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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 파지마" 자원·암반·CO2저장 연구 전국 곳곳 중단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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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 파지마" 자원·암반·CO2저장 연구 전국 곳곳 중단 위기

2019.04.24 09:11
가동 중단한 이산화탄소 저장시설. 경북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 '포항분지 해상 이산화탄소 지중저장 실증사업 플랫폼'이 가동을 멈춘 채 서 있다. 정부와 연구진은 2017년 이산화탄소 시험 주입을 마치고 본격적인 연구를 하려고 했으나 2017년 11월 포항에서 지진이 발생한 뒤 연구를 중단했다. 연합뉴스
가동 중단한 이산화탄소 저장시설. 경북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 '포항분지 해상 이산화탄소 지중저장 실증사업 플랫폼'이 가동을 멈춘 채 서 있다. 정부와 연구진은 2017년 이산화탄소 시험 주입을 마치고 본격적인 연구를 하려고 했으나 2017년 11월 포항에서 지진이 발생한 뒤 연구를 중단했다. 연합뉴스

“저희 연구는 지열발전과는 아무 관련이 없는데…"


포항 지진이 시추공 물 주입에 의한 ‘촉발지진’이라고 결론이 난 이후, 깊은 땅 속에서 이뤄지는 자원 탐사 및 지반 공학 연구들이 차질을 빚고 있다. 일부 연구는 지방자치단체의 요청으로 중단됐고, 일부는 주민 여론이 걱정돼 자발적으로 잠정 중단된 상태다. 지열발전과는 관련이 없고 수~수십 년 동안 안전하게 이뤄진 연구지만, 땅을 깊이 파거나 물질을 주입하는 과정이 포함돼 있어 주민 불안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연구자들은 “만에 하나 있을지 모를 위험에 대비한다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지층에 힘을 가하는 지열발전과는 방식도, 원리도 다르다”며 “안전을 최우선시해 연구를 하는 만큼 너무 큰 불안은 가지지 않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했다.


가장 직격탄을 맞은 연구는 이산화탄소(CO2)지중저장시설(CCS) 관련 실증연구다. 기후변화의 주범으로 꼽히는 이산화탄소를 온도와 압력을 조절해 액체와 기체의 중간 상태인 ‘초임계유체’로 만든 뒤 지하 약 900~1000m 지점에 저장하는 기술이다. 4~5km 지하까지 파는 지열발전과 달리 파는 깊이가 얕은 편이다. 이산화탄소는 지층 속 토양 알갱이 사이에 존재하는 공간인 ‘공극’에 스며들어 저장된다. 육지가 아닌 바다에 구축하게 되며, 일부러 지층에 압력을 가해(수리자극) 공극을 넓히고 길을 내야 하는 지열발전과 달리 압력을 가하지 않는다. 이산화탄소를 저장하는 공극이 발달한 암반(저장암) 위에 저장암을 눌러 가둬주는 넓고 두꺼운 ‘덮개암’을 추가로 두는 등 여러 단계의 안전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지열발전과는 여러모로 원리가 다르다는 게 연구자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지층에 유체를 주입한다는 사실 때문에 지열발전과 함께 가장 먼저 중단된 연구다. 마침 실증연구지가 경북 포항 인근 바다라 촉발지진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포항시의 요청으로 공식적으로 연구가 중단된 상태다.

 

시추공은 가는 기둥 모양으로 땅을 파는 작업이다. 시료를 채취해 깊이별로 지층을 연구하기 사용한다. 사진은 바다 밑 1.2㎞ 깊이에 시추공을 뚫고 채취한 샘플의 모습이다. 사진제공 루크 리오론
시추공은 가는 기둥 모양으로 땅을 파는 작업이다. 시료를 채취해 깊이별로 지층을 연구하기 사용한다. 사진은 바다 밑 1.2㎞ 깊이에 시추공을 뚫고 채취한 샘플의 모습이다. 사진제공 루크 리오론

국내에선 2010년 이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산업통상자원부  연구 과제로 CCS 연구가 이뤄져 왔다. 신영재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석유해저연구본부 CO2지중저장연구단장은 “하루 20t 정도의 이산화탄소를 천천히 주입하며 실험실 연구나 이론 연구로 미처 파악할 수 없는 사실들을 현장에서 파악하는 파일럿 연구(소형 실험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다”며 “대규모 저장 연구도 아니고 덮개암이 깨지지 않을 정도의 양을 먼바다의 얕은 지층에, 그것도 지층에 힘을 가하지 않으며 주입하는 방식이라 지진을 유발할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신 단장은 “저장된 이산화탄소는 공극 속 물에 녹은 뒤 수십~수천 년 뒤에 침전돼 고체가 돼 안전하고 이상적인 이산화탄소 저감기술로 꼽힌다”며 “만에 하다 이산화탄소가 새어나온다 해도 폭발하는 형태가 아니라 공기가 새듯 새는 수준이며, 그나마 바닷물에 녹거나 대기중에 흩어져 인체에 영향은 없다”고 설명했다.


자원 탐사 분야 역시 시추 작업을 하지 못하고 있다. 김수경 지자연 광물자원연구본부장은 “자원의 매장량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초기에 마치 X선 촬영을 하듯 전자기탐사를 해 주요 구조를 파악한 뒤, 수백~1km 남짓을 지름 20cm로 파 ‘코어’를 얻은 뒤 깊이 별로 분석을 하는 단계가 필요하다”며 “계산을 통해 이런 코어를 최소한인 5~10개 정도 파는데, 최근 분위기가 얼어붙으면서 아예 새로운 시추공을 파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자원 탐사 관련해서 공식적으로 시추를 중단시키는 외부의 시도나 움직임은 없다”며 “하지만 주민들이 불안해 할까봐 아무도 선뜻 나서지 못하는 분위기”라고 학계 분위기를 전했다.

 

IBS 우주입자연구시설은 강원도 정선군 신동읍 예미산 SM한덕철광산업 광산 내 지하 1.1 km 깊이에 지어질 예정이다. 현재는 지하 600m 깊이까지 연구자를 데려다 줄 엘리베이터 설치가 완성된 상태다. 사진제공 IBS
IBS 우주입자연구시설은 강원도 정선군 신동읍 예미산 SM한덕철광산업 광산 내 지하 1.1 km 깊이에 지어질 예정이다. 현재는 지하 600m 깊이까지 연구자를 데려다 줄 엘리베이터 설치가 완성된 상태다. 사진제공 IBS

대심도(깊은 심도) 건설기술을 연구하는 김창용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차세대인프라연구센터장은 “건설에서 말하는 대심도는 도심 70m 이하 지역을 의미한다”며 “이 정도 깊이는 서울 지하철 일부도 이미 건설을 했을 정도로 보편적이며, 4~5km를 파는 지열발전과는 차이가 크다”며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지하실험연구단은 강원도 정선 폐광을 이용해 지하 1.1km 지점에 국내 가장 깊은 지하 실험시설을 건설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IBS 관계자는 “광산 특히 폐광 주변 주민들은 폐광을 활용하는 데에 큰 환영의 뜻을 밝히고 있다”며 “포항지진의 여파로 시추를 반대하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과학계는 포항지진이 중요한 사안인 만큼 면밀한 조사와 사후대책이 필요하지만, 지하 관련 연구가 한꺼번에 제약을 받는 것은 과도하다는 분위기다. 암반 분야를 연구하는 한 출연연 연구자는 “여러 연구자들이 연구를 중단했다고 들었다”며 “포항지진 관련해서는 면밀한 후속 조사가 있어야겠지만, 그 때문에 다른 분야 국가 연구까지 여럿 중단되고 있는 것은 지나친 일 같다”고 말했다. 또다른 출연연 관계자는 "주민들이 전문가에 대해 큰 불신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계기였다"며 "지역과의 소통에 좀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느꼈다"고 말했다.

20일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남송리에 있는 포항지열발전소 전경이다. 현재 가동이 중단된 상태이다. 연합뉴스
20일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남송리에 있는 포항지열발전소 전경이다. 현재 가동이 중단된 상태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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