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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운의 곤충記] 곤충은 왜 편리한 날개를 버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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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4월 24일 16:00 프린트하기

붉은 불개미. Scott Bauer(g) 제공
붉은 불개미. Scott Bauer(g) 제공

길이 1cm도 되지 않는 아주 작은 몸집이지만 2년여간 온 나라를 들썩이며 많은 사람들의 신경을 건드렸던, 그리고 올해도 또 난리법석을 부릴 붉은불개미. 물리면 온 몸을 두드러기로 붉게 타오르게 할 것 같은, 정말로 핫(hot)해서 사람들을 공포로 몰아넣고 두려움에 떨게 하는 존재로 떠올랐다.

 

이런 붉은불개미를 포함한 모든 개미 종류는 전 세계 어디에나 있는 생태계 내 최강자다. 인간처럼 서로 의사소통을 하며 구성원들 간에 협동을 하고 환경 변화에 따라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는 사회성 곤충으로 땅 속부터 썩은 나무, 돌 틈까지 어떠한 장소도 가리지 않는다. 검은 색을 뜻하는 ‘개미’에 비해 경계색인 붉은색과 시뻘건 불을 합쳐 붉은불개미로 부르지만 독성은 과장 되었다. 정말로 붉은불개미를 걱정하는 까닭은 초개체((Superorganism)라 불리는 거대 생물체를 이루어 적응하고 확대하면서 무자비하게 세력을 넓히는 행동학적인 특성이 있고 게다가 이때까지 한반도 생태계 내에서는 경험해 보지 못한 ‘침입 외래종 개미’라는 점이다.

 

일본왕개미와 곰개미
일본왕개미와 곰개미

개미는 투명한 날개를 갖고 있는 곤충을 뜻하는 벌목(Hymenoptera)에 속하지만 대부분 날개 없이 생활한다. 비가 와서 흙이 부드러워지면 개미들은 땅 속에서 나와 짝짓기 비행을 시작한다. 여왕개미는 짝짓기 할 때 잠간 사용했던 투명하고 연약한 날개를 떼어버리고 흙을 파고 새로운 집을 지어 여왕개미의 세계인 군체(群體: Colony)를 만든다. 다른 생물들과 먹이 경쟁하며 터를 지키고, 집을 들락거리며 새끼를 돌보는 일개미들은 사회생활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날개를 아예 퇴화시켜버리고 6개의 강한 다리로만 생활한다. 

 

벌목
벌목

독립적으로 사는 곤충 종들은 온 힘을 다해 하늘에 길을 내고 날개타고 멀리 떨어진 곳으로 이동해 서식지를 만든 후 성장 배경이 달랐던 다른 개체를 만나 다양한 유전자를 섞으며 번식 한다. 그러나 덩치가 하나의 큰 생명체인 개미 집단은 날개가 없으므로 세력을 이동하고 빠르게 확산하는 데는 시간이 걸리지만 일단 자리를 잡으면 그들을 막을 어떠한 천적도 없으므로 엄청나게 세력을 불린다. 사회성 곤충이 갖는 ‘조직화’가 뛰어난 경쟁력이 되어 가장 우세한 집단이 되는 진화 전략이라 할 수 있다. 
 

여왕개미의 날개(위)와 날개를 떼어 낸 자국
여왕개미의 날개(위)와 날개를 떼어 낸 자국

사회성 곤충이 아니면서도 이동하기보다는 현재 사는 곳에 안주하려는 곤충도 있다. 지표성 딱정벌레(Ground beetle)인 홍단딱정벌레나 길쭉먼지벌레 종류는 많은 딱정벌레목 곤충이 비행할 때 사용하는 뒷날개를 앞날개에 붙여 단단한 덮개로만 사용한다. 축축한 지표면을 다니는 지렁이나 땅에 사는 달팽이, 기어 다니는 애벌레를 주식으로 하는 데 모두 날개가 없는 먹이이므로 굳이 날개가 필요 없다.  

 

2쌍 날개를 붙여 앞날개가 벌어지지 않는 홍단딱정벌레와  뒷날개가 퇴화한 강원길쭉먼지벌레
2쌍 날개를 붙여 앞날개가 벌어지지 않는 홍단딱정벌레와 뒷날개가 퇴화한 강원길쭉먼지벌레

날개를 없앤 대신 강하고 긴 다리로 생활을 하는데 어찌나 빠른지 도망가면 잡기도 어렵거니와 손으로 잡으려고 하면 곤충 몸에서 나오는 액체로 손가락이 갈색으로 착색되고 노린재들이 내는 누린내와는 차원이 다른 아주 메스꺼운 냄새가 난다. 홍단딱정벌레나 길쭉먼지벌레 종류들을 ‘냄새벌레’라고 부르는데 ‘벤조퀴논’이라는 유독한 화학적 물질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주변에서 먹이를 쉽게 먹을 수 있고 자극에 대한 방어 무기도 확실하니 굳이 날개를 버린 까닭을 알겠다. 

 

한 종이라 함은 보통 생식 집단으로 정의하여 생물학적 종(Biological Species)을 일컫는다. 암수가 만나 짝짓기를 할 수 있고 새끼를 낳을 수 있는 개념이다. 종이 나누어져 새로운 종이 탄생하는 과정을 종분화(種分化, speciation)라 하는데 지표성 곤충에서 자주 발생한다. 바다, 강, 산맥 등의 자연스러운 지리적 장벽에 의해 격리되는 일이야 그럴 수 있지만 인위적 간섭으로 산허리를 자르고 도로를 내는 경계가 생기면서 이산가족을 만든다. 장소만 달리하는 미묘한 차이가 쌓여 각기 다른 생물 집단으로 분리되고 생식적 장벽이 생겨 서로 짝짓기가 불가능한 남남이 된다니 그들에게는 치명적 시련이 된다.

 

곤충은 계통적으로 진화하면서 날개 수와 크기나 가능을 조절하는 경향을 보인다. 잠자리나 하루살이처럼 독립적으로 날개 짓을 하는 경우, 벌목이나 나비목처럼 앞날개, 뒷날개를 날개가시나 날개 갈구리로 결합하여 비행하는 기술을 좀 더 발전시켜온 놈들도 있고, 아예 뒷날개를 300개가 넘는 감각기를 갖고 있는 평균곤으로 변형하여 균형을 유지하고 목표물에 정확하게 접근하려는 파리목 곤충도 있다. 파격적으로 날개를 완전히 떼버리고 동력구조를 다리로만 집중시킨 특이한 구조를 가지는 지표성 곤충도 있다.

 

각다귀 평균곤과 감각기(SEM)
각다귀 평균곤과 감각기(SEM)

더 빠르게, 더 정확하게로만 진화할 줄 알았는데 편리하고 효율적인 날개를 버리고 발로 이동하는 방법을 택한 놈들로 곤충의 가계도에서 새로운 가지가 돋아났다. 지구상의 대표 생물체인 곤충이 날개만으로도 얼마나 다양한 삶의 방식을 지니고 있는지 보여주고 있다.


참고 문헌

Herve′ Le Guyader. Classification et e′volution(2013). Alma.

김용균 外. 昆蟲生理學(2008). 지코사이언스. 

 

※ 필자소개
이강운 곤충학자 서울대 대학원을 졸업했다. 현재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장, 서식지외보전기관협회장이며 국립인천대 매개곤충 융복합센터 학술연구 교수를 맡고 있다. 과학동아에 ‘애벌레의 비밀’을 연재했다. 2015년 한국의 나방 애벌레 도감Ⅰ, 2016년 캐터필러 Ι, 2017년 캐터필러Ⅱ》, 2019년 《캐터필러》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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