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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마다 흔한 식품 알레르기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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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마다 흔한 식품 알레르기 다르다

2019.04.22 08:51
세계적으로 식품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원인은 대부분 우유와 달걀이다. 하지만 학계에서는 국가별로 비교적 많이 나타나는 식품 알레르기원이 다르다고 보고 있다. 유전적, 환경적 요인 탓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세계적으로 식품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원인은 대부분 우유와 달걀이다. 하지만 학계에서는 국가별로 비교적 많이 나타나는 식품 알레르기원이 다르다고 보고 있다. 유전적, 환경적 요인 탓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이달부터 대한항공이 땅콩을 더는 기내 간식으로 제공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지난 3월 인천국제공항에서 땅콩 알레르기가 있는 승객이 탑승하지 못한 일이 계기가 됐다. 땅콩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심하면 봉지를 뜯을 때 나는 냄새만 맡아도 알레르기 증상이 나타날 정도로 민감하다. 앞서 싱가포르항공과 콴타스항공, 에어뉴질랜드, 브리티시항공도 같은 이유로 땅콩 제공을 중단했다. 일각에서는 과연 기내 서비스를 중단해야 할 만한 일인지 비판하기도 한다. 하지만 미국을 포함해 몇몇 국가에서는 땅콩 알레르기 환자가 유독 많고 증상이 더 심각한 사례가 많다. 

 

땅콩 알레르기 같은 식품 알레르기는 특정 식품에 노출됐을 때 비정상적인 면역반응이 일어나는 질환이다. 면역계가 음식물 성분의 일부를 항원(알레르겐)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피부가 가렵거나 두드러기가 나고 설사를 하는 등 증상이 나타난다.

 

면역반응이 일어날 때 생성되는 항체는 다음에 같은 알레르겐이 체내에 들어왔을 때 즉각 반응한다. 심각한 경우 호흡곤란과 어지럼증, 저혈압, 실신 등 전신 면역반응(아나필락시스)이 나타날 수 있다. 아나필락시스가 일어난 환자의 약 35%는 식품 알레르기가 원인이다.

 

과도한 위생 탓에 소득이 높은 국가일수록 알레르기 빈번

 

미국 콜로라도대와 싱가포르 아동의학연구소 공동 연구팀은 2013년 세계 89개국에서 식품 알레르기를 겪고 있는 환자 수를 조사해 국제학술지 ’세계알레르기협회지‘에 공개했다.

 

조사 결과에서 18세 이하 소아청소년의 경우 영국이 가장 많은 식품 알레르기 환자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뒤를 콜롬비아, 핀란드, 리투아니아, 폴란드, 미국, 스페인, 네덜란드, 캐나다, 프랑스, 호주, 일본 등 순이었다. 대체로 소득 수준이 높은 나라들이 상위권에 속했다. 한국은 세계 상위 23위 안에는 없었지만, 5세 이하 식품 알레르기 환자 비율 순위에서는 호주와 핀란드, 캐나다에 이어 8위를 차지했다. 장기적으로 알레르기 환자가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 결과다. 

 

연구팀은 소득 수준이 높은 나라일수록 인스턴트나 가공식품이 많고 과도하게 위생을 챙기거나, 모유 수유 기간이 짧아 면역력이 떨어지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손경희 경희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는 “과도하게 위생을 챙기면 면역세포가 제대로 발달하지 않아서 특정 항원을 만났을 때 면역반응이 지나치게 일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학계에서는 식품 알레르기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찾고 있다. 2015년 2월 미국 존스홉킨스대 연구팀은 2759명의 DNA를 분석해 6번 염색체에 있는 유전자영역(HLA-DQ와 HLA-DR 등)이 땅콩 알레르기와 관련 있다는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에 발표했다. 하지만 이 영역에 돌연변이가 있어도 실제로 땅콩 알레르기가 나타나는 사람은 20%에 그쳤다. 지난해 3월에는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연구팀이 땅콩 알레르기에 관여하는 유전자(EMSY)를 찾기도 했다. 이 유전자는 이미 습진과 천식에 관여하는 것으로 밝혀져 있었다. 

 

세계알레르기협회가 2015년 공개한 ’국가별 18세 이하 소아청소년에게 비교적 흔한 식품 알레르기원‘. 미국 등 아메리카에서는 갑각류가, 한국 등 아시아에서는 밀 알레르기가 비교적 흔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알레르기협회 제공
세계알레르기협회가 2015년 공개한 ’국가별 18세 이하 소아청소년에게 비교적 흔한 식품 알레르기원‘. 미국 등 아메리카에서는 갑각류가, 한국 등 아시아에서는 밀 알레르기가 비교적 흔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알레르기협회 제공

아직은 식품 알레르기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찾는 수준이라, 인종이나 국가에 따라 어떤 특정 유전자 때문에 어떤 식품 알레르기가 흔한지 원인은 알 수 없다. 전문가들은 식품 알레르기가 발생할 만한 유전적 요인을 갖고 있더라도 실제로 알레르기가 없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조리법이나 체내 비타민D의 양, 장내 미생물의 조성, 이유식을 시작하는 시기, 항생제에 노출된 정도 등 환경적 요인이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연결고리를 찾고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달 28일 식단이 서구화하면서 식품 알레르기가 늘어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강남세브란스병원과 서울아산병원 등 공동연구팀은 2007~2015년 식품 알레르기 환자를 분석한 결과 임신 기간이나 모유 수유 기간에 빵과 과자를 많이 먹으면 아기가 식품 알레르기를 겪을 확률이 1.5배 더 높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연구팀은 과자류에 든 트랜스지방이 식품 알레르기 발생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했다.  트랜스지방은 면역계를 지나치게 활성화시켜 염증반응을 유발할 수 있다.


한국은 우유, 달걀, 밀 알레르기가 흔해

 

 

세계알레르기협회에는 우유(유제품)와 달걀, 땅콩과 견과류(아몬드와 호두 등), 생선, 갑각류, 콩, 밀 등 8가지를 식품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한다. 이 중 가장 흔한 것은 우유와 달걀이다. 과학자들은 국가마다 유전적 또는 환경적인 이유로 알레르기를 많이 유발하는 식품에 차이가 난다고 보고 있다.

 

국내에서 문제가 된 땅콩 알레르기만 해도 미국이 한국보다 6배쯤 흔하다. 지난해 7월 미국 콜로라도대와 싱가포르 아동의학연구소 공동연구팀이 ’한국천식알레르기학회지‘에 낸 연구결과에 따르면 땅콩 알레르기 환자 비율은 아시아인(3.8%)보다 미국인(2.1%) 코카서스인(5.5%)에게 훨씬 흔하다. 한국인은 약 0.35%로 비교적 낮은 편이다.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소아청소년들 사이에 새우와 게를 포함한 갑각류 알레르기가 흔하다. 홍콩, 싱가포르 등 동남아시아 일부 국가에서도 갑각류 알레르기가 흔하다. 일본과 중국, 태국에서는 대체적으로 밀(글루텐) 알레르기가 비교적 흔하다. 한국은 우유와 달걀에 이어 밀 알레르기가 흔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주대 의대와 삼성서울병원, 순천향대 의대, 연대 세브란스병원 등 소아청소년과 공동연구팀이 2014~2015년 국내 식품 알레르기로 병원을 찾은 청소년 환자 1353명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알레르기 원인은 우유(28.1%)와 달걀(27.6%)이 가장 많고, 밀(7.9%), 호두(7.3 %), 땅콩(5.3%), 메밀(1.9%), 새우(1.9%) 순으로 나타났다.  

 

알레르기 증상 중 가장 심각한 아나필락시스를 유발하는 주요 원인도 나라마다 다르다. 미국과 영국, 독일에서는 땅콩 같은 견과류가 주 원인이지만, 국내에서는 우유와 달걀이 더 주요한 원인으로 꼽힌다. 한국천식알레르기협회지에 실린 연구결과에 따르면 국내에서 아나필락시스를 일으키는 주요 식품도 우유(28.4%)와 달걀(13.6%), 호두(13.2%), 밀(7.2%), 메밀(6.5%) 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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