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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의 사회심리학] 감사 표현 어색해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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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5월 11일 06:00 프린트하기

감사의 중요성을 과소평가하는 사람들이 많다. 게티이미지뱅크
감사의 중요성을 과소평가하는 사람들이 많다. 게티이미지뱅크

어버이 날을 맞아 남편에게 부모님께 감사의 편지 같은 걸 써보면 어떠냐고 얘기해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남편은 한사코 고개를 저었다. 그래본 적이 없어서 어색하다는 것 같았다. 최근 나도 친구에게 감사의 말을 전할 기회가 있었다. 두 줄 가량의 작은 메모를 적는데 고마움과 사랑을 한껏 담아보자는 포부에 반해 어디서부터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지 표현의 수위(?)는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그러니까 “삶의 의미에 대해 늘 고민하는 친구야. 네 삶에 대해 내가 어떻다 얘기하진 못하겠지만 적어도 내 삶은 너의 존재로 인해서 확실히 더 의미있어졌어. 나한테는 너 자체가 큰 의미이고 나한테 너는 있는 그대로 완벽한 존재야”라는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는데 괜히 넘 오버하는 거 아니냐고 오글거린다고 그러진 않을까, 말만 그렇지 별로 진심이 아닌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진 않을까 등등 작은 메모지를 놓고 짧은 시간 동안 강렬하게 고민했다. 결국 너가 있어서 참 좋다 정도로 자제하고 말았다. 


짧은 인생에서 고맙다거나 사랑한다는 이야기는 마음껏 해도 모자랄텐데 막상 하려고 하면 늘 망설이게 된다. 혼자 속마음으로 아무리 고맙다 고맙다 해본들 표현하지 않으면 절대 전해지지 않는다는 걸 알아도 이모양이다. 


감사는 인간사회가 존재하기 위해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감사는 기본적으로 좋은 일을 행한 사람에게 ‘나는 네 친절과 노고를 알고 있으며 나도 언젠가 네게 도움이 되고 싶다. 계속해서 아름다운 관계를 이어가고 싶다’는 다양한 정보를 준다. 그러니까 좋은 일을 행한 사람에게 그 일이 의미없지 않은 보람찬 일이었음을 확인시켜주고, 도움을 받은 사람의 의도 또한 등쳐먹고 버리는 류의 것이 아닌 선한 것임을 알려준다. 


감사라는 형식의 정보 교류를 통해 무임승차의 위험이 항상 존재하는 인간 사회에서 불확실성을 줄이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렇게 감사는 서로 믿고 돕는 관계 형성의 기반이 된다. 감사를 느끼고 표현하는 과정에서 수혜자는 실제로 보답하는 행위를 할 확률이 높아지고 좋은 일을 한 사람은 더 너그럽게 베푸는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학자들에 의하면 이것이 바로 감사가 기쁨, 즐거움 같은 류의 일반적인 긍정적인 감정들과 다른 점이다(McCullough et al., 2008). 인간 사회의 결속을 유지시키는 힘인 것이다. 그렇기에 구성원들의 결속이 중요한 집단들(가족?)에서 더 감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나를 비롯해 감사의 중요성을 과소평가하거나 왠지 오글거려서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모양이다. 최근 시카고 대학의 심리학자 니콜라스 이플리 연구팀에 의하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많은 사람들이 감사를 표현하는 것의 힘을 과소평가한다(Kumar & Epley, 2018). 


실험은 간단했다. 연구자들은 사람들로하여금 삶에 큰 영향을 미쳤으며 평소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 상대를 떠올려보라고 했다. 이들에게 감사의 편지를 작성하도록 했다. 그러고 나서 편지의 대상이 이 편지를 받으면 실제로 얼마나 놀라고 기뻐할 것인지, 또 얼마나 어색하고 오글거려할 것인지, 편지를 보낸 자신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할 것인지에 대해 물었다. 연구자들은 실제로 편지를 보냈고 받은 이들에게 얼마나 기뻤는지, 편지를 보낸 사람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등에 대해 물었다. 


그 결과 감사의 편지를 받은 사람들은 보낸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이 놀라고 기뻐한 반면 보낸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어색하다는 반응은 잘 보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감사를 받은 이들은 감사를 표현한 사람들에 대해 표현한 사람들 본인이 생각한 것보다 더 따듯하고 능력있는 사람이라며 좋은 인상을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터에서 별로 교류가 없어서 잘 모르는 사람에게 다같이 롤링페이퍼 같은 걸 쓸 때 이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어 내키지 않았던 기억이 있다. 함께 일해줘서 고맙다고, 앞으로 더 좋은 관계가 되면 좋겠다고 간단하게 표현하는 것 만으로도 서로에게 좋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사 시즌인 5월을 핑계로 여기저기 작은 감사의 말을 전해보는 것도 좋겠다. 

 

참고자료

-Kumar, A., & Epley, N. (2018). Undervaluing gratitude: Expressers misunderstand the consequences of showing appreciation.?Psychological Science, 29, 1423-1435.
-McCullough, M. E., Kimeldorf, M. B., & Cohen, A. D. (2008). An adaptation for altruism: The social causes, social effects, and social evolution of gratitude.?Current Directions in Psychological Science, 17, 281-285.

 

※필자소개
박진영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를 썼다. 삶에 도움이 되는 심리학 연구를 알기 쉽고 공감 가게 풀어낸 책을 통해 독자들과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지뇽뇽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에서 자기 자신에게 친절해지는 법과 겸손, 마음 챙김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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