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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KAIST, 정부 요청에도 반도체학과 설립 무산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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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5월 01일 06:00 프린트하기

서울대, KAIST 각각 내부 사정으로 첫 해(2021년 입학) 설립 추진은 사실상 무산

“특정 산업, 학과 지원한다는 눈총에 추진도 못 해” “인프라 투자 없이 학비만 지원해서는 설립 불가” 진통

 

정부가 2030년을 목표로 非메모리 분야 반도체인 시스템반도체를 육성할 계획을 공개했다.문재인 대통령이 4월 30일 시스템 반도체 비전 선포식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정부가 2030년을 목표로 非메모리 분야 반도체인 시스템반도체를 육성할 계획을 공개했다.문재인 대통령이 4월 30일 시스템 반도체 비전 선포식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서울대와 KAIST가 30일 공개된 정부의 비메모리 반도체 육성 의지에 따른 '반도체 계약학과' 설립 참여를 가장 먼저 요청받았지만 내부 반발과 기존 규정과의 충돌, 인프라 미비 등을 이유로 사실상 첫해 참여가 무산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서울대의 경우 대학이 정부의 요구대로 특정 기업과 산업을 위한 인재를 육성하는 게 맞는지를 놓고 논란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반도체 분야 인력 양성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던 두 학교가 반도체 계약학과 설립에 참여하지 못하게 되면서 인력 양성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퇴색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됐다.

 

정부는 30일 비메모리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한 '반도체 계약학과'를 설립할 계획을 공개했다. 반도체 계약학과는 일부 대학 학부 과정에 기업이 학자금 등 재원을 제공하고 취업을 책임지는 형태다.

 

정부 계획안에 따르면 연세대와 고려대가 첫 해(2021년 입학)에 반도체학과를 설립하기로 했다.  당초 연세대와 함께 서울대와 KAIST도 가장 먼저 반도체 계약학과 설립에 동참해 달라는 요청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대는 공대 전기정보공학부 주도로 반도체 계약학과 설립이 논의중이다. 기존 정원 외에 추가로 재학생을 모집하게 되며, 수도권 대학 정원 제한 등 기존 규제의 적용을 받지 않아도 돼 제도적 걸림돌은 없다.

 

하지만 서울대 학내에서 반대 기류가 강하고, 공대 내에서도 설립에 대한 의견 일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병호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학부장)는 “먼저 공대 내에서 합의를 이뤄야 이후 대학 본부와 교수평의회 등을 차례로 설득할 수 있는데 공대 내부부터 의견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추진력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사실상 2021년 입학은 어렵고, 2022년 참여할 수 있지 않을까 보고 있다”고 말했다.

 

2019년 서울대 입학식 모습이다. 서울대는 공대 전기정보공학부 주도로 반도체 계약학과 설립이 논의되고 있다. 하지만 서울대 학내에서 반대 기류가 강하다. 연합뉴스
2019년 서울대 입학식 모습이다. 서울대는 공대 전기정보공학부 주도로 반도체 계약학과 설립이 논의되고 있다. 하지만 서울대 학내에서 반대 기류가 강하다. 연합뉴스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장을 지낸 황철성 서울대 재료공학과 교수 역시 “공대 내에서는 '특정 분야를 대상으로 계약학과를 설립하는 것이 바람직하느냐'에 대한 문제제기가, 학교 전체에서는 '대학이 기업과 특정 산업분야 인재를 길러야 하는가'라는 문제제기가 많은 것으로 안다”며 “선례를 남기면 다른 대학이나 학부도 너도나도 계약학과를 설립할 것이라는 우려도 추진을 어렵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병호 교수는 “일각에서는 입학하면 무조건 해당 기업에 입사해야 해 학생들의 주도적인 결정권이 없다는 우려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는 것으로 안다”며 “하지만 이는 중간에 다른 진로를 선택할 기회가 보장되는 등 운영을 통해 극복할 수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현재 서울대는 공대 학사위원회 차원에서 이 문제를 다루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통과될 경우 5월 중 교수회의를 거쳐 본부와 교수평의회를 통과해야 한다. 이 교수는 “경제 위기와 반도체 산업의 위기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설득할 것”이라고 말했다.

 

KAIST는 사정이 조금 다르다. 구성원들 공감대는 있지만 기존 정책과 충돌하거나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은 상황이 걸림돌이다. 김보원 KAIST 기획처장은 “취지와 의도, 중요성 모두 공감하며 학내 합의도 비교적 원활히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다만 KAIST는 오랫동안 학부 과정 학생을 전공 없이 선발하고 있는데, 계약학과를 설립할 경우 이런 정책과 일부 충돌할 수밖에 없어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2019 KASIT 입학식 전경이다. KAIST는 반도체 계약학과 설립에 대해 기업의 인프라 확충을 강조했다.KAIST 제공
2019 KASIT 입학식 전경이다. KAIST는 반도체 계약학과 설립에 대해 기업의 인프라 확충을 강조했다.KAIST 제공

현실적인 이유도 크다. 김 처장은 “KAIST는 연구중심대학으로 학부생 정원이 연 700명 정도에 불과하며 전원 기숙사 생활을 한다”며 “여기에 50~100명의 계약학과가 추가될 경우, 실험실, 강의실, 기숙사 등이 이미 포화인 상황에서 큰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다만 KAIST는 이같은 문제가 해결되면 내부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한 때 다른 과학기술특성화대에도 반도체 계약학과 설립이 추진된다는 전망이 나왔지만, 정부 쪽에서 별다른 제안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관계자는 “UNIST도 반도체 계약학과를 설립하게 된다는 보도가 나와 대비를 했지만, 아직 직접적인 제안은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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