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과 정보를 처리하는 인간 뇌의 제어구조가 분산된 동시에 서로 중첩된 특이한 구조를 가진다는 사실이 처음 밝혀졌다. 이번 연구결과는 그동안 베일에 쌓여 있던 뇌 동작 원리의 이해를 높여 뇌 질환 연구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조광현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 연구팀은 인간 뇌의 제어영역들이 분산된 동시에 서로 중첩돼 상호작용을 한다는 연구결과를 10일 발표했다.
뇌의 다양한 인지기능은 뇌 영역들 사이의 복잡한 연결을 통한 영역 간 상호작용에서 비롯된다. 이에 따라 뇌의 연결성에 대한 원리를 파악해 뇌의 동작 원리를 알아내려는 연구들이 한창이다. 뇌 동작 원리를 도식화하는 커넥톰(Connectome)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지만 뇌의 복잡한 연결성에 내재된 뇌의 동작 원리에 대한 이해는 부족한 상황이다.
연구팀은 뇌의 동작 원리를 좀 더 깊게 이해하기 위해 ‘미국국립보건원(NIH) 휴먼 커넥톰 프로젝트'에서 제공하는 정상인의 뇌 영상 이미지 데이터를 활용, 뇌 영역 간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그런 다음 '최소지배집합' 개념을 활용해 뇌 영역 간 복잡한 연결 네트워크의 제어구조를 분석했다. 최소지배집합이란 뇌의 각 영역이 서로 다른 영역에 직접적 영향을 줘 기능을 제어할 수 있다고 가정할 때,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모든 노드를 제어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노드 집합을 말한다.
연구팀은 최소지배집합을 기반으로 ‘제어영역의 분포’와 ‘제어영역의 중첩’이라는 두 가지 지표를 정의한 뒤 이를 기준으로 총 네 종류의 제어구조를 정의했다. 그런 다음 브레인 네트워크를 비롯해 도로망, 통신망, 소셜 네트워크 등 실존하는 다양한 복잡계 네트워크가 어떤 제어구조를 갖는지 분석했다.
분석 결과 연구팀은 뇌는 다른 대부분 네트워크와는 달리 제어영역이 분산된 동시에 서로 중첩된 특이한 구조로 이뤄짐을 확인했다. 뇌의 각 영역이 분리되어 있지만 서로 연결되어 동시에 기능을 활성화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뇌는 높은 강건성을 유지하며 여러 인지기능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영역들의 상호 활성화를 다양화했다.
조 교수는 “지금껏 뇌의 제어구조가 밝혀진 바가 없었다”라며 “복잡한 연결성에 숨겨진 뇌 구조의 진화적 설계원리를 시스템생물학 연구를 통해 찾아냄으로써 뇌의 동작 원리를 파악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아이사이언스’ 지난달 29일에 발표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