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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이냐 먹이냐’ 순간적 판단, 뇌 속 ‘스트레스 세포’가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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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이냐 먹이냐’ 순간적 판단, 뇌 속 ‘스트레스 세포’가 담당

2019.04.18 16:01
연구를 이끈 서성배 KAIST 교수와 김진은 연구원. 사진 제공 KAIST
연구를 이끈 서성배 KAIST 교수와 김진은 연구원. 사진 제공 KAIST

어둑한 시간, 멀리 흐릿한 그림자가 보인다. “적인가? 먹이인가?” 판단 내용에 따라 빨리 도망을 가야 할지, 짜릿한 기분으로 사냥을 시작할지가 결정된다. 동물에게는 절체절명의 순간이다.

 

생사를 건 이 판단을 순간적으로 담당하는 세포의 기능이 국내 연구팀의 연구로 밝혀졌다. KAIST는 서성배, 김대수 생명과학과 교수와 김진은 연구원팀이 스트레스 반응을 처음으로 유발하는 세포로 알려진 '부신피질 자극 호르몬 방출인자(CRF) 세포'가 부정적인 외부 자극(스트레스)이 발생할 때에는 활성화돼 부정적 감정을 느끼고, 반대로 긍정적인 외부자극에는 억제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확인하는 데 성공했다고 18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네이처 뉴로사이언스’ 3월 4일자에 발표됐다.

 

스트레스는 부정적인 외부 자극이다.  동물은 외부자극이 가해지면 스트레스인지, 반대로 좋아하는 먹이처럼 긍정적인 자극인지 빠르게 판단해야 한다. 이 판단의 결과 동물은 부정적 또는 긍정적 기분을 느끼게 된다. 부정적일 경우 몸이 위기에 대응할 수 있도록 긴급히 ‘전투태세’를 갖춘다. 이를 스트레스 반응이라고 한다. 스트레스 반응은 몸 안에서 여러 호르몬의 연쇄 반응을 통해 ‘스트레스 호르몬’이 방출되면서 이뤄진다. 이 과정의 스위치를 최초로 켜는 세포가 CRF 세포다.

 

연구팀은 이 과정에 몸의 생리적 반응을 조절하는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 축(HPA축)’이라는 신경 영역이 관여한다는 데 주목했다. 이 축을 CRF 세포가 조절하기에, CRF 세포가 이런 빠른 긍정, 부정 판단을 한다는 가설이 있었다. 하지만 기존에는 이 세포의 활성을 30분 단위로만 측정할 수 있어서 실제로 이 세포가 HPA축을 조절하고 부정 또는 긍정적 기분을 이끌어내는지 확인할 수 없었다.

 

서 교수팀은 뉴욕대와 공동으로 생쥐에게 다양한 자극을 가하며, 동시에 머리의 시상하부 영역의 CRF 세포가 활성화되는 과정을 세포의 칼슘 농도 변화를 바탕으로 1초 간격으로 측정했다.
그 결과 쥐를 물에 빠뜨리거나 날아오는 새를 모방한 시각적 자극 등 부정적 자극을 주면 CRF세포가 빠르게 활성화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광유전학을 통해 시상하부 CRF 세포의 활성도를 인위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 활성도가 높아지자 해당 방에 들어가지 않고(오른쪽 위), 반대로 억제하자 들어가게 됐다(오른쪽 아래). 사진제공 KAIST
광유전학을 통해 시상하부 CRF 세포의 활성도를 인위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 활성도가 높아지자 해당 방에 들어가지 않고(오른쪽 위), 반대로 억제하자 들어가게 됐다(오른쪽 아래). 사진제공 KAIST

반대로 맛있는 음식이나 이성 쥐 등이 주어지면 CRF 활성이 빠르게 억제됐다. CRF 세포가 부정적 또는 긍정적 자극에 대해 양쪽으로 반응한다는 사실이 증명된 것이다. 김진은 연구원은 “CRF 호르몬의 구조가 밝혀진지 40년이 지났지만 느린 내분비 조절물질로만 알려져 있었다”며 “이번에 새로운 역할을 밝혔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특이하게도 음식을 섭취하기 이전부터 냄새와 시각적 자극 만으로 CRF 세포가 감소했다”며 “시상하부의 CRF 세포가 예측에 의해서도 기능을 한 점은 새로운 발견이다”라고 말했다. 서 교수는 “쥐가 배가 불러도 더 맛있는 음식에 노출되면 CRF 세포 활성도가 감소한다는 사실도 놀라운 발견”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세포에 빛을 가해 활성을 조절하는 ‘광유전학’ 기술을 통해 실제 자극 없이도 인위적으로 쥐가 특정 환경을 좋아하게 조절하는 실험도 성공했다. 연구팀은 우울증이나 불안, 외상후스트레스장애 등 질병 치료에 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후속 연구를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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