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바로가기본문바로가기

동아사이언스

[미리 체험하는 의료로봇]⑦ '내 다리'처럼 자유롭게 걷는 엑소워크

통합검색

[미리 체험하는 의료로봇]⑦ '내 다리'처럼 자유롭게 걷는 엑소워크

2019.05.16 06:00
이진원 에이치엠에이치 연구소장이 자유롭게 이동가능한 편마비 환자용 하지재활로봇 ′엑소워크 프로(오른쪽)′와 척수마비환자용으로 개발한 하지재활로봇(왼쪽)과 함께 서 있다.
이진원 에이치엠에이치 연구소장이 자유롭게 이동가능한 편마비 환자용 하지재활로봇 '엑소워크 프로(오른쪽)'와 척수마비환자용으로 개발한 하지재활로봇(왼쪽)과 함께 서 있다.

손잡이를 잡고 로봇에 달린 신발에 발을 하나씩 디뎌 로봇에 올랐다. 그 다음 발목과 종아리, 허벅지를 벨트로 단단하게 고정했다. 출발 버튼을 누르자 로봇을 입은 다리가 부드럽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사람처럼 무릎과 엉덩이관절이 달린 덕분에 힘을 들이지 않고도 마치 내가 걷는 것처럼 편했다. 복도 끝까지 걸어간 뒤 조이스틱을 움직여 오른쪽으로 돌았다.  

 

이달 7일 인천 송도에 있는 로봇제조업체 에이치엠에이치(HMH)에서 하지재활로봇인 ‘엑소워크 프로(엑소워크)’를 만났다. 엑소워크는 스스로 서지 못하는 환자를 위해 개발한 하지재활 로봇이다. 


‘가격’과 ‘아이디어’ 두 마리 토끼 잡은 엑소워크

 

기자가 이진원 연구소장의 도움을 받아 엑소워크를 타고 복도를 이동해보고 있다. 스스로 움직이는 것처럼 자유롭게 걸어다닐 수 있다. 최고속도는 시속 2km로 느리지만 안전하다.
기자가 이진원 연구소장의 도움을 받아 엑소워크를 타고 복도를 이동해보고 있다. 스스로 움직이는 것처럼 자유롭게 걸어다닐 수 있다. 최고속도는 시속 2km로 느리지만 안전하다.

에이치엠에이치와 전도영 서강대 기계공학과 교수팀, 국립재활원 연구팀은 2014년부터 1년 반 동안 하지마비환자가 탈 수 있는 로봇을 연구해 시제품을 내놨다. 2017년에는 실제로 ‘엑소워크 베이직’을 상품화했다. 이어 지난해에는 환자의 위치와 높낮이를 수동이 아닌, 자동으로 조절하는 ‘엑소워크 프로’가 개발됐다. 현재 엑소워크는 동국대 일산병원과 국립재활원, 충남대병원 등에서 사용하고 있으며 신촌 연세대 세브란스와 일산 백병원, 중앙대병원에서도 수개월 뒤에 볼 수 있을 예정이다. 

 

하지재활로봇이 개발된 건 처음은 아니다. 1998년 스위스의 재활로봇 제조업체 호코마가 ‘로코맷’을 개발했다. 로코맷은 허공에 고정된 채 들어올려진(언웨이팅) 환자가 트레드밀에서 걸음 동작을 하도록 모터와 감속기를 이용해 돕는다. 이후 국내 의료기기 제조업체인 피앤에스미캐닉스와 연대 물리히료학과, 이대목동병원, 숭실대 기계공학과 공동연구팀이 두 번째로 ‘워크봇’을 개발했다. 로코맷처럼 환자를 언웨이팅한 상태에서 트레드밀에서 훈련시킨다.
 
엑소워크를 개발한 이진원 에이치엠에이치 연구소장은 “하지재활로봇 시장에 조금 늦게 뛰어든 만큼 ‘가격’을 대폭 낮춰 더 많은 환자들이 사용할 수 있게 하고, ‘기발한 아이디어’를 더해 환자들이 더욱 편리하게 탈 수 있도록 제작했다”고 밝혔다. 엑소워크의 가장 기발하고 뛰어난 기능은 바로 ‘자유로운 이동’이다. 하지재활로봇 중에 유일하게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다. 

 

지금까지 출시된 기존 하지재활로봇들은 환자를 언웨이팅하기 때문에 제자리 걸음을 할 수 밖에 없다. 이 방식은 환자의 몸무게가 100kg일 때 로봇이 30kg 정도를 지탱해준다. 환자는 나머지 70kg를 스스로 지탱하면서 30분 동안 100~150보 정도 걷는다.

 

이에 비해 엑소워크는 언웨이팅 기능이 없어 환자의 다리가 자기 몸무게 100kg 그대로 지지해야 한다. 그래서 하지 전체가 마비된 환자는 엑소워크를 사용하기 어렵다. 이 연구소장은 “두 다리로 스스로 설 수 있지만 걷기가 불편한 편마비 환자에게 특화된 로봇으로 개발했다”며 “그 대신 환자를 제자리에 고정시키지 않기 때문에 로봇과 함께 발을 구르면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로봇의 양 손잡이 끝에 달려있는 조이스틱을 조종하면 앞으로 나아가거나 멈출 수 있다. 또는 좌회전이나 우회전도 가능하다. 로봇이 걷는 속도는 최대 시속 약 2km로 건강한 사람이 느릿느릿 걸어가는 수준인 만큼 위험하지 않다. 게다가 환자가 걷는 도중 다리가 강직되면 센서가 이것을 감지해 천천히 멈춘다. 환자 다리를 억지로 움직이려다가 큰 사고가 발생할 것을 예방할 수 있다.

 

엑소워크는 사람처럼 엉덩이와 무릎 양쪽에 각각 관절이 있어(4자유도) 다리를 들었다 내리면서 디디는 동작이 자연스럽고, 발을 디딜 때마다 스프링이 움직여 발목의 움직임을 구현한다.. 그래서 기존 하지재활로봇과 달리 자기 몸무게를 100% 다 지탱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편마비 환자가 이 로봇을 타고 30분간 평균 800보 이상 움직일 수 있다. 

 

이 연구소장은 “훈련량이 많을수록 재활 효과가 좋기 때문에 짧은 시간 동안 더 많이 걸을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 1월에는 임상시험을 한 동국대 연구팀에서 엑소워크를 타면 실제로 걷기운동을 하는 것처럼 땀도 나고 재활효과가 높다는 연구 결과를 ‘미국재활의학회지’에 내기도 했다. 

 

이 연구소장은 “편마비 환자용으로 집중 개발해 언웨이팅 기능 뿐 아니라 기존 하지재활로봇들이 갖고 있는 복잡한 기능을 빼버리고 심플하게 만들었다”며 “가격을 확 낮출 수 있는 덕분에 훨씬 많은 편마비 환자들이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로봇 다리를 내 다리처럼.. 엑소워크의 미래 버전

 

엑소워크를 타고 운동을 마친 뒤에는 각각 어느 속도로 얼마나 많이, 오랫동안 걸었는지, 강직횟수는 얼마나 되는지 등을 확인하고 기록할 수 있다.
엑소워크를 타고 운동을 마친 뒤에는 각각 어느 속도로 얼마나 많이, 오랫동안 걸었는지, 강직횟수는 얼마나 되는지 등을 확인하고 기록할 수 있다.

편마비 환자를 자유롭게 이동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이미 엑소워크는 다른 하지재활로봇 가운데 눈에 띈다. 하지만 에이치엠에이치 연구팀은 이보다 훨씬 가볍고 자유로운 차세대 엑소워크를 개발하고 있다.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것은 로봇을 제어하는 부품인 콘트롤박스다. 로봇의 다리 뒤에 커다란 박스로 달려 있어 로봇이 움직일 때 균형을 잡기 편하다는 장점은 있지만, 편마비 환자가 외부에서 자유롭게 이동하기에는 거추장스럽다. 이 연구소장은 “엑소워크는 원래 의료용으로 개발됐지만 콘트롤박스 등 부품의 크기를 줄이면 가정용으로도 쓸 수 있을 것”이라며 “부품이 줄거나 간소화하면 그만큼 가격도 저렴해져 더 많은 환자들이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현재 환자는 가만히 있고 로봇이 자동으로 움직이고 있는 패시브 버전을 넘어, 환자가 자기 의지대로 움직이고 로봇이 도움을 줄 수 있는 액티브 버전도 개발하고 있다. 또 편마비 환자뿐 아니라 척수가 마비돼 스스로 설 수 없는 환자를 위한 버전도 개발해 시험 중이다.

 

이 연구소장은 “궁극적으로는 재활훈련을 할 때뿐 아니라 일상생활에도 편히 탈 수 있는 엑소워크를 개발하고 싶다”면서 “더 많은 편마비 환자들이 마치 자기 다리처럼 로봇을 타고 자유롭고 편안하게 다닐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기사가 괜찮으셨나요? 메일로 더 많은 기사를 받아보세요!

댓글 0

14 + 3 = 새로고침
###
    과학기술과 관련된 분야에서 소개할 만한 재미있는 이야기, 고발 소재 등이 있으면 주저하지 마시고, 알려주세요. 제보하기

    관련 태그 뉴스