31일 이같은 사실을 밝히며 인보사의 제조 및 판매 중지를 요청했다. 

 

인보사는 성분 표시가 잘못돼 판매 중지된 만큼 세계 첫 세포유전자치료제라는 명성에 금이 갔다. 인보사 문제를 야기한 핵심 요인은 허가 당시 2액에 들어가는 세포가 연골세포로 자료가 제출됐지만 실제로는 신장세포라는 사실이 밝혀진 점이다. 코오롱생명과학측은 "우리도 몰랐다, 실수였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19년이라는 개발기간 동안 정말 몰랐을까라는 의문이 남는다. 심지어 인보사에 들어간 성분이 종양을 유발할 가능성이 제시되면서 치료제의 안전성과 이미 처방을 받은 환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세포와 유전자를 넣어 만든 골관절염치료제 '인보사'

 

골관절염은 관절을 보호하는 연골이 점진적으로 닳으면서 뼈와 관절막, 인대에 염증이 생기는 병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골관절염은 관절을 보호하는 연골이 점진적으로 닳으면서 뼈와 관절막, 인대에 염증이 생기고 손상되는 병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인보사는 사람으로부터 추출한 연골세포(동종유래 연골세포)와 유전자를 이용해 만든 골관절염(퇴행성 관절염) 주사약이다. 

 

골관절염은 관절을 보호하고 있는 연골이 닳아 관절을 이루는 뼈와 관절막, 인대에 염증이 생기는 병이다. 열이 오르고 부으면서 만성 통증이 생긴다. 골관절염 환자는 끊임없는 고통 때문에 일상생활을 영위하기 어렵다. 과거에는 노화 현상이라고 봤지만, 최근 학계에서는 유전적 요인이나 비만, 연골에 손상을 줄 수 있는 외상과 반복적인 행위(육체노동이나 운동 등)를 원인으로 보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골관절염 환자가 2012년 327만7000여 명에서 2016년 367만 9900명으로 증가했다. 여성(약 252만 명)이 남성(약 116만 명)보다 2.2배 많으며, 특히 여성은 50대 이후부터 크게 증가해 60대에는 30.2%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년 여성이 남성에 비해 근력이 약하고 폐경 후 호르몬 변화로 인해 골밀도가 감소해 골관절염이 발생할 위험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까지 골관절염을 완치하는 약이 없다. 통증을 멎게 하는 진통제와 염증을 가라앉게 하는 스테로이드 제제가 전부다. 인보사는 골관절염의 진행 속도를 늦추고 통증을 오랫동안 완화시키는 효과로 허가받았다. 다만 허가 당시 연골재생효과에 대해서는 허가를 받지 못했다. 주사 한 번으로 통증 완화가 1~2년간(사람에 따라서는 2년 이상) 지속된다. 건강보험 적용이 되지 않아 약값은 450~700만 원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포유전자치료제는 말 그대로 세포와 유전자를 넣어 만든 약이다. 인보사는 골관절염의 통증을 완화시키고 연골을 활성화해 관절 기능을 개선시키기 위해 항염증 효과가 있는 유전자(TGF-β1)를 넣은 연골세포를 기반으로 만들었다. 

 

세포만, 또는 유전자만 각각 넣어 만든 세포치료제와 유전자치료제도 있다. 세포치료제는 세포의 기능을 복원하기 위해 환자 본인의 세포(자가세포)나 다른 사람의 세포(동종세포), 다른 동물의 세포(이종세포)를 체외에서 증식시킨 다음 체내에 넣는다. 체세포를 이용하기도 하지만, 줄기세포를 이용하기도 한다. 유전자치료제는 돌연변이가 생겨 유전자가 제기능을 못할 때 정상 유전자를 넣어 병을 치료하는 약이다. 


인보사 주성분은 연골세포+TGF-β1 유전자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를 만드는 과정. 연골세포와. 연골세포의 성장을 촉진하는 유전자를 삽입한 연골세포를 결합해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코오롱티슈진 제공.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를 만드는 과정. 연골세포와. 연골세포의 성장을 촉진하는 유전자를 삽입한 연골세포를 결합해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코오롱티슈진 제공.

식약처에서 허가받을 당시 인보사의 주성분은 1액(동종유래 연골세포)과 2액(TGF-β1 유전자를 넣은 동종유래 연골세포)으로 보고됐다. 동종유래 연골세포란 다른 사람으로부터 채취한 연골세포를 말한다. 이 세포를 배양한 다음, 바이러스 벡터를 이용해 세포 안에 TGF-β1 유전자를 넣는다. 이 유전자는 세포분열을 돕고 항염증 효과를 나타내는 성장인자 단백질을 만든다. 

 

유전자를 삽입한 세포(형질전환 세포)를 대량 배양한 뒤 방사능 처리를 한다. 이를 일반 연골세포와 1:3의 비율로 혼합하면 완성된다. 인보사는 주사에 넣어 손상된 연골 부위에 맞는다. 골관절염으로 인한 통증을 완화하는 데 탁월한 효과가 있으며, 세포유전자치료제인 만큼 연골 조직이 회복되는 것도 기대됐다.  

 

코오롱생명과학은 2017년 가을 식약처에서 품목 허가를 받은 뒤 인보사를 국내 병의원 1000곳에 공급했다. 임상시험 환자 145명을 포함해, 시판 후 지금까지 3500여 건이 투여된 것으로 알려졌다. 


19년 간 공들여 개발

 

코오롱티슈진이 인보사의 효능과 시장성을 설명하기 위해 제시한 인포그래픽. 코오롱티슈진
코오롱티슈진이 인보사의 효능과 시장성을 설명하기 위해 제시한 인포그래픽. 코오롱티슈진

인보사는 국내 최초 유전자치료제이자, 세계 4번째로 미국 및 유럽에서 허가받은 유전자치료제다. 골관절염 대상 유전자치료제로는 세계 최초다. 

 

코오롱그룹은 일찌감치 바이오산업이 미래 먹거리가 될 것으로 보고 1990년대부터 유전자치료제 개발에 힘을 쏟았다. 인보사를 출시할 당시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은 “인보사 개발에 내 인생의 3분의 1을 투자했다”거나 “나의 4번째 자식”이라며 애정을 보이기도 했다. 인보사라는 이름도 혁신을 뜻하는 영단어 ‘이노베이션(Innovation)’에서 따온 이름이다.

 

코오롱생명과학 계열사 티슈진은 인보사를 개발하는 데 장장 19년이나 공을 들였다. 1994년 인보사 초기 물질을 개발해 연구하기 시작했으며 1999년에는 미국에 티슈진을 설립해 본격 연구에 돌입했다. 2004년에는 TGF-β1 유전자를 이용한 치료 기술에 대해 미국 특허를 획득했고 2년 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임상시험 진행승인(IND)을 받았다. 이후 2016년까지 국내와 한국에서 임상 3상까지 차례로 승인받은 후 이듬해 7월 판매 허가를 받고 9월에 출시했다. 

 

뜨겁게 떠오른 문제... 알고 보니 연골세포가 아니라 신장세포였다?!

 

지난 1일 코오롱생명과학은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인보사를 판매중단하게 된 원인을 설명했다. 연합포토 제공
지난 1일 코오롱생명과학은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인보사를 판매중단하게 된 원인을 설명했다. 연합포토 제공

이번에 문제가 된 것은 인보사의 주성분으로 알려진 것 중 2액이다. 2액은 1액의 연골세포 성장을 돕는 것을 목적으로 넣는 만큼 약 2주가 지나면 사멸한다. 그런데 코오롱생명과학이 미국에서 임상시험 3상 승인 후 주성분 확인시험을 하던 도중, 2액이 당시 제출했던 자료대로 연골세포가 아니라 신장세포였다는 사실이 드러나 지난달 22일 식약처에 통보했다. 

 

어쩌다 연골세포가 신장세포로 뒤바뀐 것일까. 먼저 2액을 어떻게 만드는지 과정을 봐야 한다. 연골세포에 넣을 TGF-β1 유전자는 레트로바이러스에 삽입한 뒤 신장세포(GP2-293)를 감염시켜 대량생산한다. 신장세포를 사용하는 이유는 다른 부위의 세포보다 바이러스 감염이 잘 되고 생산률이 높기 때문이다. 생산된 바이러스는 GP2-293로부터 배양액으로 나온다. 그래서 이 배양액을 연골세포에 뿌리면 연골세포가 레트로바이러스에 감염되고, 이 안에 있던 TGF-β1 유전자가 들어갈 수 있다.  

 

코오롱생명과학에서는 바로 이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다고 주장한다. 관계자는 “GP2-293로부터 유전자만 분리 정제하는 과정에서 신장세포의 일부가 섞여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난색을 표한다. 생명공학 박사인 한 전문가는 "GP2-293까지 섞여 들어갔다는 것은 공정상에 문제가 있었다는 뜻이고, 관리가 잘 되지 않았다는 얘기"라며 "결국 약을 시판하기에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의미"라고 꼬집었다. 

 

왜 약이 개발된 지 15년이나 지나서야 밝혀졌을까. 코오롱생명과학 관계자는 “당시 유전자검사로는 형질전환 세포가 연골유사세포로 나왔지만, 근래 유전자검사 기법이 발달하면서 정밀하게 분석한 결과 신장세포 계열로 나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에 2액의 성분을 밝혀내는 데 사용한 기법은 ‘친자확인법’으로 널리 알려진 염색서열반복검사(STR)다.  

 

그렇다면 식약처에서 허가 심사를 할 당시에 성분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잡아낼 수 있지 않았을까. 식약처 관계자는 동아사이언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전 세계에서 신약을 허가할 때에는 자체 분석검사를 거치지 않고 신뢰할 만한 공인 기관의 서류를 검토한다”고 말했다. 

 


"이름만 바뀐 것, 약에는 문제 없다" vs "종양 유발 가능성 있다"

 

지난 3일, SBS는 이번에 문제가 된 GP2-293가 체내에서 종양을 유발할 위험이 있다고 보고했다. SBS 뉴스 캡처.
지난 3일, SBS는 이번에 문제가 된 GP2-293가 체내에서 종양을 유발할 위험이 있다고 보고했다. SBS 뉴스 캡처.

코오롱생명과학 관계자는 “개발 초기 단계부터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세포를 사용했기 때문에 안전성이나 유효성에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말하자면 이름표만 잘못 붙였다뿐이지 약품 자체의 성분은 허가 당시나 지금이나 변함없다는 주장이다. 

 

또 “최초 임상시험을 한 뒤 지금까지 11년간 안전성이 우려되는 부작용이 없었다”며 “지금까지 인보사에 관한 이상 사례는 주사 부위 통증이나 다리 부종 등 102건만이 보고 돼 있다”고 주장했다. 이 부작용들은 주사를 맞고 흔히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으로 안정성을 우려할 만큼 심각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난 3일, SBS는 이번에 문제가 된 신장세포, 즉 GP2-293 세포를 판매하는 미국 회사의 가이드라인을 참고해 이 세포가 종양을 유발할 위험이 있다고 꼬집었다. GP2-293 세포는 원칙적으로 단백질을 대량 생산할 때만 사용해야 하며 종양 유발 가능성 때문에 사람 치료제로는 사용하면 안 된다고 명시돼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 연구팀이 2008년 GP2-293 세포의 원료인 HEK-293 세포를 쥐에게 투여했더니 종양이 발생했다는 결과를 얻기도 했다. 

 

이에 대해 코오롱생명과학에서는 4일 현재까지 “허가 당시 제출했던 독성시험 결과 특이사항이 없었고, 제조과정에서 해당 세포에 방사선 조사를 해 세포가 몸속에 남아 있지 않도록 안전성을 확보했다”며 “안전성 우려는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GP2-293의 기원은 배아줄기세포다. 계속 분열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어 종양 유발 가능성도 있다. 그래서 형질전환 연골세포가 과도하게 분열하는 것을 막기 위해 방사선 조사를 했다는 의미다. 

 

인보사 파문이 일면서 가장 피해를 받은 쪽은 역시 인보사를 투여받은 환자들이다. 2017년 11월 판매를 시작해 지금까지 3500명 가까이 되는 환자가 주사를 맞았다. 환자들은 효과가 있었던 치료제가 판매 중단돼 걱정하거나, 상당수는 또 다른 부작용이 나타나지는 않을까 불안에 떨고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인보사를 투여받았는데 이상 반응이 나타난 경우 병원이나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 식약처에 즉시 신고하라”며 “환자에 대한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현재 일부 환자를 대상으로 시행하고 있던 장기 추적조사를 전체 환자(3500여 명)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으로 세포유전자치료제 산업계에 미칠 영향은?

 

인보사 사태가 일어난 뒤 3일 만에 코오롱과 코오롱생명과학, 코오롱티슈진 등 3개 회사의 시가총액은 35.6%인 1조 2000억이나 떨어졌다. 사태가 일파만파로 커지자 코오롱 측은 인보사의 제조와 유통, 판매를 모두 중단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허가받은 것과 다른 세포가 섞여 들어간 과정과 원인을 철저하게 조사하고, STR 검사 등을 거쳐 이 제품을 계속 사용해도 되는지에 대한 여부를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미국에서 임상시험 중인 제품과 국내에서 시판 중인 제품에 사용된 세포를 만드는 곳이 각각 바이오릴라이언스, WUXI로 달라 국내에서 사용된 세포에 대해서는 현재 확인 중”이라며 “미국에서도 국내 유통된 제품에 대해 검사를 하고 있으며 15일쯤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현재 식약처는 인보사의 주요 목적이 관절 통증 완화였던 만큼 판매 중지 후 인보사를 대체할 치료방법으로 진통제와 스테로이드 제제를 권하고 있다. 
 
따라서 조만간 검증 결과에 따라 인보사의 운명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만약 국내 제조소의 세포가 연골세포가 맞다면 다시 판매가 시작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약품에 표시되는 사항을 변경하거나 품목 취소를 할 수 있다. 이전에 독성검사와 임상시험에서 부작용이 없었다 하더라도 신장세포를 인체에 적용했을 때 종양 유발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만큼 약품 사항 변경만으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국내 바이오 업계에서는 인보사 사태로 인해 추후 세포치료제나 유전자치료제 신약 개발에 영향이 미치지는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식약처는 의약품 허가 과정은 물론이고 허가한 뒤 관리도 더욱 강화하기 위해 유전자치료제에 대해 정기적으로 STR 검사를 의무화하기 위해 검토 중이다. 

 

한편 정부가 한 달 이상 먼저 인보사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 판매 중지를 늦게 결정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예상된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코오롱생명과학이 인보사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시점은 판매 중지 약 한 달 전인 2월 말로 알려져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중대한 위해 사례가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의약품의 성분에 문제가 있었던 만큼 식약처에 즉각 보고하지 않았던 데 대한 비난 역시 피하기 어렵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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