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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호 맞은 과학과 기술] 광고로 본 '그 때 그 시절’ 한국 산업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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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호 맞은 과학과 기술] 광고로 본 '그 때 그 시절’ 한국 산업기술

2019.05.09 15:05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과총)가 발간하는 월간 과학기술잡지 ‘과학과 기술’이 이번 달 통권 600호를 발행했다. 1968년 계간지로 창간해 1972년부터 매월 발행하는 월간지로 바뀌어 발행한지 50년 만이다. 잡지는 당시의 첨단 유행과 관심사를 담고 있다. 기사와 표지 외에 여백에 실린 광고 역시 당시의 산업과 기술 분야를 엿보게 해 준다. 잡지에 실린 광고에는 지난 50년간 한국의 과학기술 및 산업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 1960년대~1980년대 초 - 토목, 화학, 설탕, 제약...의식주 기업이 첨단 산업

′과학과 기술′ 1968년 1월 15일 창간호 광고(왼쪽)와 1981년 1월호 광고. 과학과 기술 캡쳐
'과학과 기술' 1968년 1월 15일 창간호 광고(왼쪽)와 1981년 1월호 광고. 과학과 기술 캡쳐

1968년 1월 15일 발행된 창간호는 많은 기업이 축하의 마음을 담아 광고를 게재했다. 삼부토건과 한국종합기술개발공사가 한 면씩 전면광고를 냈다. 토목 및 도시계획을 하는 건설기업으로, 건설 및 토목공학이 당시 중요했음을 짐작하게 해준다. 석유화학 기업인 한일나이론공업주식회사도 창간 축하와 함께 기업 광고를 올렸다. 당시 ‘과학과 기술’은 과학기술자를 위한 전문지였으므로 이들을 대상으로 광고 효과를 노렸던 것으로 추정된다. 소비재 기업 가운데에서는 지금도 친숙한 제일제당의 ‘백설표 각설탕’과 ‘노루표 페인트’가 광고를 게재했다(위 왼쪽). 각설탕 기업은 50년이 지난 지금은 세계적인 문화, 콘텐츠 기업으로 변모했고, 건설기업과 페인트 기업은 여전히 제 자리를 지키고 있다.


1981년 1월호 뒷표지에는 동아제약 광고가 실렸다(위 오른쪽). “가장 필요할 때 가장 잘 듣는 약”이라는 제목으로, 당시 이미 47년 된 기업이며 국내에서 가장 큰 제약회사로 성장했다고 강조하고 있다. 동아제약은 이후 간간히 ‘과학과 기술’에 광고를 게재했다. 기업 이미지 광고일 때도 있고, 회사의 효자 상품인 ‘박카스’를 광고하기도 했다.

 

첨단이라는 말을 강조하고 있는 ′과학과 기술′ 1986년 1월호와 1989년 1월호. 왼쪽은 삼성반도체통신, 오른쪽은 대한항공이다. 대한항공이 광고하고 있는 것은 승무원 훈련용 시뮬레이터다. 왼쪽 삼성반도체통신 광고와 나란히, 현재도 삼성과 함께 국내 전자 기업 2강을 형성 중인 LG 전자(당시 럭키금성)의 광고가 있었으나, 지면이 바래어 소개하지 못했다. 과학과 기술 캡쳐
첨단이라는 말을 강조하고 있는 '과학과 기술' 1986년 1월호와 1989년 1월호. 왼쪽은 삼성반도체통신, 오른쪽은 대한항공이다. 대한항공이 광고하고 있는 것은 승무원 훈련용 시뮬레이터다. 왼쪽 삼성반도체통신 광고와 나란히, 현재도 삼성과 함께 국내 전자 기업 2강을 형성 중인 LG 전자(당시 럭키금성)의 광고가 있었으나, 지면이 바래어 소개하지 못했다. 과학과 기술 캡쳐

● 1980년대 - 유행어는 ‘첨단’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을 앞둔 1986년은 산업과 기술에 대한 국민의 기대도 높던 시절이다. 1월호에는 지금까지도 한국을 대표하는 전자기업 둘이 나란히 광고를 올렸다. ‘기술력이 바로 국력입니다’를 카피로 내세운 ‘럭키금성(지금의 LG)’과, ‘첨단기술의 상징’을 내세운 ‘삼성반도체통신(위 왼쪽)’이다. 이 가운데 통신과 반도체를 다루던 삼성반도체통신은 1988년 지금의 삼성전자로 통합돼 지금에 이르고 있다. 당시는 아직 국내 반도체 분야 기술력이 선진국과 큰 차이를 보이던 때로, 당시 광고도 반도체가 아니라 올림픽 구내 통신망에 쓰일 전자식 교환기와 팩시밀리, 전화 등 장비를 광고하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를 가장 유명하게 한 두 가지 분야인 휴대전화와 반도체는 당시부터 공격적인 광고 대상이었다.

 

1989년 1월호에도 ‘첨단’이 붙은 광고가 등장한다. 대한항공이 승무원 훈련 장비인 시뮬레이터를 광고하고 있다(위 오른쪽). “땅 위에서 비행하는 최첨단 항공기-시뮬레이터. 하늘에서 일어나는 실제 비행상황을 지상에서 그대로 반복 실습할 수 있는 최신의 훈련장비입니다”라는 설명과 함께, 안전을 위해 지상 훈련도 마다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리고 있다. 조종사 용 장비인 시뮬레이터 자체에 관심을 가질 독자가 많지 않겠지만, 첨단 제품을 도입했다는 사실을 알리려는 기업 이미지 광고로 보인다.

 

1994년 1월호에 게재된 난해한 광고(왼쪽). 고주파변환정류기 한 단어뿐이고 나머지는 영어로 된 사양이다. 일반 독자보다는 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광고인 듯 하다. 오른쪽은 대우전자의 VTR 광고. ′탱크기술′, ′다이아몬드헤드, ′VTR′ 한 때 유행했지만 지금은 듣기 어려운 단어들이다. 과학과 기술 캡쳐
1994년 1월호에 게재된 난해한 광고(왼쪽). 고주파변환정류기 한 단어뿐이고 나머지는 영어로 된 사양이다. 일반 독자보다는 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광고인 듯 하다. 오른쪽은 대우전자의 VTR 광고. '탱크기술', '다이아몬드헤드, 'VTR' 한 때 유행했지만 지금은 듣기 어려운 단어들이다. 과학과 기술 캡쳐

● 1990년대 - 전기 전자 분야의 약진

 

한국이 전기, 전자 분야에서 한창 약진하던 1994년은 서울대 공대에 전기공학과, 전자공학과, 제어계측공학과가 각기 존재하던 마지막 해다. 이들은 1995년 전기공학부로 통합됐다. 1992년 64M D램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며 D램 분야 1위에 오른 삼성전자는 1994년 9월에는 최초로 256M D램을 독자 개발하며 메모리 반도체 분야 재패에 나섰다.

 

이런 분위기를 감지한 듯 1994년 1월호에는 전문적인 전기 장비가 광고를 게재했다(위 왼쪽). 한글로 된 단어는 ‘고주파변환정류기’라는 단어 하나뿐이고, 나머지 문구는 모두 영어로 장비의 사양을 기술하고 있다. 전문가를 위한 광고다.  이런 광고는 가끔 고개를 내밀어서, 같은 해 9월호에도 일본 기업 시마즈가 액체 성분 분석을 위한 크로마토그래피 광고를 올렸다.

 

9월호에서는 대우전자가 세계 최초 ‘다이아몬드 헤드드럼’ 비디오 테이프 레코더(VTR) 광고를 게재했다. 비디오 테이프는 테이프라는 길고 얇은 플라스틱에 자기 기록을 통해 영상과 음성을 저장하고 재생하는 아날로그 정보 기술이다. 광고에 ‘탱크 기술’이라는, 당시 유행하던 말도 보인다. 비디오에 웬 탱크인지, 그게 왜 유행했는지 감이 잘 오지 않을 수 있다. 튼튼하다는 뜻이다. 전자제품이 기계이기도 하던 시절이므로 튼튼한 게 중요했다.

 

● 2000년대 이후 - 정부출연연구기관 아니면 지역 광고

 

과학과 기술 3월호에 게재된 국가핵융합연구소의 광고는 KSTAR의 성공을 축하하고 있다(왼쪽). 오른쪽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의 10년 전 광고. 2009년 11월호에 실렸다. 지금은 기초과학연구원 단장이 된 신희섭 당시 신경과학센터장이 대표 과학자로 등장했다. 과학과 기술 캡쳐
과학과 기술 3월호에 게재된 국가핵융합연구소의 광고는 KSTAR의 성공을 축하하고 있다(왼쪽). 오른쪽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의 10년 전 광고. 2009년 11월호에 실렸다. 지금은 기초과학연구원 단장이 된 신희섭 당시 신경과학센터장이 대표 과학자로 등장했다. 과학과 기술 캡쳐

시간을 훌쩍 건너 뛰어, 10년 전인 2009년에는 정부출연연구기관의 광고가 눈에 띈다. 각종 컨벤션센터 등 지역 광고도 자주 보인다. 하지만 기업은 잘 눈에 띄지 않는다. 기업은 더이상 과학기술 잡지에 광고를 실을 아량이 없어진 것이 아닐지 추측하게 된다.

 

이 해에 4월호부터 11월호까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신희섭 기초과학연구원(IBS) 단장(당시 KIST 신경과학센터장)을 모델로 한 광고를 내보냈다. ‘뇌 분야 세계 최고 권위자, 국가과학자 1호 신희섭 KIST 신경과학센터장’이라는 설명과 함께였다. KIST는 신경과학센터를 만들며 무엇보다 최고의 연구자를 확보하는 일에 사활을 걸었다. 신 박사가 센터장을 맡은 이후 여러 인재가 모여들며 KIST 신경과학센터장은 빠른 시간에 신경과학분야 대표 연구소로 성장했다.

 

3월호 광고에는 국가핵융합연구소가 ‘KSTAR 최초 플라스마 발생 성공’을 알렸고, 12월호에는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가 국내 과학기술 분야 유일의 인용색인서비스 시작 소식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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