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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자의 생생임신체험記] 찌릿찌릿 가슴 통증으로 임신 사실을 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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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자의 생생임신체험記] 찌릿찌릿 가슴 통증으로 임신 사실을 알다

2019.05.11 07:00
임신 전 평균 450g 정도이던 젓가슴은 임신 후 두 배인 900g이상으로 늘어나기도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임신 전 평균 450g 정도이던 젓가슴은 임신 후 두 배인 900g이상으로 늘어나기도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인생 첫 임신을 화학적 유산으로 종결한 뒤 두 번째, 그러니까 내게 첫 아이를 안겨준 ‘진짜(임상적)’ 임신은 유방 통증으로 알았다. 생리 예정일 즈음 어느 날 아침 잠에서 깨어났는데 유방이 묵직한 느낌이 들었다. 손가락으로 쿡쿡 눌러보니 마치 사춘기 때 처음 유방이 커지느라 아팠던 것처럼 찌릿찌릿한 통증이 느껴졌다.

 

임신을 처음 시도했을 때부터 여성 커뮤니티를 통해 임신 초기 증상에 대해 알고 있었다. 감기 몸살처럼 몸이 으슬으슬 떨리거나 소위 ‘Y존’이라고 부르는 허벅지와 몸통 사이 다리가 접히는 부위가 쿡쿡 쑤시면 임신이라고 했다. 그 목록에 유방 통증이 있었다. 보통 임신 4~6주에 시작돼 임신 제1삼분기(12주) 동안 지속된다고 했다.

 

바로 임신 테스트를 해봤다. 결과는 예상대로 양성이었다. 다음 날도, 또 그 다음 날도 출근 전에 임신 테스트를 했다. 시험선의 색깔이 점점 진해졌다. 좋은 징조였다. 소변 속 임신 호르몬의 농도가 점점 진해지고 있다는 뜻이었으니까. 한 번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참을성 있게 2주를 기다렸다가 병원을 찾았다. 자궁 속에는 강낭콩처럼 생긴 아기집이 예쁘게 자리잡고 있었다.

 

임신 말기 유방 무게는 배까지 증가한다

 

그 뒤로 내 유방은 예상치 못한 변화를 보이기 시작했다. 예민해질 대로 예민해진 유두는 옷이 스치기만 해도 찌릿찌릿 아팠다. A컵 가슴은 하루가 다르게 커져 나중엔 B컵 브래지어도 갑갑하게 느껴졌다.

 

이 모든 변화를 일으키는 범인은 호르몬이다. 가슴에는 지방과 혈관, 신경 외에도 모유 생성을 담당하는 ‘유선’이 있다. 각 유선에는 약 20개의 ‘엽’이 있고, 각 엽은 다시 여러 개의 ‘소엽’으로 구성돼 있다. 그리고 소엽 안에 ‘유포’가 포도송이처럼 모여 있다. 훗날 이곳에서 모유가 합성된 뒤 유관을 따라 젖꼭지로 배출된다. 임신 중 급증하는 프로게스테론, 에스트로겐 호르몬의 영향으로 유포의 개수와 크기가 늘어나고 유관이 발달한다.

 

수유 중인 유방의 초음파 영상을 재구성한 그림. 보라색이 유선 조직이고 노란색은 지방 조직이다. 나무 뿌리처럼 얽힌 검은색 관은 모유가 이동하는 유관이다.  D. T. Ramsay 제공
수유 중인 유방의 초음파 영상을 재구성한 그림. 보라색이 유선 조직이고 노란색은 지방 조직이다. 나무 뿌리처럼 얽힌 검은색 관은 모유가 이동하는 유관이다. D. T. Ramsay 제공

초음파로 수유 중인 유방의 내부를 관찰한 연구에 따르면 젖꼭지 근처에 있는 주요 유관의 개수는 왼쪽 가슴과 오른쪽 가슴이 각각 평균 9.6개, 9.2개였다. 또, 주요 유관의 평균 지름은 왼쪽과 오른쪽이 각각 1.9㎜, 2.1㎜였다.

 

이는 임신 전에 비해 얼마나 늘어난 걸까.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산모 8명을 대상으로 유방의 부피 변화를 추정한 연구에 따르면 임신 전부터 수유 첫 한 달까지 각 유방은 평균 190.3㎖ 늘었다고 한다. 유방 안에 200㎖우유팩을 거의 채울 만한 양의 조직이 들어차는데 아프지 않을 리가 없었다. 임신 초기 유선 조직이 늘어나면서 이곳 저곳 신경을 건드릴 터였다.

 

또, 임신 전 젖가슴의 평균 무게는 450g이 약간 넘지만 임신 말기엔 두 배로 늘어날 수도 있다고 한다. 약 900g, 1ℓ짜리 우유 한 팩에 달하는 무게다. 어쩐지 가슴이 답답하고 목과 어깨도 아프더라니.

 

● 인간 여성의 유방은 자연선택으로 진화했다?

 

임신을 하면 유방이 커진다는 걸 들어서 알고는 있었지만, 이렇게 시커멓게도 변하는지는 몰랐다. 유두가 점점 커지면서 검게 변한다. 유두 주변의 둥근 모양인 유륜도 색깔이 진해진다.

 

임신 출산 정보를 제공하는 한 웹사이트에서는 이런 변화가 아직 시력이 완전히 발달하지 않은 신생아가 젖꼭지를 잘 발견하고 물 수 있게 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왠지 그럴듯한 설명이지만, 진화는 목적을 가지고 일어나는 게 아니다. 그보다는 그저 우연한 결과인 것 같다. 머리카락, 눈동자, 검은 피부 등 우리 몸에서 어두운 색을 담당하는 멜라닌 색소는 피부 밑 멜라닌 세포에서 만들어지는데, 이 세포를 자극하는 호르몬이 임신 중에 많이 나온다. 프로게스테론, 에스트로겐 호르몬도 멜라닌 세포를 자극한다.

 

아기에게 수유하는 기능만 생각하면 달걀 절반을 채울 정도의 젖샘이면 충분하고 굳이 커다란 유방은 없어도 된다. 도대체 유방은 왜 일찌감치 커져서 정작 유방의 기능(모유수유)이 진짜로 필요할 땐 그보다 두 배나 커져 여자들을 힘들게 하는 걸까?

 

다른 동물과 달리 인간의 유방만 항상 봉긋하게 유지되도록 진화한 게 성선택, 즉 유방이 남성이 배우자를 선택하는 기준이었다는 이론이 널리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이 이론은 더 이상 주류가 아니다.
 

미국 럿거스대의 인류학자 프랜시스 마시아-리즈는 여성의 유방이 자연선택으로 진화했다고 주장한다. 두꺼운 털이 없는 인류는 진화 초기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지방을 많이 저장해야 살아남을 수 있었는데, 지방은 에스트로겐 호르몬을 만들고 결과적으로 에스트로겐에 민감한 젖샘 조직이 모여 있는 유방이 부풀게 됐다는 것이다.

 

내가 아기를 굶기고 있는 아닐까…’

 

아이를 낳고 산후 조리원에 있으면서 유방 통증 때문에 고생하는 산모를 많이 봤다. 유선 조직에 염증이 생기면 몸살에 걸린 것처럼 열이 난다. 항생제를 투여 받는 경우도 많다. 막힌 유선은 어쨌든 뚫어야 하는데, 바늘로 찌르는 듯한 고통을 참고 마사지를 받거나 아이에게 그냥 젖을 물리는 게 대책이라고 한다.

아기가 생후 한달 됐을 때 모유수유 기록. 새벽 3시부터 밤 11시까지 이어지는 살인적인 스케줄이다. R은 오른쪽 유방, L은 왼쪽 유방의 모유를 아기가 먹었다는 표시다. 아기가 모유를 충분히 먹었는지는 기저귀 개수로 가늠할 수 있어서 기저귀를 갈아준 것도 기록했다. 우아영 기자 제공
아기가 생후 한달 됐을 때 모유수유 기록. 새벽 3시부터 밤 11시까지 이어지는 살인적인 스케줄이다. R은 오른쪽 유방, L은 왼쪽 유방의 모유를 아기가 먹었다는 표시다. 아기가 모유를 충분히 먹었는지는 기저귀 개수로 가늠할 수 있어서 기저귀를 갈아준 것도 기록했다. 우아영 기자 제공

나는 운이 좋게도 젖몸살을 알아본 적이 없다. 그렇다고 모유수유가 수월했던 건 아니다. 밤이고 낮이고 2시간마다 아기를 먹이는 일에 따르는 버거움은 모유수유나 분유수유나 매한가지지만, 모유수유만의 어려움이 또 있었다. 아기가 얼마나 먹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이었다. 분유수유는 아기가 먹는 양을 밀리리터(㎖)로 잴 수 있지만, 모유수유는 아기가 어느 쪽 유방을 몇 분 동안 빨았는지 기록하는 게 다였다.

 

사정이 이러니 온갖 괴로움에 직면한다. 아기가 하루에 얼마나 먹고 있는 건지, 이렇게 작고 연약한 아기를 내가 굶기고 있는 건 아닌지, 상담사는 분명 30분은 먹여야 한다고 했는데 왜 아기는 가슴 한쪽을 채 다 비우지 못하고 10분 만에 잠이 드는 건지, 그 사이 가슴은 왜 이토록 불어나고 아픈 건지, 스치기만 했는데 젖은 왜 줄줄 새는 건지 (혹은 좋다는 건 다 먹었는데 모유는 왜 안 나오는 건지) 등. 그래서 산후 조리원 대부분이 유방 마사지를 서비스로 제공하고 모유수유 상담도 해준다. 모유수유가 그만큼 쉽지 않다는 뜻이다.

 

산후 6개월쯤 되자 흥미롭게도 수유를 계속하는데도 유방 크기가 임신 전으로 돌아갔다. 연구2에 따르면 수유 15개월 뒤 유방이 임신 전 크기로 돌아갔음에도 24시간 모유 생산량이 208g으로 상당했다고 한다. 수유 초기 모유 생산량 453.6g과 비교해 절반이 좀 안 되는 양이었다. 연구팀은 유방 조직이 재분배되면서 유방의 효율성(단위 유방 조직 당 모유 생산량)이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인체의 신비가 놀라운 한편, 이래서 임신과 출산을 겪은 이의 유방은 임신 이전으론 결코 돌아갈 수 없는 거라는 씁쓸한 생각이 든다.

 

유방이라는 장기 하나만 해도 임신과 출산으로 인해 이토록 많은 변화를 겪는다. 그래서일까. 앞뒤 맥락 없이 모유수유를 강요하는 사람을 만나면 마음이 삐거덕삐거덕 비뚤어지곤 한다.

 

참고자료

-D. T. Ramsay et al. (2005). Anatomy of the lactating human breast redefined with ultrasound imaging. J Anat 206(6), pp. 525-534 https://www.ncbi.nlm.nih.gov/pmc/articles/PMC1571528/

- Jacqueline C. Kent et al. (1999). Breast volume and milk production during extended lactation in women. Exp Physiol 84(2), pp. 435-447 https://www.ncbi.nlm.nih.gov/pubmed/10226183

-《(내 딸과 딸의 딸들을 위한)가슴이야기》 플로렌스 윌리엄스 지음, 강석기 옮김, MID

-Frances E. Mascia-Lees et al. (1986). Evolutionary Perspectives on Permanent Breast Enlargement in Human Females. Am Anthropol 88(2), pp. 423-428 https://anthrosource.onlinelibrary.wiley.com/doi/pdf/10.1525/aa.1986.88.2.02a000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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