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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홀 사진 탄생 주역 20代 여성과학자, 업적 놓고 설왕설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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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홀 사진 탄생 주역 20代 여성과학자, 업적 놓고 설왕설래

2019.04.15 06:00
블랙홀의 영상이 ′사건지평선망원경(EHT)′ 연구팀에 의해 10일 처음으로 공개된 이후 팀의 일원인 케이티 보먼에게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매사추세츠공대(MIT) 컴퓨터과학 및 인공지능 연구실(CSAIL) 트위터
블랙홀의 영상이 '사건지평선망원경(EHT)' 연구팀에 의해 10일 처음으로 공개된 이후 팀의 일원인 케이티 보먼에게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매사추세츠공대(MIT) 컴퓨터과학 및 인공지능 연구실(CSAIL) 트위터

지난 10일 지난 한 세기 넘게 이론상 존재하던 블랙홀의 관측 영상이 처음 공개된 것은 과학사적으로 중요한 업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빛조차 빠져나오지 못하는 블랙홀 관측 영상이 최초로 공개된 뒤 한 20대 여성 과학자의 공적이 세계 과학계와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올 가을학기부터 미국 캘리포니아공대에서 조교수로 강단에 서게 될 29세 여성 과학자 캐서린 보우먼이다.


보우먼은 이번 블랙홀 이미지 관측에 참여한 215명 연구자 중 하나다. 그가 이번 관측과 관련해 주목을 받은 건 블랙홀 영상이 공개된 다음날 매사추세츠공대(MIT) 컴퓨터과학 및 인공지능 연구실(CSAIL) 트위터에 올라온 글에서 비롯됐다. 트위터는 보먼이 환하게 웃는 모습과 함께 "3년 전 MIT 대학원생이던 보우먼이 개발한 알고리즘이 이번 블랙홀 영상을 얻는데 사용됐다"고 했다. 

 

이번 블랙홀 관측에는 가시광선을 보는 일반 광학망원경이 아닌 전파를 통해 천체를 관측하는 전파망원경이 사용됐다. 전파 정보를 수집해 컴퓨터로 처리한 다음 사람이 보기 쉬운 영상 형태로 바꾼다. 보우먼은 대학원생이던 2016년 공개 강연인 테드(TED)에 나와 이번 블랙홀 관측에 사용된 전파망원경 네트워크인 '사건의 지평선 망원경(EHT)'을 소개했다. 이번에 관측된 블랙홀은 5500만광년 떨어져 있는 M87은하에 있는데 해상도를 높이기 위해 전 미국, 프랑스, 남극 등 세계 곳곳의 전파망원경 8대를 동원해 지구만한 전파망원경을 구축했다.  각각의 전파망원경들이 보낸 자료를 토대로 이미지를 만들면 수만 가지 경우 수가 나오는데 보우먼은 이들 중 과학적 이론과 가장 일치하는 단 하나의 이미지를 도출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MIT 트윗이 외신을 타고 확산되면서 보우먼은 미국의 유인 달 탐사 프로젝트인 아폴로 프로젝트에서 핵심 역할을 한 여성 컴퓨터 과학자 마거릿 해밀턴에 비견되는 스타로 떠올랐다. 해밀턴은 미시간대를 졸업하고 MIT에서 날씨 예측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다 1962년 NASA에 들어갔다. 남성 연구자보다 뛰어난 실력을 갖춘 그는 30대 초반에 아폴로 11호 비행 소프트웨어 설계 책임을 맡았다.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최고 권위 시민상인 ‘자유의 메달’을 받으면서 뒤늦게 주목받았다. 

 

보우먼의 인기는 며칠새 급격하게 올라갔다. 동갑내기 신진 여성 정치인으로 미국에서 주목받는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즈는 즉각 트위터에 “역사속 정당한 자리에 앉으라”며 “과학과 인류의 발전에 대한 공헌에 감사드린다”고 썼다. 뉴욕타임즈는 보우먼이 너무 많은 메시지를 받아 전화를 꺼뒀다고 전했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보우먼의 인기를 폄훼하는 가짜 뉴스도 나타나고 있다.  EHT팀의 일원 중 하나인 앤드류 차엘 하버드대 물리학과 박사과정생의 사진과 함께 ‘이 사람이 실제로 90만 줄의 코드 중 85만 줄의 코드를 작성했다’는 가짜뉴스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인터넷을 통해 퍼진 것이다.  보우먼은 언론이 띄워준 사람일 뿐 실제로 일을 한 사람은 백인 남성이라는 주장이다.

 

13일 미국 NBC에 따르면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 ‘케이티(캐서린) 보우먼’을 검색하면 ‘여성은 6%의 작업을 했으나 100%의 업적을 얻었다’는 제목의 비디오가 맨앞에 검색되기도 했다.  SNS에도 보우먼의 기사를 공유하며 ‘앤드류 차엘이 90%의 작업을 했는데 그 내용은 어디에 있나’하는 식의 가짜뉴스가 확산됐다. 

 

이와 관련해 차엘은 내용을 전면 부인했다. 차엘은 NBC와의 인터뷰에서 “이 음모론은 끔찍한 성차별”이라면서 “게이임을 공개한 나를 선택한 것도 아이러니하다”고 덧붙였다.  차엘은 또 "프로그램이 90만 줄이라는 것도 거짓"이라며 "실제 소프트웨어는 6만 8000줄"이라고 했다.

 

12일 당시 유튜브에 케이티 보먼을 검색하면 첫 줄 제목으로 ′여성이 6%의 작업으로 100%의 업적을 차지했다′고 나온다. 트위터 캡처
12일 당시 유튜브에 케이티 보먼을 검색하면 첫 줄 제목으로 '여성이 6%의 작업으로 100%의 업적을 차지했다'고 나온다. 트위터 캡처

트위터나 인스타그램에서는 보우먼을 사칭한 계정까지 나타났다. NBC는 인스타그램에서 ‘케이티 보우먼’을 검색하면 보우먼을 가장한 계정이 등장하고 ‘앤드류 채드’라는 사람이 90만 줄 중 85만 줄을 썼다고 설명한다고 전했다. 채드는 미국에서 여성에게 매력적인 남성을 뜻하는 은어로 쓰인다. NBC는 여성이 인터넷에서 주목을 받으면 주요 인터넷 플랫폼에서 이를 공격하는 움직임이 발생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일깨웠다고 분석했다.

 

워싱턴포스트와 더버지는 EHT 프로젝트같은 대규모 집단에서 이뤄진 연구에서 한 과학자를 지나치게 부각하는 것은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과거에는 연구에 많은 사람이 참여하지 않아 연구를 주도한 한 사람의 스타 과학자가 탄생해도 큰 오해가 없었지만, 연구가 대규모화되는 지금에는 연구자들의 기여도를 왜곡하기 쉽다는 것이다. EHT 프로젝트에 여성이 적은 것과 천문학 분야가 여성의 수가 적은 분야인 것도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연구 전체를 한 여성의 업적으로 부각시킬 필요는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버드 블랙홀 이니셔티브에 따르면 EHT 프로젝트에 참여한 이들 215명 중 약 40명이 여성이다.

 

보우먼 박사도 뉴욕타임즈와 한 인터뷰에서 “모든 사람들이 우리처럼 흥분하고 사람들이 우리의 이야기에 영감을 불어 넣어 주는 것은 기쁘다”면서도 “스포트라이트는 개인에게 있어서는 안 되며 사람에게 집중하면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번 일이 연구에 참여한 연구자 모두의 업적을 인정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는 언급도 나왔다. EHT 프로젝트에 참여한 여성 과학자인 페르얄 외젤 미국 애리조나대 천문학 및 천체물리학과 교수는 뉴욕타임즈와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과학에서 여성의 역할에 관심을 갖는 것에 흥미를 느끼겠지만 다른 여성과 남성 과학자들의 공헌도 중요하다”며 “젊든 나이 들었든 관계없이 모든 연구자에게 업적을 나눠주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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