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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 후보자 날린 부실학회 오믹스, 한국서 버젓이 영업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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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 후보자 날린 부실학회 오믹스, 한국서 버젓이 영업中

2019.04.09 11:00

4~5월 서울 등에서 학술대회 공지

국내 연구자·유명 호텔 이름까지 약탈

온라인 홍보에 눈뜨고 속수무책

‘와셋(WASET)’과 함께 부실학회’ 개최로 문제가 되고 있는 인도계 학술출판 단체인 ‘오믹스(OMICS)’가 한국을 무대로 버젓이 영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엉터리 학술정보 웹사이트를 차려놓고 전 세계 곳곳에서 학술대회를 개최한다며 참가자를 모으고 있는 것이다. 올해 개최지 리스트에는 서울도 개최지에 포함돼 있다. 하지만 확인 결과 오믹스 측은 학회 참석을 거부한 한국 연구자의 이름을 본인 동의 없이 임의로 올려 마치 학회 주요 참석자처럼 꾸민 것으로 나타났다. 또 국내 호텔과 계약 없이 무단으로 개최 장소로 지정하는 등 부실학회임을 증명하는 정황이 곳곳에서 확인됐다. 

 

9일 오믹스의 학회 정보 사이트인 ‘컨퍼런스 시리즈’에서 한국을 뜻하는 '코리아(korea)'로 검색해본 결과 2019년 국내에서 개최되는 오믹스 계열의 학회는 21개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분야는 암 치료, 간호학, 소아과학, 제약, 유기화학, 재활용 등 다양하다.

 

이 중 개최 기간까지 한 달이 채 남지 않은 학회 4개가 서울에서 열리는 것으로 나온다. 하지만 소개된 내용을 바탕으로 일일이 확인한 결과 네 학회 모두 학회의 내용과 참가자, 장소 정보가 명확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례로 이 사이트는 4월 29일에서 30일까지 서울에서 ‘28회 월드 너싱케어 콩그레스’라는 학회가 열린다고 광고하고 있다. 개최까지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행사지만 학회가 서울에서 열릴 뿐 어디에서 열리는지 정보를 제공하고 않고 있다. 초록을 제출하라는 광고도 버젓이 달려 있다. 학회 측은 참가자가 10인 이상이면 15% 할인을 해준다고 소개하고 있다.  학회 참가 등록비는 최소 770유로(약 99만 원)로 적혀 있다. 

 

약탈적 학술단체 ′오믹스(OMICS)′가 여는 ‘28회 월드 너싱케어 콩그레스’ 학회의 브로셔다. 4월 29일에서 30일까지 서울에서 열린다고 되어 있으나, 한달도 남지 않은 시점에 장소에 대한 언급도 없을 뿐더러 기조연설자로 한국인 연구자의 이름을 도용하기까지 한 부실학회다. 컨퍼런스 시리즈 제공
약탈적 학술단체 '오믹스(OMICS)'가 여는 ‘28회 월드 너싱케어 콩그레스’ 학회의 브로셔다. 4월 29일에서 30일까지 서울에서 열린다고 되어 있으나, 한달도 남지 않은 시점에 장소에 대한 언급도 없을 뿐더러 기조연설자로 한국인 연구자의 이름을 도용하기까지 한 부실학회다. 컨퍼런스 시리즈 제공

엉뚱한 피해자도 낳고 있다. 이 학회는 행사 소개 페이지에 기조연설자에 한국의 지역 국립대 간호학과 교수의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연구자는 참가 거부 의사를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강연 주제도 도용해 올린 것이었다. 오믹스 측에 이름을 도용당한 한 교수는 “학회에서 연사로 초청하는 메일이 왔으나 내용도 부실하고 아무래도 이상해서 거절한다고 답을 보냈다”며 “그런데 이름을 그냥 올려 이후로도 계속 빼달라고 요청했으나 전혀 응답이 없었다”고 말했다.  또 "강연 제목도 다른 곳에서 이미 발표한 것을 그대로 올린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학회 측이 개최한다는 강연 제목은 이 교수가 2018년 11월에 온라인에 게재한 논문의 제목과 같았다.

 

한국 연구자의 사례처럼 연구자의 동의없이 도용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들도 추가로 발견됐다. 학회에 올라온 발표 주제 제목을 검색해 본 결과 이전에 다른 곳에 출판된 논문 제목을 그대로 복사해온 경우가 있었다. 국제학술지 ‘퍼블릭 헬스 너싱’에 올해 1월 출간된 ‘Public health nurses' activities at a time of specialization in nursing-A national study’ 논문의 경우 초록까지 그대로 가져왔다. ‘인도 공중보건 연구와 개발 저널’에 지난해 10월 출간된 논문도 제목과 초록을 그대로 가져왔다. 연구자 본인이 했다면 표절 행위에 해당한다.

 

오믹스 계열의  다른 학회에서 이미 활용된 자료를 재탕한 사례도 실제 확인됐다. 지난 10월 오믹스 계열 학회인 ‘38회 아시아 퍼시픽 너싱 앤드 메디케어 서밋’에 발표한 자료가 이번 학회의 발표자료로 올라 있다. 정상적인 학회처럼 보이게 하려고 마치 컴퓨터에서 복사와 붙여넣기를 하듯 학술대회 몸집을 부풀린 셈이다. 초록을 제출한 발표자들 사이사이 기존 연구들을 동의없이 끼워 넣어 그럴듯한 프로그램처럼 만들고 이를 버젓이 게시해 연구자들을 끌어들이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메리어트 등 유명 호텔체인도 이름 도용

 

4월 29일부터 30일까지 서울에서 개최하는 것으로 소개된 ′33회 글로벌 익스퍼트 미팅 온 캔서 사이언스 & 테라피′의 홍보 자료를 보면 개최지가 서울 영등포구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타임스퀘어 호텔로 되어 있다. 이 또한 도용이다. 컨퍼런스 시리즈 제공
4월 29일부터 30일까지 서울에서 개최하는 것으로 소개된 '33회 글로벌 익스퍼트 미팅 온 캔서 사이언스 & 테라피'의 홍보 자료를 보면 개최지가 서울 영등포구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타임스퀘어 호텔로 되어 있다. 이 또한 도용이다. 컨퍼런스 시리즈 제공

부실학회는 그럴 듯한 행사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 호텔과 계약을 맺지 않고 장소명을 무단 도용하고 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이달 4월 29일부터 30일까지 서울에서 개최하는 것으로 소개된 ‘33회 글로벌 익스퍼트 미팅 온 캔서 사이언스 앤 테라피’와 5월 1일부터 2일까지 개최하는 것으로 나오는 ‘12회 아시아 퍼시픽 페디아트릭 콩그레스’ 모두 서울 영등포구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타임스퀘어 호텔을 학회 개최 장소로 등록했다. 하지만 오믹스는 호텔 측에 어떠한 연락도 취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호텔 관계자는 “학회 측으로부터 예약과 관련해 전혀 어떤 연락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호텔 측은 이미 “웹사이트에 호텔이 올라가 있는 것을 이미 인지하고 있다”며 “구두로 빼달라고 했으나 전혀 소용이 없다”고 말했다.

 

오믹스는 엇비슷한 시기에 몰아 한 번에 개최한다고 홍보하고, 어느 정도 인원이 모이면 실제 학회를 열었다. 2017년 오믹스는 10월 16일에서 20일 사이 서울에서 학회 3개를 열었는데 당시에는 실제로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타임스퀘어 호텔에서 학회가 열렸다. 호텔 측은 “2017년 당시 컨퍼런스룸과 상당수의 방을 예약했다”며 “당시에는 별 문제없이 진행됐다”고 말했다. 2017년 예약자는 오믹스 그룹이라는 단일한 명칭을 썼다. 컨퍼런스 시리즈가 올해 서울에서 개최한다고 게시한 학회도 4월 29일부터 5월 2일에 4개, 이후 10월 14일부터 17일 사이에도 학회 6개로 몰려있다.

 

컨퍼런스 시리즈에는 ‘코리아’로 검색했을 때 ‘와인 사이언스 2019’, ‘뷰티 엑스포 2019’. ‘포렌식 사이언스 2019’등 정체를 알 수 없는 학회 11개도 나온다. 이들 대부분은 미국 보스턴, 이탈리아 로마, 스페인 발렌시아 등 해외 도시 이름과 코리아가 함께 표기돼 있다. 나라명과 도시명이 일치하지 않는 정보를 올려놓는 셈이다. 이들 학회의 경우 일정조차도 전혀 나와 있지 않다.

 

오믹스는 ‘오믹스 그룹’과 ‘아이메드펍(iMedPub)’, ‘컨퍼런스 시리즈’ 등의 회사를 차리고 학회와 논문처럼 보이도록 그럴듯하게 만든 수백 개의 과학저널을 발행해 왔다. 동료 평가 없이 부실한 논문을 실어주고, 참가자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부실학회를 열어 논문 게재료와 학회 참가비를 받는다. 지난해 이러한 부실학회의 존재가 한국에 알려지며 여기에 참가한 한국 연구자의 연구윤리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다. 부실학회 참석은 최근 조동호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후보자를 낙마시킨 결정적 계기가 되기도 했다. 미국 법원은 지난달 27일 오믹스는 불법 행위를 인정해 5010만 달러(약 570억 원)를 환수할 것을 명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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