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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연구 10년간 뜬 단어는 ‘AI·빅데이터’ 진 단어 ‘유전자·나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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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연구 10년간 뜬 단어는 ‘AI·빅데이터’ 진 단어 ‘유전자·나노’

2019.04.21 06:00
‘유전자’가 지난 10년 사이에 한국연구재단 연구제안서의 키워드 가운데 가장 크게 빈도수가 줄어든 키워드 가운데 하나로 꼽혔다. 인기가 빠졌다는 분석도 가능하지만, 단순히 키워드로 그 분야가 퇴조했다고 볼 수는 없다는 해석도 있다. 사진 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유전자’가 지난 10년 사이에 한국연구재단 연구제안서의 키워드 가운데 가장 크게 빈도수가 줄어든 키워드 가운데 하나로 꼽혔다. 인기가 빠졌다는 분석도 가능하지만, 단순히 키워드로 그 분야가 퇴조했다고 볼 수는 없다는 해석도 있다. 사진 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지난 10년 사이에 기초과학 및 공학 연구자 사이에서 가장 급증한 주제어는 ‘빅데이터’와 ‘딥러닝’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영원할 것만 같던 ‘유전자’와 ‘나노’, ‘무선’, ‘고분자’ 등의 키워드는 연구 과제 제안서가 감소하는 추세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 같은 사실은 한국연구재단이 2008~2017년 10년 동안 신청된 이공 분야 기초연구제안서 약 17만 건의 제목과 핵심어를 시간별, 분야별로 조사, 분석한 결과 밝혀졌다. 연구재단은 17일 공개한 ‘연구재단 제안서 키워드를 통해 살펴본 이공연구 트렌드’ 보고서에서 “최근에는 시대 흐름을 반영한 연구 제안서가 급증했다”며 “빅데이터와 딥러닝이 대표적”이라고 밝혔다. 보고서는 그 외에도 3D 프린팅, 드론, 가상현실, 웨어러블 등 최근 4차산업혁명과 관련이 있는 정보통신기술(ICT) 관련 키워드가 최근 각광 받는 ‘상승키워드’로 꼽았다.

 

반면 전통적인 강세를 보였던 일부 바이오와 나노 분야 키워드는 기초 연구 유행에서 상대적으로 ‘지는 해’로 분류가 됐다. 유전자, 나노, 바이오센서, 단백질, 환경, 고분자가 하락세를 보인 대표적인 키워드로 꼽혔다. 무선, 유비쿼터스 등 한때 유행하던 ICT 용어도 키워드에서 사라지고 있어, ICT 분야에서도 연구 주제의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 분야의 퇴조로 곧바로 해석할 수는 없다고 연구재단은 밝혔다. 이번 분석을 주도한 박귀순 한국연구재단 정책혁신팀 선임연구원은 “등장하는 키워드의 수 자체는 여전히 이들 분야가 많다”며 “다만 다른 분야가 부상하면서 상대적인 순위가 내려갔다는 정도로 이해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바이오 분야의 명암은 최근 생명과학 분야의 지식이 한 단계 깊어진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한동안 생명과학계를 지배하던 ‘유전자 중심주의’가 퇴보하고, 유전자 외의 유전물질이 유전자의 ‘사용법’을 조절한다는 새로운 개념이 최근 급부상했다. 화학 분자를 이용해 DNA 사용법을 바꾸는 ‘후성유전학’이나, 외가닥 유전물질인 RNA 가운데 짧은 RNA를 이용해 DNA 사용법을 조절하는 ‘마이크로RNA’ 기술이 발달하면서, 이 같은 추세를 반영한 키워드가 늘었다. 


‘유전자’라는 넓은 개념의 말이 줄어든 것도 ‘바이오마커’라는, 구체적인 유전자 진단 기술이 발전하면서 트렌드가 바뀌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환자’ 역시 상승 키워드로 꼽혔는데, 이 역시 개인 유전체학이 발달하면서 개인 맞춤형 의학이 널리 연구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연구재단은 지난 10년 동안 가장 급격한 상승세를 겪은 ‘반짝 상승’ 키워드도 선정했다. 이에 따르면 2010~2012년 사이 3년간 급격히 유행했던 ‘태양전지’와 ‘친환경’이 가장 큰 상승을 겪은 단어로 꼽혔다. 당시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08년 취임하면서 '저탄소 녹색성장'을 국가 비전으로 제시하고 추진했던 것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기초연구제안서의 제목과 핵심어에 언급된 단어가 한국 기초과학 연구계의 트렌드를 보여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지나치게 유행에 민감한 한국 연구계 특성상 ‘쏠림’을 강화하는 부작용도 있다는 비판도 있다. 비인기 분야로 꼽히는 생태 분야의 한 현장 연구자는 “생태 연구를 위한 과제이에도, 과제에 선정되려면 ‘드론’이나 ‘AI’, ‘빅데이터’라는 말이 제목 어딘가에 들어가 있어야 한다는 말이 연구자들 사이에 돌고 있을 정도”라며 “새로운 방법론을 쓴다는 것은 물론 좋은 일이지만, 때로는 본말이 뒤바뀐 것 같아 씁쓸할 때가 있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키워드 개수가 곧 트렌드를 반영하지 않는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번에 하락세로 꼽힌 키워드 관련 분야를 연구하는 한 기초과학연구원(IBS) 부연구단장은 “10년 전에 너무 인기가 많아 너도나도 해당 키워드를 갖다 붙였기 때문에 그에 비해 지금은 오히려 키워드 수가 준 것처럼 보일 수 있다”며 “하지만 실은 허수가 빠진 것이며, 오히려 진짜 그 분야를 연구하던 사람은 그때나 지금이나 꾸준히 성과를 내고 있다. 키워드 수로 분야를 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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