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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체험하는 의료로봇]④ 암세포 정확히 찾아 찌르는 의료로봇계 로빈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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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5월 07일 15:00 프린트하기

서준범 서울아산병원 영상의학과 교수팀은 생체검사 시 의료용 바늘을 안전하고 정확하게 삽입하는 방법을 가이드해주는 로봇 ′로빈′을 개발해 식약처의 허가를 받았다. 같은 과 오상영 교수가 로빈을 이용해 생검을 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서준범 서울아산병원 영상의학과 교수팀은 생체검사 시 의료용 바늘을 안전하고 정확하게 삽입하는 방법을 가이드해주는 로봇 '로빈'을 개발해 식약처의 허가를 받았다. 같은 과 오상영 교수가 로빈을 이용해 생검을 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엎드려 있는 환자의 등에 마커를 여러 개 붙인 다음 컴퓨터단층촬영(CT)을 시작했다. 폐와 심장의 단면이 스크린에 나타났다. 병으로 의심되는 조직도 함께 보였다. 의료진은 로봇에 이 영상데이터를 입력하고 생체검사(생검) 모드를 설정했다. 

 

로봇은 기다란 팔을 내밀어 환자의 등에 레이저를 비췄다. 그러자 빨간 점이 나타났다. 의료진은 그 부분을 소독한 다음, 로봇팔에 ‘바늘삽입 가이드 장치’를 끼웠다. 의료진이 빨간 점이 나타난 지점에 바늘을 꼽으려 하자 로봇이 바늘을 찌르는 깊이와 각도를 안내했다. 바늘을 찔러넣은 뒤 의료진은 CT 스크린을 통해 바늘이 알맞게 들어갔는지 확인했다. 조직을 뽑아낸 뒤 다시 CT 스크린으로 부작용은 없는지 확인하고 생검을 마쳤다.

 

지난달 26일 서울아산병원 영상판독실에서 생검용 영상중재시술로봇인 ‘로빈’을 만났다. 서준범 서울아산병원 영상의학과 교수와 현대중공업, 울산대, KAIST, 로봇 제작 기술을 가진 중소기업 5곳 등 국내 연구진이 자체 기술로 개발한 로봇이다. 로빈은 생검을 할 때 의사가 의료용 주삿바늘을 얼마나 깊이, 어떤 각도로 찔러야 하는지 직접 안내한다. 실력은 ‘경험이 많은 전문의 수준’이다. 


2017년생 생검용 영상중재시술로봇 2종

 

폐암이나 간암, 신장암처럼 몸속 깊은 곳에 암이 의심되는 부분이 있을 때 정확히 진단하려면 생검을 해야 한다. 생검은 환자의 몸에서 병이 있는 것으로 의심되는 조직의 일부를 떼어내 현미경으로 관찰해 병을 진단하는 방법이다. 보통 수술 중 떼어내거나, 초음파나 CT, 자기공명영상장치(MRI) 등 영상을 통해 검사하는 동안 바늘 또는 의료용 총으로 찔러 체액과 조직을 뽑아낸다. 

 

그런데 조기의 암을 진단할 때에는 종양으로 의심되는 조직의 크기가 mm 단위로 매우 작다. 그래서 수술을 하지 않고 바늘을 이용해 생검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바늘을 적절한 위치에 잘 꽂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숙련되지 않은 의사에게는 굉장히 어려운 기술이다. 영상을 보면서 바늘의 각도를 조절하고, 바늘이 지나가는 자리에 큰 혈관이 있으면 이것을 피해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의사의 의료 지식이나 경험, 숙련도에 따라 검사치료 효과나 합병증 여부가 달라진다. 

 

이런 한계점을 해결하기 위해 서준범 서울아산병원 영상의학과 교수와 현대중공업 등 국내 연구진은 2012년 ‘영상중재시술로봇 만들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국내 제조업체 중 사이버그랩이 로봇팔을, 알애프메디컬이 로봇용 바늘을, 태하메카트로닉스가 로봇 제어기를, 코어라인이 소프트웨어와 환자 사용자 인터페이스(UI)기술을 만드는 등 로봇 전체를 국내 순수 기술로 제작했다.

 

로봇 개발자가 아닌 의사가 프로젝트를 주도한 이유는 보통 로봇을 만들 때처럼 기술을 먼저 개발하고 검증하는 것이 아니라, 개발 후 빠른 시일 내에 병원에서 실제로 사용할 수 있도록 실용적으로 만들기 위해서였다. 

 

서준범 교수는 ”로봇이 바늘을 안전하고 정확하게 삽입하는 방법을 제시하면 경험이 적은 의사라도 경험이 많은 의사처럼 숙련되게 시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생검 시에는 CT를 사용하기 때문에 의사와 환자가 모두 방사선에 노출되는데, 경험이 적은 의사일수록 방사선에 노출되는 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며 ”로봇을 이용하면 쉽고 빠르게 시술을 할 수 있어 방사선 노출을 최소로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로봇을 제작하기 시작한 지 3년만인 2014년 ‘로빈’과 ‘로빈S’, 두 종이 탄생했다. 로빈은 활을 잘 쏘는 로빈 후드에서 따왔는데, 생검 중재 로봇의 영문(robot biopsy intervention) 약자이기도 하다. 서 교수는 ”국내 연구자들과 의료진이 상호협력해 로봇을 개발했다는 점에서 굉장히 뿌듯하고 자랑스러웠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어느 지점에 얼마나 깊이 찔러라’ 가이드하는 로빈, 직접 찌르는 로빈S 

 

서울아산병원과 현대중공업 등 국내 연구진이 개발한 로빈(왼쪽)과 로빈S(오른쪽). 서울아산병원 제공
서울아산병원과 현대중공업 등 국내 연구진이 개발한 로빈(왼쪽)과 로빈S(오른쪽). 서울아산병원 제공

로빈은 환자 영상을 찍고 나서 로봇에 입력하면, 정합이라는 과정을 거쳐 환자의 몸속 영상을 지도로 만든다. 의료진이 계획한 시술 계획을 입력하면 로봇의 소프트웨어가 바늘이 어떻게 들어가야 하는지 가이드를 제시한다. ‘바늘 삽입 내비게이션’을 보여주는 셈이다. 이에 따라 의료진은 정확한 지점에 바늘을 찔르고 로봇이 알려주는 깊이와 각도만큼 넣는다.

 

연구진은 2017년 동물실험을 통해 로빈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인했다. 이후 식품의약품안전처 성능평가까지 마치고 현재 승인된 상태다. 출시가 가능하시만 현재 추가 임상시험을 거치고 있다. 환자에게 사용되는 만큼 안전성을 확실히 보장하기 위해서다. 

 

로빈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로빈S는 2017년 동물시험을 마쳤지만, 아직 임상시험 중이다. 로빈은 바늘 삽입 방법을 가이드하는 데 머무르는 수준이지만 로빈S는 실제로 바늘을 삽입해 시술하는 로봇이다.

 

의료진은 다빈치 로봇을 작동시킬 때처럼 실시간으로 영상을 보면서 원격장치를 이용해 로빈S를 제어한다. 서 교수는 ”원격으로 조종하기 때문에 의사에게 방사선 노출이 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며 ”가상벽이나 인서션가이드 등 안전장치가 마련돼 있어 훨씬 안전하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바늘을 삽입할 때 대동맥 등 굵은 혈관을 찌르면 출혈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로빈이 의료진이 대동맥을 피해서 바늘을 삽입하도록 경로를 알려줬다면, 로빈S는 바늘이 대동맥으로 향하지 않도록 가상벽을 만들어 차단한다. 

 

현재 로빈S는 국내 의료로봇 및 의료기기 제조업체인 큐렉소가 임상시험을 주도하고 있다. 로빈과 로빈S가 경험 많은 의사 수준으로 바늘을 삽입할 수 있음을 밝히는 게 목적이다. 그래서 경험이 많은 의사가 시술했을 때와, 의사가 로빈S를 이용해 시술했을 때의 두 가지 상황에서 시술 시간과 성공, 합병증 여부, 방사선 조사량 등을 비교하고 있다. 

 

의료 인프라 적은 국가에서도 ‘열일’ 기대

 

해외 다른 국가에서는 로빈이나 로빈S같은 중재시술로봇이 없을까. 서 교수는 ”로빈을 만들고 있는 동안 미국 헬스케어기기 제조업체 퍼핀트에서 로빈처럼 바늘 삽입을 가이드하는 로봇을 출시했다“며 ”이후 1~2종 정도 더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원격장치로 조종해 직접 바늘을 삽입하는 로봇은 로빈S가 세계 최초다. 로빈은 올해 말까지 임상시험을 마치고 내년 초 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승인을 받을 계획이다. 지금까지 폐암 진단과 간암 치료에서 로빈S를 활용할 수 있음을 임상시험으로 확인했다. 로빈S의 수준 역시 경험이 많은 의사와 비슷했으며, 환자에게 방사선을 노출하는 양은 경험이 많은 의사가 할 때와 비슷하거나 약간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 교수는 ”국내에서뿐만 아니라 의료 인프라가 적은 국가에서도 로빈과 로빈S를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미 이탈리아나 스페인처럼 간암이 많이 발생하는 국가에서는 퍼핀트에서 개발한 바늘 삽입 영상중재 시술로봇을 사용하고 있다. 의료진의 수가 부족하거나, 경험 많은 의사가 부족한 국가에서 로빈S가 ‘열일’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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