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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신흥명문 OIST총장 “혁신생태계 만들려면 하이 트러스트 펀딩에 투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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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신흥명문 OIST총장 “혁신생태계 만들려면 하이 트러스트 펀딩에 투자하라”

2019.04.29 15:00
피터 그루스 일본 OIST 총장이 한국 기초과학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다. 김민수 기자 reborn@donga.com
피터 그루스 일본 OIST 총장이 한국 기초과학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다. 김민수 기자 reborn@donga.com

독일 막스플랑크연구회는 80개가 넘는 연구소 연합체로 세계 최고의 기초과학 연구기관이다. 1948년 공식 출범 이후 노벨상 수상자를 18명 배출했다. 전신인 카이저빌헬름연구소(1911년 설립) 때까지 포함하면 노벨상 수상자가 33명에 달한다. 기초과학뿐만 아니라 기초과학 성과를 실제 산업에 적용하는 응용연구에도 강점을 갖고 있다. 

 

피터 그루스(70) 일본 오키나와과학기술대학원대학교(OIST) 총장은 2002년부터 2014년까지 12년 동안 막스플랑크연구회 회장을 지내고 2017년 1월 OIST 총장에 부임했다. 25일 업무차 한국을 찾은 그를 직접 만나 연구자 주도 기초연구 투자를 늘리고 있는 한국에 대한 조언을 구했다. 

 

“대학·연구기관의 기초연구와 대기업·벤처캐피털(VC)이 요구하는 응용 기술이 서로 활발히 이어지는 혁신생태계의 최상위에는 훌륭한 기초과학이 자리잡아야 합니다. 최고의 기초과학 연구가 뒷받침되지 않는 한 모든 국가들이 원하는 혁신생태계 시스템은 갖춰지지 않습니다.”

 

그루스 총장은 한국 대학과 연구기관 소속 과학자들의 기초과학 역량이 수준급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대학과 연구기관의 유대가 약하고 기초과학에서 나오는 연구성과를 실제 산업으로 이어줄 수 있는 매개고리가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한국은 삼성, 현대 등 대기업 중심의 산업 기반이 이미 잘 갖춰져 있다”며 “하지만 기초연구에서 나오는 새로운 아이디어나 이를 활용하는 새로운 기업들이 보이지 않는데, 이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세계 국가들이 고민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그루스 총장은 최고의 기초과학 연구가 자리잡고 있는 혁신생태계 시스템에서 새롭고 도전적인 아이디어로 무장한 새로운 기업이 나올 수 있는 이른바 ‘인터페이스(Interface)’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전세계에서 가장 이익을 많이 내는 대표적인 기관이 영국의 케임브리지대학”이라며 “케임브리지는 20여년 전 케임브리지이노베이션센터를 설립해 기초과학의 창의적인 컨셉트와 아이디어를 검증하고 VC나 대기업으로 연결되는 독립적인 인터페이스를 갖춰 상당한 이익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케임브리지대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인공지능(AI) ‘알파고’를 만든 딥마인드의 창업자 데미스 허사비스를 대표적인 사례로 거론했다. 

피터 그루스 일본 OIST 총장이 한국 기초과학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다. 김민수 기자 reborn@donga.com
피터 그루스 일본 OIST 총장이 한국 기초과학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다. 김민수 기자 reborn@donga.com

그는 또 “케임브리지뿐만 아니라 미국이 스탠퍼드, 하버드, 카네기멜론 등은 상당한 수준의 전문성을 보유한 전문가그룹이 ‘인터페이스’ 역할을 하고 있다”며 “대학들과 밀접하게 정보를 교류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루스 총장이 일본 OIST에 합류한 것은 OIST가 일본 정부의 투자시스템에 종속되지 않는 독립적인 연구기관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톱 연구기관이라는 목표로 설립된 OIST는 일본 정부 어느 기관에도 소속되지 않는 총리 직속의 독립적인 연구기관이다. 일본이 기초과학 투자 예산을 줄이고 있는 가운데 OIST 예산은 지속적으로 늘었다. 

 

그루스 총장은 “OIST 교수들 중 65%가, 학생들 중 80%가 일본인이 아닌 외국인으로 채워졌다”며 “글로벌 톱 연구기관이라는 목표에 부합하는 독립적인 운영으로 설립 후 피인용지수가 높은 과학 저널에 투고하는 연구논문들이 대폭 늘었다”고 밝혔다. 

 

창의적이고 실패 위험성이 큰 기초연구가 제대로 되려면 사용된 연구예산을 수준높게 검증할 수 있는 제도도 갖춰져야 한다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그는 “기초과학에 투입되는 예산을 표현하는 말로 ‘하이 트러스트 펀딩(High Trust Funding)’이라는 말을 즐겨 쓴다”고 설명했다. 

 

대기업 중심 산업 기반이 잘 갖춰진 한국은 거꾸로 기초과학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혁신과 기업이 부족하다는 게 그루스 총장의 진단이다. 그는 “4년 동안 독일 지멘스 자문위원을 지내면서 대기업 내부에서는 절대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도입되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다”며 “새로운 형태의 기술을 습득하고 기초과학 중심의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는 젊은 세대를 껴안을 수 있는 유연성을 고민해야 4차산업혁명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도전적인 기초과학 연구에서 실패는 다음 성공을 위한 소중한 경험이라는 문화도 중요한데 한국은 실패가 용인되지 않는 문화라는 점에서 문화를 바꾸는 노력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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