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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아의 닥터스] "조현병 환자의 강력범죄 책임 국가가 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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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아의 닥터스] "조현병 환자의 강력범죄 책임 국가가 져야"

2019.04.25 17:04
권준수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이사장(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이 조현병 환자가 저지르는 범죄를 막으려면 국가가 나서서 환자들을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제공
권준수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이사장(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이 조현병 환자가 저지르는 범죄를 막으려면 국가가 나서서 환자들을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제공

17일 조현병이 있는 안인득이 경남 진주의 한 아파트 자기 집에 불을 지르고 대피하던 주민들에게 흉기를 휘둘러 5명이 숨지는 참사가 일어났다. 딱 일주일 뒤인 24일 경남 창원에서는 조현병 약을 복용하던 10대 고교 자퇴생이 같은 아파트에 사는 70대 여성을 살해했다. 이보다 앞서 20일에는 개가 너무 짖어댄다는 이유로 주인을 때린 50대가 경찰에 입건됐고 22일에는 아기가 운다는 이유로 아이 엄마를 흉기로 위협한 50대가 경찰에 구속됐다. 4월 한달 동안 조현병 환자가 범죄를 저질렀다는 뉴스가 여러 개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은 강제입원이 유명무실한 현행법을 개정하지 않고서는 이런 사건이 계속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우려한다. 조현병은 치료가 가능하기 때문에 조현병 환자를 무조건 범죄자로 몰고 가는 정서에 대해서도 우려하고 있다.  조현병으로 인한 강력범죄를 어떻게 막을 수 있을지 권준수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이사장(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에게 물어봤다.


-조현병은 치료가 가능한가? 

 

과거 정신분열증이라고 불렸던 조현병은 비정상적인 지각과 사고, 행동을 하는 정신질환이다. 가장 잘 알려진 증상이 환각과 환청이다. 외부 자극이 없는데도 환자의 뇌는 실제와 다른 감각을 느끼도록 활성화한다. 


학계에서는 유전적인 요인으로 조현병이 나타난다고 보고 있다. 지금까지 조현병에 관여한다고 밝혀진 유전자만 100개가 넘는다. 이 유전자들은 서로 복합적으로 얽혀 있으며, 뇌에서 스트레스를 처리하는 것에 취약하게 만든다. 다른 사람에 비해 태생적으로 정신이 약해 스트레스를 못 이기고 병이 생기는 셈이다.  


조현병을 치료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약물치료다. 이외에도 재활이나 인지행동치료, 정신치료, 작업치료 등을 받는다. 조현병 환자의 약 20%가 약물을 수년 동안 복용하면 완치된다. 하지만 30~40%는 수십 년간 약을 지속적으로 먹어야 하며, 나머지는 약을 먹어도 자꾸 재발하거나 후유증이 심하게 나타날 수 있어 입원 등 장기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24일 경찰청에서 내놓은 통계를 보면 정신질환자가 저지른 범죄가 건강한 사람보다 2배 많다. 실제로 정신질환, 특히 조현병에 폭력적인 성향이 나타나는가?

 

정신의학계에서는 정신질환과 (강력)범죄는 연관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 국내에서도 2017년 대검찰청에서 내놓은 범죄분석자료를 보면 정신질환자가 저지르는 강력범죄율(0.014%)은 전체인구의 강력범죄율(0.065%)보다 낮았다.


문제는 정신질환자가 범죄를 저질렀을 경우 재범율이 높다는 점이다. 이번에 진주에서 일어났던 사건이나, 고 임세원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를 해쳤던 피의자도 재범이었다.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고 방치가 됐다는 얘기다.  


조현병 환자는 주변 사람들과 조화롭게 어울리기 힘들고, 주변 가족들도 무척 고통스럽다. 여기에 환자가 치료도 제대로 받지 않는다면 엎친 데 덮친 격이 된다. 환자가 약물치료를 잘 받고 주변에서도 잘 관리할 수 있다면 병이 점차 치유될 수 있다.

 

자기공명영상장치(MRI)로 촬영해보면 건강한 사람에 비해 조현병 환자의 뇌는 물리적으로 많이 위축돼 있다. 치료를 받지 않은 채 시간이 흐르면 뇌가 점점 더 위축된다. 하지만 조기 진단해 약물치료를 받으면 완치할 수 있다. 의학및치의학저널 제공
자기공명영상장치(MRI)로 촬영해보면 건강한 사람에 비해 조현병 환자의 뇌는 물리적으로 많이 위축돼 있다. 치료를 받지 않은 채 시간이 흐르면 뇌가 점점 더 위축된다. 하지만 조기 진단해 약물치료를 받으면 완치할 수 있다. 의학및치의학저널 제공

-조현병 환자를 잘 관리한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 현행법에 문제가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어떠한가? 

 

조현병 환자들은 대부분 자기가 정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입원하겠다는 의지가 없다. 오히려 다른 사람이 자기를 해치려고 한다는 망상을 굳게 믿는다. 가족들이 환자를 입원시키려고 해도 쉽지 않고, 오히려 관계가 나빠지는 이유다.


2017년 이전에는 환자의 가족과 의사의 동의에 따라 환자를 입원시킬 수 있었다. 당시에는 굳이 입원할 사람이 아니어도 입원을 시키는 사례가 종종 있었다. 그래서 인권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법이 바뀌었다.


현행법상 조현병 환자를 입원시킬 수 있는 방법은 3가지다. 첫 번째는 직계가족, 즉 부모나 자녀가 환자를 입원시키는 것이다(강제입원). 이미 언론에도 알려진 대로 진주 사건의 경우 피의자의 형이 직계가족이 아니라는 이유로 피의자를 입원시키지 못했다. 보호의무자의 기준이 직계가족에 한정돼 있다는 것이 문제다. 


두 번째 방법은 경찰이 응급 입원시키는 것이다. 지금도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환자를 응급실까지 데려간다. 하지만 경찰이 환자가 자의적으로 판단해 입원시켰다가 환자와 보호자에게 소송 당한 사례가 있다. 그래서 응급 입원을 굉장히 조심스러워 한다.


세 번째는 지방자치단체장이 보호자가 없는 환자를 행정입원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환자가 가족들과 연락을 하고 지내지 않더라도 법적으로 보호자가 있으면 지자체에서 나서지를 않는다. 
결국 현행법상으로는 주변에 폭력적인 성향이 있거나 남의 생명을 위협하는 조현병 환자가 있어도 입원을 시키기가 어렵다. 법을 바꾸기 전에는 이런 참담한 사건이 계속 생길 것 같아 걱정이다


-해외에서는 조현병 환자의 범죄를 어떻게 해결하나

 

미국과 유럽, 중국, 일본 등 다른 국가에서는 조현병 환자가 범죄를 저질렀을 경우 경찰과 함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동행해 출동한다. 전문의가 입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먼저 입원을 시킨다. 만약 살인사건 등 위중한 범죄라면 재판을 받는다. ‘치료 몇 년에 징역 몇 년’ 이런 식으로 결과나 나온다. 치료가 끝난 뒤에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연장 치료를 받아야 할지 여부를 다시 진단한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이렇게 하지 않는다. 그래서 조현병 환자를 신고하더라도 비교적 경미한 범죄로 판단되면 확실한 해결방법을 쓰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이렇게 참담한 사건들이 일어났다. 

 

- 어떻게 하면 이렇게 참담한 사건을 막을 수 있을까?

 

환자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게 아니라 국가가 책임을 져야 한다. 특히 조현병이나 양극성 장애, 심한 우울증은 타인 또는 자기 자신을 해칠 위험이 큰 중증정신질환이기 때문에 이들을 관리할 수 있는 법적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예를 들면 중증정신질환자가 저렴하게 치료받을 수 있도록 진료비를 제공하고, 지속적으로 치료받고 있는지 관리하는 것이다. 정신질환이 있으면 직업을 갖지 못해 가난한 사람이 많다. 그래서 치료를 받지 못하고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 

 

또 강제입원 여부를 법원이 판단하는 ‘사법입원제’도 해결방안 중 하나다. 지금은 전문의가 입원을 시켜야 한다고 진단하더라도 환자 본인이 거부하면 입원시킬 수 없다. 판사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이 협력해 환자가 치료를 잘 받으면서도 인권을 보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또 입원치료에서만 멈출 것이 아니라 환자들이 완치한 후 사회로 나갔을 때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사회 인프라를 갖춰야 한다.


-그렇다면 사회는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정신질환자에 대한 낙인을 지워야 한다. 정신질환자가 범죄를 저질렀을 때 병이 원인이라고 판단되면 감형이 된다. 이 때문에 조현병과 정신질환에 대한 국민 정서가 극에 달해 있다. 그러나 정신질환으로 인한 범죄는 술 마시고 저지르는 범죄와는 결이 다르다. 음주는 자의이지만 정신질환은 말 그대로 병이기 때문이다.

 

또 정신건강의학과, 정신병원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도 거둬야 한다.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할 환자가 주변 시선 때문에 병원에 가지를 않으면 오히려 병을 키울 수 있다. 감기나 장염에 걸렸을 때 내과에 가는 것처럼 뇌에 병이 났을 때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게 당연하다. 최근에는 부작용이 잘 나타나지 않는 약물이 개발돼 치료만 잘 받는다면 조현병 환자도 일반인처럼 사회생활을 할 수 있다. 
 
조현병은 대개 10~20대에 처음 나타난다. 한번 발병하면 뇌가 달라지기 때문에 조기에 진단해 조기에 치료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발병 초기 5년이 가장 중요하다. 이때에는 약물치료만 잘 받아도 일반인과 비슷하게 생활할 수 있다. 병을 늦게 발견하고 치료가 늦어질수록 후유증이 많이 남는다. 가령 자기공명영상장치(MRI)로 촬영해보면 건강한 사람에 비해 조현병 환자의 뇌는 물리적으로 많이 위축돼 있다. 치료를 받지 않은 채 시간이 흐르면 뇌가 점점 더 위축된다. 

 

이렇듯 최근 전 세계 정신의학계에서는 정신질환을 조기에 발견에 조기에 치료하는 것이 대세다. 하지만 현 국내 법률 상황으로는 정신질환이 악화될 때까지 방치했다가 심각한 사건이 일어난 뒤에야 해결책을 찾고 있다. 전 세계 정신의학계의 추세와 역행하고 있는 셈이다.

 

방화 살인 참사가 난 경남 진주시 한 아파트 출입구에 19일 주민 누군가가 하얀 국화를 놓았다. 연합뉴스 제공
방화 살인 참사가 난 경남 진주시 한 아파트 출입구에 19일 주민 누군가가 하얀 국화를 놓았다. 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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