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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촌평] 세계 ‘최초’가 ‘최고’를 보장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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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촌평] 세계 ‘최초’가 ‘최고’를 보장하지 않는다

2019.04.30 15:00
 

1996년 1월 한국은 세계 최초로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통신 기술을 상용화했다. 정부의 정보화 계획과 맞물려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강국’으로 알려지는 계기가 됐다. 10년 뒤인 2006년 5월 3세대(3G) 이동통신 기술보다 한단계 진화한 3.5세대 고속하향패킷접속(HSDPA) 기술도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다. 

 

CDMA와 HSDPA 등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할 때만 해도 세계 최초 상용화는 시장 선점 효과를 가져온다는 ‘장밋빛’ 청사진이 제시됐다. 실제로 세계 어떤 나라보다 이동통신 인구가 빠르게 늘었다. 1998년 인구의 약 4분의 1에 달하는 1000만명을 달성했고 2010년 9월을 기점으로 국내 이동통신 가입자수가 5000만명을 처음으로 넘어서며 인구수를 추월했다. 전무후무한 일이다.  

 

화려한 세계 최초 상용화 이면은 달랐다. 3G 이동통신 기술이 상용화하며 마치 PC와 같이 휴대전화로 인터넷을 쓸 수 있게 됐지만 이를 구현하는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한 플랫폼 시장 선점 효과는 ‘아이폰’을 출시한 애플이 가져갔다. 빠른 데이터 통신으로 사진이나 영상의 실시간 전송이 가능해진 상황에선 페이스북 같은 소셜미디어가 시장을 장악해 나갔다. 

 

앱스토어 생태계에서도 국내 기업들은 글로벌 무한경쟁에 내몰렸다. 그나마 모바일 시장에 빠르게 대응한 게임업체들이 체면치레를 했다. 영상 스트리밍 시장은 유튜브와 넷플릭스 아성에 위기감이 고조된다. 1996년 세계 최초 CDMA 상용화를 이뤄내며 글로벌 ICT 시장에 존재감을 드러냈지만 정작 이렇다 할 ‘과실’을 얻지 못한 것이다. 

 

20여년 지난 2019년 4월 한국은 또다시 5G 이동통신 세계 최초 상용화를 선언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4월 10일 5G 상용화 기념행사 기념사에서 1996년 세계 최초 CDMA 상용화를 언급했다. 이낙연 총리도 지난 22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2019 과학·정보통신의 날 기념식’ 격려사에서 세계 최초 5G 상용화, 1998년 세계 최초 초고속인터넷 상용화 등 성과를 거론하며 한국의 자랑스러운 성취라고 했다. 

 

세계 최초 상용화의 이점을 살려 세계 시장을 선점하자는 의미겠지만 ICT 분야 세계 최초 타이틀을 여러 차례 거머쥐었던 경험이 과연 현재 시점에서 어떤 결과로 나타났는지 돌아봤는지 모르겠다. 세계 최초 타이틀이 주는 달콤함에 빠져 세계 최고가 될 수 있는 방안을 깊게 고민해봤는지도 알 길이 없다. 

 

20여년 동안 세계 최초가 최고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우리는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5G 서비스도 마찬가지다. 아직은 표면적인 서비스 불만사항이지만 최고의 서비스가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 상용화 이후 수도권에서도 잘 터지지 않고 선택할 수 있는 단말기도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5G 상용화가 정부의 강한 의지가 작용한 사례라면 삼성전자의 ‘갤럭시 폴드’ 출시 연기 사태는 기업의 영역이다. 정부는 물론 기업들도 결과적으로 최고의 제품을 만들기보다는 세계 최초 타이틀에 집중한 결과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과학계에서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는 ‘주장’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사실을 확인하기도 쉽지 않을뿐더러 세계 최초 개발이 최고 성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들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최초가 최고를 보장해 주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우리는 경험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20여년 간 숱한 경험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기업은 여전히 ‘최초’를 내려놓지 못한다. 이제 그만 최초보다는 최고를 지향하는 전략과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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