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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를 놀이터로'…아이는 놀아야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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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를 놀이터로'…아이는 놀아야 자란다

2019.05.04 08:37
경기도 파주 해솔초 운동장에 있는 놀이기구인 해솔꿈터. EUS+건축 제공
경기도 파주 해솔초 운동장에 있는 놀이기구인 해솔꿈터. EUS+건축 제공

한국의 어린이 4명 중 1명은 1주일동안 단 한번도 운동을 하지 않고 있다.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17 청소년종합실태조사’에 따르면 9~12세 어린이들은 운동이나 야외 신체활동을 일주일에 4시간 정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약 25.4%는 운동이나 야외 신체활동을 일주일 동안 단 1분도 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는 세계보건기구(WHO)가 권장하는 신체 활동 시간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WHO는 5~17세 청소년이 하루 평균 1시간 이상 신체 활동을 해야 하며, 특히 일주일에 3번은 격렬한 운동을 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2010년 발간한 ‘건강을 위한 신체활동 국제 권장 사항’에서 청소년이 하루 최소 60분 동안 신체활동을 하면 심장과 혈관 등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외부 신체활동은 근육과 뼈를 건강하게 발달시키고 우울증 발병 위험을 줄인다는 결과도 있다.

 

2017년에는 최근 성장기 어린이들에게 증가하고 있는 근시도 바깥 활동을 자주 하지 않는 탓에 발생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오하이오대 도날드 무티 교수팀은 8~9살 어린이 500명을 5년간 조사한 결과, 그중 근시인 100여 명이 야회 활동을 적게 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근시는 물체의 상이 시각세포가 있는 망막까지 도달하지 못해 멀리 있는 사물이 잘 보이지 않는 상태로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이 부족할 때도 생길 수 있다.

 

햇빛을 받으면 망막에서도 도파민이 분비돼 성장기 어린이의 안구가 지나치게 커지지 않도록 조절한다. 만약 도파민이 부족하면 안구가 커져 망막까지의 거리가 길어지고 결국 근시가 생길 수 있다. 

 

어린이과학동아 제공
어린이과학동아 제공

'일정한 규칙' 놀이가 사회 능력 발달 


여러 명이 규칙을 만들어 놀면 어린이의 뇌 발달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캐나다 뇌과학자 세르지오 펠리스 교수는 지난 30여 년간 쥐 실험을 통해 일정한 규칙을 따르는 놀이를 하면 사회 능력이 발달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어릴 때 마음껏 놀았던 쥐가 성체가 된 뒤에 새 집단에 잘 적응하고, 짝짓기나 먹이 지키기 등 사회활동을 잘 했다. 


펠리스 교수가 어릴 때 마음껏 놀았던 쥐의 뇌를 관찰한 결과 목적을 위해 감정과 행동을 조절하는 영역인 ‘내측전전두피질’이 발달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쥐가 다른 쥐들과 재미있게 놀기 위해 이기고 싶은 욕심을 참는 등 충동을 조절했다는 의미다.  

 

그는 “쥐와 마찬가지로 인간을 비롯한 포유류는 놀이에 관여하는 뇌 영역이 같다"며 "인간의 경우에도 일정한 규칙을 따르는 놀이를 하면 사회활동 관련 뇌 기능이 발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어떤 놀이를 할 것인지, 어떤 방식으로 놀 것인지 등을 친구들과 정하기 때문이다. 이런 방식은 놀이뿐 아니라 학업 목표를 달성하는 데에도 중요하다. 잘 놀아야 공부도 잘 할 수 있는 법이다.

 

미끄럼틀-시소-그네 벗어나 놀이기구 다양성 필요 

 

해솔초 학생들 30명이 함께 개발한 ′해솔꿈터′. EUS+건축사무소 제공
해솔초 학생들 30명이 함께 개발한 '해솔꿈터'. EUS+건축사무소 제공

지난해 10월 경기 파주 해솔초 운동장에는 새로운 놀이 기구가 들어섰다. ‘EUS+건축사무소’와 해솔초 학생들 30여 명이 개발한 ‘해솔꿈터’는 두 판이 비스듬히 마주선 놀이 기구 위에 기어올라가거나 매달리거나, 또는 미끄러지면서 다양한 방법으로 놀 수 있다. 

 

국내 놀이터는 대부분 미끄럼틀과 시소, 그네 등으로만 이뤄져 있다. 건축 전문가들은 놀이터의 다양성을 높여 어린이들의 창의성을 키우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EUS+건축사무소 지정우·서민우 소장은 놀이기구를 제작하기에 앞서 해솔초 학생들과 충분히 대화했다. 그리고 이 지역은 산을 깎아 개발한 곳이라 편평한 땅에 네모난 아파트와 학원 건물이 여럿 서 있는 단순한 구조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래서 언덕처럼 생긴 놀이기구를 만들겠다는 생각을 했다. 

 

지 소장은 “놀이기구와 놀이터가 공간이 만드는 풍경이 지금보다 훨씬 다양해질 필요가 있다”며 “우리가 모든 놀이 공간을 새롭게 만들 수는 없지만, 해솔꿈터를 보고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형태의 놀이 공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면 좋겠다"고 말했다. 

 

 “놀 친구가 없어요” 

 

어린이가 놀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로 ′노는  시간′ 부족′, ′같이 놀 사람 부족′을 들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어린이가 놀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로 '노는 시간' 부족', '같이 놀 사람 부족'을 들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하지만 놀이터만 바뀐다고 해서 어린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어떤 지역은 놀이공간 자체가 거의 없는 경우도 있다. 또 놀이터에 가도 또래친구가 없어 함께 놀기가 어려운 상황도 허다하다. 


어린이과학동아는 4월 1일부터 15일까지 어린이 독자 24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밖에서 놀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로 '노는 시간 부족(46.2%)'을 꼽았다. 두 번째 이유는 '같이 놀 사람 부족(37.7%)'이었다. 

 

도시계획 전문가인 최이명 두리공간연구소 연구실장은 “시간이 있어도 아이들이 쉽게 만날 곳이 없는 게 밖에서 놀기 힘든 원인"이라고 말했다.  최 연구실장이 참여한 연구팀은 지역을 놀기 좋은 환경으로 바꾸면 노는 시간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해 지난해 연구보고서 ‘동네 놀이 환경 진단도구’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서울 시내 네 지역에 살고 있는 8~10세 어린이 95명이 일주일 동안 이동한 경로와 그곳에 머문 시간을 위성항법장치(GPS)로 기록했다. 그 결과 A지역 학생들은 학원을 적게 다닌 것도 아닌데도 야외활동을 가장 오래 한 것으로 나타났다. 평일 기준 하루 평균 사교육 시간이 2시간 6분, 바깥놀이 시간은 52분이었다. 반면 B지역 학생들은 사교육 시간이 2시간 4분으로 비슷했지만, 바깥놀이 시간은 27분에 불과했다.  

 

연구팀은 A지역이 놀기에 훨씬 좋은 환경이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각 지역의 놀이 장소를 집 근처의 ‘작은 놀이터’, 지역 중심에 있어 항상 친구들이 모이는 ‘중간 놀이터’, 주로 주말에 가는 ‘큰 놀이터’ 등 세 종류로 구분했다. 놀이장소의 종류에 따라 어린이들이 할 수 있는 놀이도 다르다. 연구팀은 A지역 안에는 세 종류의 놀이장소가 모두 있기 때문에 다양한 연령대의 어린이들이 놀기 좋은 환경이라고 분석했다.


이밖에 각 놀이 장소에 놀 요소가 많고 안전한지 등을 따지는 ‘놀이장소의 질’, 각 놀이 장소가 어린이가 자주 다니는 곳에 있는지를 따지는 ‘연결성’도 어린이들이 놀기 좋은 지역의 기준이다. 연구팀은 이런 기준을 바탕으로 놀이 환경을 파악하는 진단 도구를 만들었다. 최 연구실장은 “어린이가 가기 힘든 곳에 있어 거의 사용하지 않는 놀이터도 많다”며 “새로운 놀이터를 만들 때는 이 진단도구로 현황을 파악하고 좋은 입지를 찾기를 바란다”고 기대했다. 

 

● “이것도 저것도 할 수 있어야 좋은 놀이 공간” 

 

 

지정우, 서민우 EUS+건축사무소 공동소장
지정우, 서민우 EUS+건축사무소 공동소장

'EUS+건축사무소'는 '좋은(EU) 이야기(S)를 더한다(+)'는 자세로 주택을 포함한 다양한 건축 활동을 해왔다. 건축사무소를 공동으로 이끌고 있는 서민우 소장은 홍익대 건축학과를 나온 뒤 미국 코넬대 건축대학원에서 공부했다. 지정우 소장은 고려대 건축학과를 나온 뒤 미국 코낼대 건축대학원에서 공부했다. 

 

두 사람은 오랫동안 어린이 건축교육에 참여한 경험을 바탕으로 어린이 놀이공간과 어린이 박물관 등 어린이 관련 건축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 건물을 짓는다는 전통적인 건축 개념에서 탈피해, 운동장과 교실 등 어린이 놀이공간을 어린이를 위한 '놀이풍경'을 짓는 데 힘쓰고 있다.

 

해솔꿈터를 설계할 때 어린이들을 참여시킨 이유도 "사용할 사람들의 마음을 최대한 반영해 건물을 짓기 위해서"다. 집을 지을 때 가족 구성원들을 만나 대화를 나누듯이 놀이공간을 짓기 전에도 그 공간을 실제 사용하는 어린이들을 만나, 능동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게 했다. 

 

두 사람은 건물을 지을 뿐 아니라,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건축 교육을 하기도 한다. 경기도 어린이박물관에서 아이들과 종이컵으로 이글루 같은 돔 모양의 구조물을 만드는 교육을 했다. 예를 들어 종이컵 여러 개를 클립을 끼워 연결하면 돔 구조를 형성해 기둥이 없어도 종이컵이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다. 그들은 "이후 빨래바구니를 활용해 같은 방식으로 거대한 구조물을 만들었다"며 "여기서 아이디어를 얻어 경기도 화성 소다미술관에 '구름산책'이라는 건축물을 짓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들이 생각하는 어린이들에게 좋은 놀이 공간은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고 창의적으로 놀 수 있는 장소'다. "미끄럼틀만 있으면 미끄럼만 타고, 철봉만 있으면 철봉에 매달리거나 오르기만 한다"며 "숨바꼭질 같은 놀이는 물론, 기어오르고 대화도 나누기 좋은 공간을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다양한 방법으로 놀 수 있는 해솔꿈터의 스케치. EUS+ 건축사무소는 ′모이다′ 라는 뜻으로 ′Moi Playplate′라는 이름을 붙였다.
다양한 방법으로 놀 수 있는 해솔꿈터의 스케치. EUS+ 건축사무소는 '모이다' 라는 뜻으로 'Moi Playplate'라는 이름을 붙였다.

관련기사: 어린이과학동아 2019년 9호(5.1발행) 놀아야 자란다! 어린이날 기념 놀이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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