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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체험하는 의료로봇]⑥ 진화하는 인공관절 수술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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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체험하는 의료로봇]⑥ 진화하는 인공관절 수술봇

2019.05.14 06:00
국희균 원장(오른쪽)의 집도해 로보닥으로 인공관절 수술을 하고 있다. 로보닥은 밀링커터를 이용해 임플란트와 꼭 맞는 모양대로 뼈를 깎을 수 있다. 뼈를 자르는 부분과 출혈을 최소화해 수술 성공률을 높이고 합병증과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 사랑플러스병원 제공
국희균 원장(오른쪽)의 집도해 로보닥으로 인공관절 수술을 하고 있다. 로보닥은 밀링커터를 이용해 임플란트와 꼭 맞는 모양대로 뼈를 깎을 수 있다. 뼈를 자르는 부분과 출혈을 최소화해 수술 성공률을 높이고 합병증과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 사랑플러스병원 제공

'위잉위잉' 돌아가는 밀링커터(회전식 절삭공구)가 달린 로봇팔이 왔다갔다 움직이며 공들여 깎기를 수십 분. 하얗게 드러난 위아래 무릎뼈가 '요(凹)'자처럼 오목하게 파였다. 그 자리에 고무찰흙처럼 부드러운 골시멘트를 바른 임플란트를 끼웠다. 마치 장난감 블록을 끼운 것처럼 빈틈없이 딱 들어맞았다. 사람이 직접 깎았을 때보다 더 깎은 곳도, 덜 깎은 곳도 없이 임플란트 모양에 맞춘 덕분이다.

 

이달 2일 서울 강동구 사랑플러스병원에서는 국희균 원장의 집도로 75세 퇴행성관절염 환자에 대한 인공관절 수술이 진행됐다. 닳아 없어진 무릎 연골 대신에 뼈와 뼈 사이의 움직임을 매끄럽게 하고, 몸무게를 지탱하고 충격을 완화하는 임플란트를 삽입하는 수술이다. 이날 수술실에서 뼈를 깎은 것은 국 원장이 아닌, 인공관절 수술로봇인 ‘로보닥’이다.


올소닥이 수술 계획-시뮬레이션, 로보닥이 실제 뼈 절삭

 

무릎관절은 무릎 위의 허벅지뼈(대퇴골)와 무릎 아래의 종아리뼈(경골)이 맞닿아 있고 주변에 근육과 힘줄, 인대가 붙어 있어 다리를 구부리거나 펼 수 있다. 두 뼈 사이에는 두께가 약 3mm인 연골이 들어 있어 뼈가 움직일 때 마찰을 줄이고 몸무게를 지지할 때 충격을 완화시킨다. 반대로 말하면, 이 연골이 없으면 관절을 움직일 때마다 뼈끼리 마찰이 일어나 닳거나, 상체의 무게를 고스란히 충격으로 받는다. 이때 염증이 발생하면서 말로 형용하기 어려운 고통이 느껴진다.

 

한번 닳아 없어진 연골은 다시 원래 모습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이 때문에 퇴행성 관절염이나 다쳐서 연골이 닳아 없어진 환자는 인공관절 수술을 받는다. 대퇴골 아랫부분과 경골 윗부분을 깎아 뼈 말단 모양 임플란트를 끼운 뒤, 두 임플란트 사이에 인서트를 끼운다. 뼈 역할을 하는 임플란트는 인체에 해가 없으면서도 가볍고 단단한 코발트크롬이나 티타늄으로, 연골 역할을 하는 인서트는 탄성이 좋은 폴리에틸렌으로 만든다.

 

로보닥이 정밀한 수술을 하는 데는 수술 계획을 세우고 가상 수술을 하는 프로그램인 ‘올소닥’의 공이 크다. 이전에는 의사가 환자의 뼈를 엑스선 촬영 또는 컴퓨터단층촬영(CT)한 영상을 보면서 직접 의료용 톱으로 뼈를 깎는다. 하지만 올소닥은 CT 영상 데이터에서 뼈 부분만 발췌해 자체적으로 3차원 입체영상을 만들고 환자의 뼈 크기에 맞는 인공관절을 고른 다음, 뼈를 어느 방향에서 어느 깊이 만큼 어떻게 깎을 것인지 계획한다. 그리고 가상 수술을 하면서 수술계획을 검토하고 수술 후 환자의 상태도 예측한다.

 

올소닥은 CT 영상에서 뼈 부분만 발췌해 자체적으로 3차원 이미지로 만든다. 이 이미지를 토대로 수술 전 환자의 뼈 상태를 확인하고 어떻게 수술할지 계획을 세울 수 있다. 큐렉소 제공
올소닥은 CT 영상에서 뼈 부분만 발췌해 자체적으로 3차원 이미지로 만든다. 이 이미지를 토대로 수술 전 환자의 뼈 상태를 확인하고 어떻게 수술할지 계획을 세울 수 있다. 큐렉소 제공

이후 실제로 수술실에서 마취시킨 환자의 다리를 고정시키고 피부와 근육을 절개해 뼈가 드러나게 한 다음, 올소닥이 계획한 대로 로보닥이 뼈를 깎기 시작한다. 로봇팔 끝에는 빠르게 회전하는 밀링커터가 달려있어 mm단위로 세밀하게 깎을 수 있다. 뼈를 깎는 부위를 최소로 줄이고 다리 전체에 가하는 힘이 적어져 골절 같은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도 줄어든다. 이때 마찰열이 발생하기 때문에 로봇은 수술하는 동안 절삭 부위에 찬물을 계속 뿌렸다. 

 

사람이 깎을 때와 마찬가지로 로보닥은 임플란트를 씌울 대퇴골 아랫부분과 경골 윗부분을 깎는다. 임플란트의 뒷면이 블록처럼 생겼기 때문에 이와 맞물리는 모양대로 뼈를 깎는다. 로보닥이 깎는 동안 집도의는 로봇과 연결된 컴퓨터(RCC)의 모니터를 통해 깎을 부분과 깎은 부분, 깎고 있는 부분을 각기 다른 색깔로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열심히 뼈를 깎던 로보닥이 갑자기 밀링을 멈췄다. 그리고 모니터도 깜깜해졌다. 국 원장은 "로보닥에 달린 센서가 뼈의 움직임이나 커터에 전해지는 힘을 실시간으로 체크한다"며 “사람마다 뼈의 강도가 다르기 때문에 깎는 힘이 달라지면 로봇이 뼈 이외의 힘줄이나 인대 부위로 인지해 커팅을 멈춘다. 이렇게 수술 과정에서 일어나는 사고를 예방하도록 안전성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로보닥이 뼈를 공들여 깎기 시작한 지 20여 분만에 밀링이 끝났다. 임플란트에 골시멘트를 바른 다음, 절삭한 뼈 부분에 맞췄다. 로봇이 미리 계획한 대로 깎은 덕분에 빈틈이나 남는 부분 하나 없이 꼭 들어맞았다. 

 

현재 대부분 병원에서는 인공관절을 삽입하기 위해 의사가 직접 뼈를 깎는다. 국희균 사랑플러스병원장은 "임플란트가 꼭 들어맞도록 뼈를 깎으려면 십수 년 이상의 경험이 필요하다"며 "의사마다 눈썰미가 다르므로 누가 수술을 집도하느냐에 따라 성공 여부가 미세하게 달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인공관절 수술로봇을 이용하면 임플란트가 꼭 들어맞아 합병증이나 부작용을 줄일 뿐 아니라 인공관절 수명도 길어져 재수술률도 낮아진다“며 ”수술 동안 출혈도 3분의 1로 줄어 특히 고령 환자가 수술 후 회복하는 데에도 훨씬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국내 기술로 개발한 2세대 인공관절 수술로봇

 

로보닥은 국내 의료로봇 제조업체인 큐렉소가 개발했다. 2006년 미국 인공관절 수술로봇 제조업체(ISS)를 인수해 수술로봇과 관련된 핵심 특허와 기술을 확보했다. 2011년에는 한국야쿠르트가 대규모 투자해 큐렉소의 최대주주가 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아 현재 상용화했다. 국내에서는 사랑플러스병원과 동작경희병원, 부산 센텀병원 등 17개 병원에서 로보닥을 사용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현재 2세대 인공관절 수술로봇인 ‘티솔루션원’을 개발했다. 이 로봇은 로보닥보다 더욱 빠르고 정확하게 뼈를 절삭할 수 있다. 로보닥과 마찬가지로 3차원 이미지를 통해 수술 계획을 세우고 가상 수술을 한 다음, 계획한 대로 뼈를 깎는다. 로보닥과 달리 고관절 비구(다리를 회전할 수 있도록 골반뼈에 끼워 있는 공모양 뼈) 같은 복잡한 구조도 절삭이 가능하다. 현재 티솔루션원은 고관절 수술용으로 FDA 승인을 받았으며, 무릎관절 수술용으로도 승인을 받기 위해 임상시험 중이다. 

 

국내에서는 큐렉소 전문가들이  자체 기술로 인공관절 수술로봇(큐비스 조인트)을 개발하고 있다. 로보닥과 티솔루션원은 로봇팔의 관절이 5개이지만 큐비스 조인트는 사람의 팔과 마찬가지로 6개다. 그만큼 팔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어 로봇이 수술하는 영역도 넓고 효율도 커진다. 또 로봇 디자인 자체가 단순하기 때문에 수술실 내에서 차지하는 공간도 비교적 작다.

 

로보닥의 경우 수술이 시작되면 미리 계획한 것을 변경할 수 없지만, 큐비스 조인트는 수술 동안 상황에 따라 계획을 바꿀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수술 하는 동안 다리의 밸런스 등을 보고 뼈를 깎는 순서나 모양을 바꿀 수 있는 셈이다. 관계자에 따르면 "올해 말까지 개발을 완료할 계획"이라며 "큐비스 조인트가 로보닥, 티솔루션원과 기술적으로 동일하다는 사실이 입증되면 임상시험 없이도 내년 상반기 쯤 출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보다 훨씬 정밀하고 우수한 기능을 탑재한 차세대 인공관절 수술로봇도 기대된다. 현재 로봇으로는 수술이 어려운 부위가 많기 때문이다. 국 원장은 “로보닥과 티솔루션원이 수술할 수 있는 부위는 무릎관절이나 고관절처럼 뼈가 크고, 힘줄이나 인대 등이 복잡하지 않고 단순한 곳”이라며 “추후 기술이 발달하면 손목이나 어깨처럼 뼈가 비교적 작고 복잡한 구조도 수술할 수 있는 로봇이 탄생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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