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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생제에 강해지는 한강의 세균들…내성 유전자 최소 300종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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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생제에 강해지는 한강의 세균들…내성 유전자 최소 300종 확인

2019.04.21 06:00
과학자들은 병원성을 가진 슈퍼박테리아 외에도 흙이나 강물 등 자연환경에 존재하고 있는 항생제 내성 세균과 유전자를 찾고 있다. 세균이 진화하면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현상으로 보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과학자들은 병원성을 가진 슈퍼박테리아 외에도 흙이나 강물 등 자연환경에 존재하고 있는 항생제 내성 세균과 유전자를 찾고 있다. 세균이 진화하면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현상으로 보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수도권에 사는 2300만명이 마시는 한강 수계에서 사는 세균에서 최소 300종 이상의 항생제 내성 유전자가 발견됐다. 한강 하류 지역으로 갈수록 내성 유전자 종류가 많은 것으로 나타나 지역에 따른 정밀한 수질 관리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차창준 중앙대 항생제내성체 연구센터장(시스템생명공학과 교수)은 이달 19일 제주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9년도 한국미생물학회 창립 60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에서 진행된 ‘환경적 측면에서 본 항생제 내성’ 세미나에서 ‘환경에서 발견되고 있는 항생제 내성 유전자’에 대한 국내외 연구성과를 소개했다.

 

최근 미생물 학계는 환경에 존재하는 항생제 내성 유전자에 주목하고 있다. 항생제 내성균이라고 하면 대개 병원에서 항생제가 듣지 않는 병원성 세균인 슈퍼박테리아를 떠올리기 쉽지만, 사실 자연에는 병원성이 없는 항생제 내성균이 훨씬 많다. 항생제 내성 유전자가 하천을 통해 환경으로 퍼질 수 있다. 사람과 환경이 서로 세균을 상호 전달하는 셈이다. 차 교수팀은 2016년부터 환경부 생활공감환경보건기술개발사업을 통해 한강에서 항생제 내성 유전자를 연구하고 있다. 

 

연구팀은 남한강의 5개 지점과 북한강의 3개 지점, 한강의 7개 지점, 총 15개 지점에서 항생제 내성 유전자를 찾고 있다. 항생제 내성 세균을 키워서 내성을 분석하거나, 환경에서 직접 추출한 DNA를 통해 내성균과 내성유전자를 분석하고 있다. 

 

연구팀은 현재까지 한강에서 찾은 항생제 내성 유전자는 300종 정도로 강 상류보다는 하류에서 훨씬 많이 나타났다. 유전자의 종류도 상류는 50~100종에 머물지만 하류는 150~250종으로 더 다양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그 중 sul1, dfrE, mtrA, mdtB, pmrE 등 15종 유전자는 거의 모든 샘플에서 공통적으로 나왔다. 이미 자연적으로 널리 퍼져 있다는 얘기다.  


차 교수에 따르면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세균이 환경에 존재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오래전부터 세균이 진화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벌어진 일이다. 자연환경에 항생제 내성균이 널리 퍼져 있다는 사실이 학계에 처음 보고된 것은 2006년이다. 제럴드 라이트 캐나다 맥마스터대 항균연구센터 교수팀은 항생제에 내성을 갖는 수 있는 방선균류(actinomycetes)를 흙 속에서 찾아내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2006년 1월 20일자에 발표했다. 이후 다양한 항생제 내성 유전자가 3만년 전 동토의 얼음속이나 400만년된 동굴에서 발견된 바 있다. 


상류보다는 오염된 하류에서 더 많이 발견돼

19일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9년도 한국미생물학회 창립 60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에서 차창준 중앙대 생명공학과 교수가 한강에서 찾은 항생제 내성 유전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19일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9년도 한국미생물학회 창립 60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에서 차창준 중앙대 생명공학과 교수가 한강에서 찾은 항생제 내성 유전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대도시나 하수처리장, 축산 농가 등 인간의 활동이 많은 환경에서 항생제 내성 유전자가 많이 검출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항생제 내성 유전자가 전파되는 주요 경로로 ‘도시 하수처리장’, ‘축산 농가 폐수처리장’, ‘양식장’을 지목한다. 산업적으로 배출되는 항생제 성분에 의해 내성이 증가하거나 사람과 동물의 배설물에 남아 있는 내성균이나 내성 유전자가 자연으로 흘러나가는 것이다. 

 

채종찬 전북대 생명공학부 교수는 이날 차 교수에 이어 강연자로 나서 ”축수산업에서는 동물 사료에 항생제를 넣어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며 ”특히 양식장에서는 테트라사이클린이 많이 쓰인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 실제로 축수산업계 폐수처리장 등에서 테트라사이클린 계열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유전자가 많이 검출됐다. 
 
자연환경에서 항생제 내성 유전자가 발견됐다고 해서 당장 슈퍼박테리아가 늘어갈 것으로 우려할 필요는 없다. 자연환경에서 발견되는 내성균들은 대부분 병원균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최근 항생제에 내성균이 늘어난 것은 인간 활동에 따른 오염으로 내성을 갖도록 진화하거나, 세균끼리 수평적으로 유전자를 교환하는 행위 결과라고 보고 있다. 

 

2014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하계올림픽을 앞두고 요트 경기장이 열리는 강물에서 슈퍼 박테리아가 검출돼 우려를 낳은 바가 있다. 슈퍼박테리아의 탄생 원인을 항생제에서만 보기도 힘들다. 채 교수는 ”항생제 외에도 항곰팡이 기능을 하는 항진균제나 제초제 등에도 세균이 내성을 가질 수 있다“며 ”환경의 항생제 내성 유전자를 줄이기 위해서는 국내외 연구성과를 활용해 정책 결정 방향을 고민하는 등 현실적인 대처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차 교수는 ”병원에서 슈퍼박테리아만을 연구할 것이 아니라 사람-동물-환경 간에 상호작용하는 항생제 내성에 대한 통합적인 연구가 더욱 필요하다“고 말했다. 

 

제럴드 라이트 캐나다 맥마스터대 교수팀이 최초로 흙 속에서 찾은 항생제 내성 세균 480종을 분석한 결과. 사이언스 제공
제럴드 라이트 캐나다 맥마스터대 교수팀이 2006년, 최초로 흙 속에서 찾은 항생제 내성 유전자 480종을 분석한 결과. 사이언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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