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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돈침대 사태 1년…완전수거 사실상 실패, 폐기방식도 베일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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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돈침대 사태 1년…완전수거 사실상 실패, 폐기방식도 베일속

2019.05.07 11:24
라돈 매트리스 사태 당시 당진항 야적장에 매트리스가 쌓여 있다. 연합뉴스
'라돈 매트리스' 사태 당시 당진항 야적장에 매트리스가 쌓여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5월 3일 대진침대에서 방사성 물질인 라돈이 나온다는 방송 보도로 촉발된 ‘라돈침대 사태’가 발생한지 1년이 됐다.  방송 보도 이후 매트리스, 베개 커버, 미용 마스크, 온수매트 등 다양한 제품에서 추가로 방사성 물질이 발견되면서 생활제품의 안전성에 대한 분위기를 환기하는 계기가 됐다. 이는 올초 생활제품을 만들 때 원료물질로 방사성 물질을 쓰지 못하도록 한 ‘생활주변방사선 안전관리법’ 개정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사용된 뒤 버려진 매트리스는 수거할 길이 없고,  회수한 제품들도 폐기 규정이 미련되지 않아 사태의 완전 종료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한 실정이다.  팔려나간 제품 열 개 중 네 개는 여전히 행방이 묘연한 것으로 나타났다. 원안위는 지난해 5월 하루 2000개씩 관련 제품을 수거해 1개월내 제품수거를 완료하겠다고 밝혔지만 사실상 이행에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7일 원자력안전위원회에 따르면 지금까지 수거 명령을 내린 침대 매트리스와 베개 커버 등 제품은 총 17만 5817개에 이른다. 이 중 10만 6491개의 제품이 수거된 것으로 집계됐다.  수거율이 약 60.6% 에 머문다. 원안위는 수거율이 낮은 이유에 대해 “판매가 10년 전에 이뤄진 제품도 있고, 베게 커버 등의 제품은 몇 년 내로 버리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품을 수거 중인 업체에 따르면 제품 수거는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지난해 12월 5일 기준 수거 현황과 4월 말 기준 수거 현황을 비교해 본 결과 비교가 가능한 12월 전 행정명령이 내려진 제품의 경우 지이토마린의 ‘채르매 미용 마스크’만 수거율이 2%에서 92%로 증가했을 뿐, 나머지는 수거율이 그대로인 것으로 나타났다. 수거 명령을 받은 베개를 판매한 홈케어의 관계자는 “이미 사용한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난터라 수거해서 들어오는 제품은 사실상 없다”고 말했다.

 

원안위도 수거 현황을 구두로 보고만 받고 있을뿐 수거를 적극적으로 독려하지 않고 있다. 잘못된 집계로 오히려 수거된 제품수가 줄어든 사례도 있다. 원안위 자료에 따르면 오히려 수거 접수 건수가 준 업체도 있었다. 티앤아이와 홈케어의 경우 지난해 12월 대비 올해 4월 기준 수거 접수 건수가 각각 8940건에서 7186건으로, 390건에서 338건으로 줄었다. 채희연 원안위 생활방사선안전과장은 “신청을 했으나 수거 대상 제품이 아닌 경우 신청 건에서 제외하다 보니 줄어든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결함제품 수거 현황. 원자력안전위원회 제공
결함제품 수거 현황. 원자력안전위원회 제공

업체들에는 수거한 방사성 폐기 물품이 쌓여 있지만 원안위는 이 가운데 수량이 1만 건 이상인 업체 두 곳만 관리하고 있다. 대진침대는 2주에 한 번, 대현하이텍은 한달에 한 번 원안위 관계자가 방문해 수거 현황과 보관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다른 업체는 유선상으로만 확인하고 있다. 홈케어 관계자는 “창고에 수거물품을 쌓아놓은 상태지만 원안위가 따로 방사능 수치를 측정해주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원안위는 “수거가 끝나는대로 모든 사업장을 돌아보며 점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업체 측이 밝혔듯 수거는 대부분 끝난 상태다.

 

수거된 제품들은 비닐로 포장된 채 창고 속에서 처분을 기다리고 있다. 원안위는 매트리스처럼 부피가 큰 제품일 경우 모나자이트가 발라진 부분만 분해해 따로 보관하도록 했다. 온수매트나 베개 커버 등 부피가 작은 제품은 원형 그대로 비닐에 싸 창고에 보관하도록 했다. 수거한 제품 보관은 모두 업체 책임이다. 다만 해외에서 들여온 라텍스처럼 판매 업체가 없으면 결함 제품으로 판명날 경우에만 지자체가 임시로 보관해주고 있다.


상황이 이렇지만 업체들은 제품을 처분할 수 없는 상태다. 판매업체가 제품을 폐기할 의무는 있지만 폐기 방법에 대한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제품은 방사성폐기물이 아니라 원안위 대신 폐기물 관리를 맡는 환경부가 법령을 개정해야 한다. 환경부는 시행령과 시행규칙 등 법령을 하반기 중에 개정하기로 했다. 폐기는 법령 개정 이후에나 가능해 업체들은 제품을 그때까지 창고에 쌓아둬야 하는 실정이다.  하지만 법령 개정 이후에도 준비가 늦어지면 제품 폐기는 연말로 미뤄지거나 다시 해를 넘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현하이텍 관계자는 “원안위로부터 수거된 제품 처리가 늦으면 12월까지 미뤄질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환경부가 정해야 하는 제품 폐기 방식도 여전히 베일에 가려 있다. 환경부 폐자원관리과가 현재 폐기 방식을 마련하기 위한 검토에 들어간 상태지만 원안위는 자세한 내용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지난해 7월 원안위가 제시한 방식 중 하나가 될 가능성은 있다. 원안위는 결함 제품을 모두 일반폐기물로 소각해 매립하는 방안과 모나자이트가 사용된 부분만 전용시설에서 소각해 재를 따로 보관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두 방법 모두 안전성 평가에서 방사선량이 기준치인 연간 0.3mSv를 넘지 않는다는 분석 결과가 있었지만 폐기물 관련 법령이 미비하다는 이유로 폐기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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