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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은 왜 이럴까?]조현병, 지척에 치료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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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은 왜 이럴까?]조현병, 지척에 치료법이 있다

2019.04.20 06:00
과거 ′정신분열병′으로 불린 조현병은 환청과 망상 증상을 보이다 시간이 지나면  의심, 무기력 증상을 보인다. 스스로 병원 문을 두드리는 경우가 아주 드물다.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과거 ′정신분열병′으로 불린 조현병은 환청과 망상 증상을 보이다 시간이 지나면  의심, 무기력 증상을 보인다. 스스로 병원 문을 두드리는 경우가 아주 드물다.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경남 진주에서 40대 남성이 자신이 사는 아파트 집에 불을 지르고 이웃에게 흉기를 휘둘러 여러 사람이 숨지고 다쳤습니다. 이 남성은 오랫 동안 조현병을 앓아온 것으로 알려져 있었는데 최근 증상이 심해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조현병은 과거 정신분열병으로 불렸는데, 사회적 편견이 너무 심하여 조현병으로 이름을 바꿨습니다. 물론 이름만 바꾼다고 편견이 사라질 리는 없겠습니다만. 사실 일본에서도 정신분열병으로 부르다가 통합실조증으로 명칭을 바꾸었습니다. 우리와 비슷한 이유로 개명하였죠. 이름이야 어쨌든 조현병이 과연 무엇인지 알아보겠습니다. 
 
조현병의 역사


과거에는 조현병이라는 개념이 아예 없었습니다. 정신장애가 지금처럼 체계적으로 분류된 것은 불과 수십 년 전의 일입니다. 그냥 뭉뚱그려서 광증으로 불리곤 했죠. 다양한 증상을 구분하지 못한 것입니다. 그러다가 19세기에 들어서서 변성이라는 개념이 등장합니다. 여러 가지 정신적 기능이 쇠퇴하는 상태를 통틀어 일컫는 말입니다. 술이나 약물 중독, 외상, 유전적 영향, 노화, 타고난 지적장애 등의 다양한 증상을 제대로 나눌 수 없었죠. 


사실 일반인은 서로 다른 정신장애를 잘 구분하지 못합니다. 우울과 불안, 착란, 섬망, 망상, 폭력, 무례, 반사회성, 비도덕적인 행동 등을 그저 ‘이상한 행동’으로 묶어서 봅니다. 사실 과거의 정신과 의사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백 명의 의사가 진단하면, 백 개의 진단명이 나왔습니다. 치료도 백 가지였죠. 뭐 정신의학만이 아니라 신체적 질병에 대해서도 별로 나은 사정은 아니었습니다만. 


산업 사회 이후 정신의학이 발전하면서 독특한 양상의 행동 증후군에 따라 질병을 분류하게 됩니다. 원래는 조현병을 조발성 치매라고 하였습니다. 증상이 진행되면 마치 치매와 비슷한 양상을 보이기 때문이죠. 판단력을 잃고 사리 분별을 하지 못하는 상태죠. 흔히 조현병의 주 증상을 망상이나 환청으로 알고 있습니다. 맞는 말입니다만, 사실 상당수의 조현병은 망상이나 환청이 분명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대부분의 경우, 정신이 점점 황폐해지고 무기력해집니다. 사람도 만나지 않고 정서도 메말라갑니다. 혼자 고립되어 지냅니다. 그래서 조발성 치매라는 이름으로 부른 것입니다. 긴장증, 파과증, 망상증, 단순 황폐 등 다양한 이름이 등장하다가 1908년 스위스의 정신과 의사 블로일러는 정신분열병라는 이름을 제안합니다. 

 

조현병은 불과 100여 년 전에 ‘발명’된 병이다. 물론 없던 병이 생긴 것은 아니다. 조현병이라는 상태를 밝히고, 치료약을 개발하기까지 수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다. 그러나 이제 조현병은 제법 성공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병이 되었다. 픽사베이
조현병은 불과 100여 년 전에 ‘발명’된 병이다. 물론 없던 병이 생긴 것은 아니다. 조현병이라는 상태를 밝히고, 치료약을 개발하기까지 수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다. 그러나 이제 조현병은 제법 성공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병이 되었다. 픽사베이

조현병의 증상

 

조현병은 기본적으로 사고 장애입니다. 특히 망상은 종종 특징적입니다. 근거 없는 믿음이나 의심이 흔히 나타납니다. 물론 누구나 남다른 믿음을 가지고 있고, 의심이 없는 사람도 없습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조절해가면서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수준의 사고를 합니다. 그러나 조현병 환자는 흔히 지나친 확신과 과도한 의심에 시달립니다. 


인간은 오랜 진화를 거쳐 외부의 위협에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적응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조현병의 망상도 흔히 피해망상입니다. 누군가 자신을 해치거나 해치려고 한다는 강한 확신을 가지고 있습니다. 대개는 영 앞뒤가 맞지 않는 얼토당토않은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가끔은 제법 그럴듯한 망상에 빠지기도 합니다. 


환청도 들립니다. 종종 망상적 주제와 결부된 환청을 듣기도 합니다. 대개는 단순한 말이 슬쩍 들리는 정도지만 병세가 악화하면 보다 분명하고 생생하게 들립니다. 욕하는 소리도 들리고 이래라저래라 명령하는 소리도 들립니다. 그런데 사실 일반인도 환청을 듣습니다. 잠이 막 들거나 깰 때는 환청을 듣는 경우가 흔하고, 몹시 피곤하거나 스트레스가 심한 경우에도 환청을 듣습니다. 그런데 일부 조현병 환자는 이러한 환청이 끊이지 않고 계속 들립니다. 그래서 층간 소음이라고 착각하기도 하고, 신이나 외부 세력이 메시지를 보낸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조현병으로 가장 괴로운 사람은 바로 조현병 환자 본인입니다. 누군가 자신을 해치거나 모략한다고 느끼고, 환청이 들립니다. 이런 증상이 매일 반복되면 도저히 견딜 수 없습니다. 처음에는 자신의 망상이나 환청에 저항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점점 확신은 강해집니다. 심지어 환청과 대화를 하기도 합니다. 복잡한 마음이 들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합니다. 점점 고립됩니다. 친구를 만나지도 못하고, 직장에 다니지도 못합니다. 게다가 정서는 메말라가고 의욕은 사라집니다. 씻고 먹고 하는 일상생활도 어려워집니다. 생각도 조리 있게 할 수 없습니다. 논리적인 생각이 안 되기 때문에 본인도 아주 고통스러워합니다. 
   
조현병은 나을 수 있는가?

 

과거에는 조현병을 치료하는 방법이 사실상 없었습니다. 전혀 낫지 않는다고 하면 절망적인 생각이 들지만, 불과 70년 전만 해도 조현병을 제대로 치료할 수 있다고 말하는 의사는 십중팔구 돌팔이였습니다. 물론 열 명의 한 명꼴로 나았다는 보고가 있지만, 지금의 기준으로 보면 과연 조현병이었을까 싶습니다. 치료하지 않으면 ‘반드시’라도 해도 좋을 정도로 병은 점점 나빠집니다. 


그러나 다행히 치료 약이 나왔습니다. 수술 후 부작용을 줄이려는 목적의 안정제를 개발했는데, 우연히 조현병 환자에게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입니다. 사실 조현병의 원인도 모르던 시절입니다. 소가 뒷걸음치다가 발견한 것인데, 현대 의학의 역사에는 이렇게 우연히 발견한 치료법이 제법 많습니다. 아무튼, 이후 계속 꾸준하게 비슷한 계열의 약물을 개발했습니다. 약물의 작용을 통해서 인간 정신의 작동 메커니즘도 많이 알게 되었죠. 선후가 좀 바뀐 것 같습니다만. 


사실 지금도 조현병이 왜 생기는지, 그리고 약물이 어떤 기전으로 효과를 내는지 100% 밝혀진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수천, 수만 명의 환자에게 사용한 방대한 임상 경험, 그리고 수십 년간의 시행착오가 쌓이면서 이제는 제법 성공적으로 치료해내고 있습니다. 점점 부작용이 적고 효과는 좋은 약물이 나오고 있습니다. 아직도 일부 난치성 조현병이 있지만, 상당수의 조현병은 성공적으로 치료됩니다. 가끔 병원에서 와서 약을 먹으면 일상생활을 하는 데 지장이 없습니다. 환자 중에는 변호사도 있고, 사업가도 있고, 대학교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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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병 치료의 어려움


조현병은 분명 제법 잘 낫는 병입니다. 그런데 조현병 치료의 가장 큰 어려움은 바로 조현병의 증상 중 하나가 ‘의심’이고, 다른 하나가 ‘무기력’이라는 것입니다. 세상이 다 의심스러우니 병원에서 주는 약을 먹고 싶을 리 없습니다. 게다가 정신과에서 주는 약이다보니 약을 먹으면 중독될 것 같기도 하고, 자신의 ‘원래 정신’이 사라지고 세뇌될 것 같은 불안감도 생깁니다. 


겨우겨우 설득하여 약을 먹으면 증상이 좋아집니다. 그러나 매일매일 약을 먹어야 합니다. 쉬운 일이 아닙니다. 종종 무기력에 빠지므로 약을 스스로 챙겨 먹기 어렵습니다. 부작용이라도 있으면 더 먹기 싫어집니다. 조현병은 완치가 거의 없기 때문에, 아예 약을 끊기 어렵습니다. 당뇨병처럼 계속 약을 먹으며 조절해야 합니다. 약을 놓쳐도 금방 악화하는 것은 아니므로, 슬쩍 ‘다 나은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에 약을 끊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렇게 투약 중단과 악화를 반복하는 일이 잦습니다. 


스스로 병원 문을 두드리는 경우는 아주 드뭅니다. 가족의 강력한 설득을 받아 병원에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성인 남성이 환자라면 일이 커집니다. 예전에는 형제나 친척, 심지어 동네 아저씨까지 모두 힘을 합쳐 환자를 어르고 타이르고, 때론 윽박지르면서 병원에 데리고 오는 일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렇게라도 치료를 시작하면 증상이 좋아지고, 병이 좋아진 후에는 친지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형제자매도 별로 없고, 삼촌이나 사촌은 일 년에 한번 만나기도 쉽지 않습니다. 동네 아저씨가 도와준다는 것은 상상하기도 어렵습니다. 친족 공동체와 지역 사회가 와해되면서 일어난 비극입니다. 그렇다고 예전처럼 완력으로 환자를 입원시키고, 강제로 투약을 하기도 어렵습니다. 자기 결정권을 강조하는 시대인 데다가, 그렇게 무리해가면서 도와줄 친지나 이웃이 주변에 있지도 않습니다. 


가까운 병원에 가면 분명 치료법이 있습니다. 인류는 거의 기적과도 같은 근대 의학의 발전, 그리고 행운의 여신의 도움까지 힘입어 조현병 치료약을 만들어냈습니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아주 근사한 약입니다. 게다가 각종 정신치료, 재활치료, 인지치료, 사회복귀요법 등도 점점 정교하고 세련되게 발전했습니다. 지척에 치료약을 두고도 수많은 환자들이 끊임없는 환청과 망상에 시달리면서 고통받고 있습니다. 슈퍼마켓 옆집에 사는 사람이 굶어 죽는 격입니다. 과연 우리 사회는 지금 무엇을 놓치고 있는 것일까요? 
   
에필로그

 

진주에서 일어난 끔찍한 사건으로 인해 많은 국민이 큰 수심에 빠졌습니다. 희생자께 깊은 애도를 표합니다. 또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분의 조속한 회복을 기원합니다. 앞으로 정신보건체계가 더욱 잘 정비되어 이런 비극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를 희망합니다.
      

※필자소개 

박한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신경인류학자. 서울대 인류학과에서 진화와 인간 사회에 대해 강의하며, 정신의 진화과정을 연구하고 있다. 《행복의 역습》, 《여성의 진화》, 《진화와 인간행동》를 옮겼고, 《재난과 정신건강》, 《정신과 사용설명서》, 《내가 우울한 건 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때문이야》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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