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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은 왜 이럴까?] 자신을 속이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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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은 왜 이럴까?] 자신을 속이는 사람들

2019.05.12 06:00
거짓말과 진실 중, 거짓을 받아들이는 사람이 있다. 리플리 증후군이다. 픽사베이
거짓말과 진실 중, 거짓을 받아들이는 사람이 있다. 리플리 증후군이다. 픽사베이

자신을 속이는 것은 인간 보편의 본성입니다. 우리는 모두 ‘진짜’ 자신보다 더 좋은 자신을 상상하고, 그렇게 믿고 싶습니다. 실제 자신보다 더 나은 자신이 되고 싶고, 그렇게 보이고 싶은 바람이죠. 하지만 한계는 있습니다. 어느 선을 넘으면 거짓말쟁이가 됩니다. 자신의 신분을 속이고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은 사람들, 리플리 증후군을 앓는 사람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리플리 증후군

리플리 증후군은 공식적인 진단명은 아닙니다. 일반적으로 자신이 처한 현실을 받아들이지 않고, 상상 속에서 지어낸 허구를 진실로 인식하고, 그에 따라서 행동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단순한 거짓말과는 다릅니다. 거짓말은 자신이 진실이 아닌 것을 명백하고 알고 있으면서, 허구의 사실을 전달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내적으로는 자신이 잘못된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즉 다른 사람이 거짓말을 알아채면 곤경에 처하리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대개 현실적인 이득이 개입됩니다.

망상과도 다릅니다. 망상은 완전하게 잘못된 환상에 빠져 현실을 검증하지 못하는 상태입니다. 그런데 망상은 주로 무의식적인 욕망이나 갈등과 관련되어 나타나기 때문에, 현실적인 이득 추구가 대개 관여하지 않습니다.

 

리플리 증후군은 거짓말과 과대망상의 중간에 위치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즉 세상과 자신에 대한 두 가지의 상반된 신념을 동시에 받아들입니다. 자신이 현실을 농락하고 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알고 있습니다. 의식 수준에서 다루지 못하면(망상처럼), 정교한 기만을 수행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자신이 거짓을 저지른다는 사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합니다. 무의식으로 감추어야 죄책감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리플리 증후군의 원인

리플리 증후군은 널리 인정받는 독립된 장애가 아닙니다. 또한, 정신의학적 원인에 대해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다만 과대 망상의 원인에 대해서는 크게 두 가지가 알려져 있습니다.

 

먼저 방어로서의 망상입니다. 낮은 자기애와 우울감을 극복하기 위한 내적인 방어 기전으로서, 과대하게 부풀려진 자신을 만드는 것입니다. 정서에 따른 망상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기분 장애로 인해서 자아가 고양되어 과대한 자신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사회정신의학적으로 리플리 증후군은 겉으로 보이는 성취, 부, 명성 등에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사회에서 실제보다 부풀려진 자신을 과시하기 위한 목적 지향적 행동의 극단적인 형태로 보기도 합니다. 성과를 중요시하는 문명사회의 부산물이라는 것입니다. 진화적으로는 기만적 행동으로 인한 손해에 비해서, 과시적 허언의 이득이 클 경우에 진화적 안정 전략으로 허언증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단기간의 성과와 사회적 관심이 중요하게 작용하는 환경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바로 우리가 살아가는 현대 사회의 특징입니다.

 

나을 수 있는가? 

 

리플리 증후군은 일반적으로 자신이 처한 현실을 받아들이지 않고, 상상 속에서 지어낸 허구를 진실로 인식하고, 그에 따라서 행동하는 것이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리플리 증후군은 잘 낫지 않습니다. 본인 스스로 치료를 원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치료보다는 처벌을 받는 경우가 많죠. 안타까운 일입니다.

 

만약 병원에 오게 되면 일반적인 망상 장애의 치료에 준하여 진행합니다. 간혹 대뇌의 기질적 장애로 인해 망상이 생기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신경학적 이상을 감별합니다. 사고 내용과 정서 상태를 평가하고, 과거의 삶과 현재의 스트레스에 대한 정보를 통해 증상의 원인을 찾고, 이에 대한 정신의학적 접근을 시행합니다. 정동 장애에 의한 일시적인 과대망상은 비교적 효과적으로 치료될 수 있습니다.

 

사고 장애에 의한 망상은 치료가 쉽지 않지만, 약물치료로 상당한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깊은 층위의 심리적 콤플렉스나 정신적 외상에 의한 망상은 더욱 심층적이고 장기적인 정신치료로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부와 명성을 중요시하는 사회의 분위기를 누그러뜨리면 좋겠습니다. 사람이 가진 진정한 가치보다는 겉으로 드러나는 신분과 자격, 인기가 중요하게 작동하는 사회라면 리플리 증후군은 점점 더 기승을 부릴지도 모릅니다. 어떤 면에서 자신을 속이지 않는 사람은 바보로 취급될지도 모르죠. 하지만 세상의 추앙과 부러움은 삶의 목적이 될 수 없습니다. 인기는 봄날의 꽃처럼 사라지고, 명성은 깨어지기 쉬운 유리 화병입니다.

 

진실은 항상 기대하는 것보다는 더 못생기고, 더 부족하고, 더 보잘것없습니다. 그러나 보여주고 싶지 않은 진실이 가진 가장 큰 가치는 바로 그것이 ‘진실’이라는 것입니다. 장기적으로 진실은 가장 현명한 방책입니다. 리플리 증후군은 안정적인 책략이 될 수 없습니다. 모든 거짓은 결국 밝혀집니다. 만족스럽지 않지만, 진정한 자신을 받아들이고, 못난 자신을 받아들이는 사람이야말로 진정으로 가치있는 사람입니다.

 

 

※필자소개 

박한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신경인류학자. 서울대 인류학과에서 진화와 인간 사회에 대해 강의하며, 정신의 진화과정을 연구하고 있다. 《행복의 역습》, 《여성의 진화》, 《진화와 인간행동》를 옮겼고, 《재난과 정신건강》, 《정신과 사용설명서》, 《내가 우울한 건 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때문이야》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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