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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 전 그날과 똑같은 악몽, 불티처럼 되살아 났다(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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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 전 그날과 똑같은 악몽, 불티처럼 되살아 났다(종합)

2019.04.05 12:00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에서 시작된 산불이 번진 속초시 장천마을에서 완전히 타버린 가옥 근처에서 소방대원이 잔불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에서 시작된 산불이 번진 속초시 장천마을에서 완전히 타버린 가옥 근처에서 소방대원이 잔불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2005년 4월 4일 밤 11시 50분께 발생해 천년 고찰 낙산사가 전소한 ‘양양 산불’의 악몽이 정확히 14년만에 재현됐다. 지난 4일 오후 7시 17분께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 한 주유소 앞 도로변 변압기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산불이 밤새 초속 20~30m를 넘나드는 강풍을 타고 고성과 속초 시내로 번졌다. 

 

250헥타르(ha)의 산림을 잿더미로 만들고 사망 1명, 주택 120여채 이상 소실 등 재산상 피해를 입힌 산불은 5일 오전 큰 불길이 잡혔다. 청와대는 5일 오전 이번 고성 산불을 ‘국가재난사태’로 선포했다. 

 

14년 전 발생한 양양 산불과 이번 고성 산불의 원인은 유사하다. 양양 산불 당시 순간 최대풍속은 초속 32m에 달했다. 건조한 날씨와 불에 잘타는 소나무 밀집 지역이라는 점도 동일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번 산불은 초속 20~30m의 강풍을 타고 고성 시내까지 순식간에 옮겨붙었다. 양양 산불이 있기 5년 전인 2000년 산림 2만3674헥타르를 태운 동해안 산불의 확산 속도는 시간당 4,4km였지만 이번 고성 산불의 확산 속도는 시간당 5km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산불이 발생한 지역들의 4일 오후 8~9시 사이 최대 순간풍속(초속)은 미시령 27.6m, 고성 26.1m, 대관령 21.7m, 속초 16.4m, 강릉 14.2m 등을 기록했다. 영동 지역에 불어닥친 태풍급 바람의 속도는 대략 초속 15~30m, 시속으로 계산하면 54~108㎞ 수준이다.

 

시속 100km 이상 달리는 자동차 앞에 서있을 때 맞는 바람으로 사람이 가만히 서있기도 힘들 정도의 세기다. 지난해 8월 말 강풍을 동반한 태풍 ‘솔릭’의 풍속이 순간 최대 풍속이 초속 40m에 달했다.  

 

이처럼 4일 밤새 산불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던 가장 큰 원인은 이른바 ‘양간지풍’으로 불리는 강풍이다. 3~4월 봄철 강풍은 강원도 영동 지방에서 자주 발생한다. 양간지풍은 양양~고성·간성, 양양~강릉 구간 사이에서 국지적으로 부는 강풍이다.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원암 저수지 상공으로 물을 가득 채운 산림청 헬기가 속초 방면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원암 저수지 상공으로 물을 가득 채운 산림청 헬기가 속초 방면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양간지풍은 강원 지역 대형산불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일각에선 ‘화풍(火風)’이라는 별칭까지 붙었다. 양간지풍은 봄철 기압배치와 강원도를 동서로 가른 산악 지형 때문에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에서 한반도로 따뜻한 이동성 고기압이 옮겨오면서 태백산맥 상공에는 고도가 높아질수록 오히려 기온이 올라가는 역전층이 형성된다. 

 

이런 경우 태백산맥을 넘는 차가운 서풍이 역전층과 태백산맥 산등성이를 지나가야 하다 보니 공기가 압축되면서 공기 흐름이 빨라진 결과 산맥 동쪽 경사면인 영동 지방에 태풍급에 이르는 강한 바람이 부는 것이다. 

 

고성 일대를 강타한 강풍은 육상용 보버트 풍력계급 12단계 분류에서 7단계인 ‘센바람’에서 11단계인 ‘왕바람’에 달한다. 보버트 풍력계급은 19세기 초 해상의 풍랑을 분석하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20세기 들어 육상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육상용 보버트 풍력계급이 만들어졌다. 

 

보버트 풍력계급에서 7단계 센바람은 나무가 흔들리고 걷기가 힘들 정도의 세기를, 11단계인 왕바람은 건물이 손상을 입을 수 있는 수준의 바람 세기를 의미한다. 

 

양간지풍은 초여름 영동 지방에서 부는 동풍이 태백산맥을 넘으면서 가열돼 영서 지방의 고온 건조한 날씨를 유발하는 푄 현상과는 다르다. 푄 현상은 풍속보다는 건조함에 초점이 맞춰진다. 산맥을 기점으로 공기가 정상으로 올라가는 동안에는 단열 팽창해 비나 눈을 내리게 하지만 산의 정상을 지나 반대 사면을 타고 내려오는 공기는 단열 압축돼 건조해진다. 양간지풍은 남쪽의 저기압과 북쪽의 고기압 사이 강한 바람이 좁은 산맥을 통과하며 힘이 세지는 것으로 고온건조한 바람을 뜻하는 푄 현상(동해의 경우 높새바람)과는 다르다.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던 또다른 원인으로는 건조한 날씨와 산림 특성이다. 강원도에는 겨울에도 잎을 유지한 채 산림을 형성하는 침엽수인 소나무가 많다. 특히 소나무의 송진은 인화물질로 불릴 정도로 인화성이 강하고 붙은 불은 쉽게 꺼지지 않는다. 

 

기상청에 따르면 5일 고성 일대의 풍속은 4일보다는 약해질 전망이다. 그러나 순간 최대 풍속은 4일과 유사한 것으로 전망돼 이번 고성 산불 완전 진화까지는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동해안 산불 고성, 속초 피해 상황
동해안 산불 고성, 속초 피해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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